대중에게 다가간 홍명희 문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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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다가간 홍명희 문학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3.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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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캠프 일정, 대학생 등 시민 작가 등 170여명 참가
프로그램 신선…대중에게 다가간 문학제로 기억될 듯

홍명희 문학제가 올해로 8회째를 맞이했다. 96년부터 충북민예총 문학위원회와 서울 사계절출판사가 공동 주최해오고 있는 ‘홍명희문학제’는 그동안 묻혀진 이름 홍명희와 그의 작품 임꺽정을 재조명하는데 힘을 쏟았다.

사계절 출판사(대표 강맑실)는 소설 임꺽정을 꾸준히 펴내고 있는 곳으로 현재 10권까지 발행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언니이기도 한 강대표는 “책을 발행하고 홍명희 문학제를 계획하던중, 그당시 민예총 작가회의 회장인 도종환시인을 만나 뜻을 같이하고, 지금까지 함께 문학제를 열게됐다”고 말했다. 충북민예총은 “8년전만해도 홍명희 이름 석자를 거론하는 것 조차 압력을 받았다. 그러니 그에 관한 문학제를 여는 것은 얼마나 많은 난관에 부딪혔겠는가"라며 지난 시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여곡절끝에 열린 제1회 홍명희 문학제는 SBS드라마 임꺽정 시사회가 청주에서 최초로 상영돼 분위기를 띄웠고, 3회때에는 전국적인 모금운동을 벌여 문학비를 세우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또 홍명희 문학제가 남북한 문학교류의 물꼬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시작되면서, 98년부터는 북측에 공식문서를 전달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기획했다. 도종환 시인은 8.15방문단 일행으로 북한에 가서 벽초 선생의 손자인 홍석중씨는 만나 문학제 참석을 제안했으나, 최종결과는 불발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민족문학작가회의나 한국민예총에서도 여전히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홍명희 문학제는 매년 소설 ‘임꺽정’에 대한 학술, 세미나, 답사가 이어졌고, 이는 멀리 통일시대, 통일문학을 대비하는 한발짝 앞선 걸음이었다. 그리고 먼저는 충북민예총이 벌이고 있는 해방공간 시대에 묻혀진 우리지역의 작고문인 발굴사업의 선구자 역할을 자처했다. 충북작가회의는 신채호·홍구범·정호승·권태응·오장환·김구영 문학제를 열고 있다.

8회를 맞이했지만 행사를 주관해온 충북작가회의는 “아직도 홍명희와 임꺽정을 두고두고 할 이야기 많다. 가령 조선어의 보고이며 한국근대문학의 대작으로 꼽히는 임꺽정은 심리학적, 지리학적 접근이 가능하고, 소설에 나타난 활연구, 한장면을 춤으로 재현, 홍명희 인물론 등 다양한 텍스트를 아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높이 맞춘 홍명희 문학제

올해 문학제는 과거 학술강연, 세미나 위주의 행사진행에서 잠시 외도했다. 1박 2일이라는 캠프형식을 선택한 것. 4일에는 문학제 본행사와 씨알누리 공연, 5일에는 문학답사로 일정을 짰다. 장소는 괴산 청소년 수련원.
지난 4일 오후 1시 시청 내 공원에는 홍명희 문학제를 떠나려는 대학생들과 시민들로 붐볐다. 원래 당초 예상인원이 120명이었으나 총 참가인원이 약 170명으로 늘어 그 열기를 짐작케 했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국문학도나 문예창작과 학생들이었고, 늦깎이 작가지망생들도 많아보였다. 과사무실에 붙은 광고를 보고 참가하게 됐다는 이해경(21·충북대국문과)씨는 “교과서에서 배웠던 홍명희는 월북작가, 임꺽정의 저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문학제를 통해 홍명희 인물에 대한 단편과 작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씨알누리의 공연에 마음이 뺏겼다”고 말했다.

