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소유주 허락없이 도로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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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소유주 허락없이 도로 개설?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9.07.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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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군 적성면 주민, 면사무소와 군 상대로 원상회복 요구
주민들, "군민의 혈세로 부동산 기업에 특혜 주는 일" 반발

단양군이 맹지(지적도 상에 도로와 접하지 않은 토지)에 조성된 특정 호화 전원주택 단지와 인접한 사유지 일부를 5년째 무단 점유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단양군은 개인이 농