청주뿐만아니라 서울에서도 사계절 출판사 관계자, 초청작가 들을 태우고 버스 한대가 출발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백승남(동화작가)씨는 “매년 초청장이 날라왔으나 선뜻 참여하지 못했는데, 이번 계기로 문학제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고, 다시 찾을 것 같다. 강연내용중에서는 김재용교수의 현단계 통일문학의 방향과 과제 강연에서 통일을 외치는 작가들의 실제적인 삶을 돌아보라는 따끔한 충고가 시원했고, 또 남북한 영상으로 비교해보는 임꺽정도 신선했다”고 평했다.

학술강연은 하타노 세츠코(일본 현립여자 단기대학교수)씨의 ‘동경유학 시절의 홍명희’, 김성수(성균관대)교수의 ‘영상으로 보는 남·북한의 임꺽정’과 ‘현단계 통일문학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김재용(원광대)교수가 발제했고, 신동호(시인), 김외곤 (서원대)교수가 지정토론자로 나왔다.

하타노 세츠코 교수는 홍명희가 일본에 온 1906년부터 도오요오 상업학교 예과 입학, 다이세이 중학교 편입후 3년간 재학 등의 흐름을 ‘다이세이 칠십년사’와 홍명희가 1929년 잡지 삼천리에 발표한 ‘자서전’을 주된 자료로 하여 동경시절의 홍명희를 따라가 보았다.

“홍명희는 동경에서 춘원 이광수와 동급생이 돼 우정을 나눴고, 1909년 홍명희는 2학기가 끝날무렵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신경쇠약이 걸려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과도한 독서뿐만 아니라 그를 병들게 한 원인은 그 해 7월 한국합병 결정이었고, 10월에 안중근의 이토히로부미 사살 사건 등 복잡한 시대상황 때문이었다. 따라서  동경에 있는 유학생들에게 더이상 학업을 지속할 수 없었고, 홍명희도 1910년 4년동안의 동경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하타노 세츠코 교수의 강연내용이다.

‘임꺽정’은 통일문학의 ‘키워드’

김성수 교수의 영상으로 보는 남·북한의 임꺽정은 80분 길이 5부작으로 만든 림꺽정과 남 드라마 SBS 임꺽정 50부작을 두고 비교분석했다. 김교수는 “두 작품은 벽초 홍명희 선생의 원작소설을 모태로 남과 북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라고 할수 있다. 남의 드라마는 사건을 전체적으로 다룬 점에서 원작에 충실하되 시간적 구성에서 임꺽정의 죽음을 맨 앞에 배치, 중간에 화려한 에피소드 삽입 등 다양한 기법을 보여준다.

반면 북의 영화는 순차적인 구성과 한 개인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적 활동을 하는 청석골패 전체의 갈등이 사회적 의미로 확산되지 못하고 개인의 문제로 수렴되는 한계를 보인다. 결과가 어찌됐든 동일한 문학적 경험을 영상으로 공유한다는 것은 큰 의미와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시도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현단계 통일문학의 방향과 과제 학술세미나에서 김재용 교수는 김문창의 ‘열망’(1999년)에 나타난 자력갱생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강선규의 교정의 윤리(2000)와 실시구시의 확산이라는 두 소설의 예를 들며 현재 북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내부사회에서 찾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또한 홍석중 황진이(2002)를 예로 들어 북한 사회 내부에 일고 있는 섹슈얼리티의 등장은 결국 인간의 본능을 억압하는 허위위식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 북의 문학은 자기성찰의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것은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흐름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후 열린 씨알누리 공연장에는 무대를 중심으로 홍명희를 주제로 한 만장이 설치돼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이틀날에는 화양동과 홍명희 생가 답사가 진행됐다. 홍명희 생가 답사는 강영주(상명대)교수가 해설을 맡았다. 현재 홍명희생가는 담장 복원공사를 마쳤으며, 이어 본채 및 사랑채는 더 이상의 낙후를 막기 위해 포장을 해논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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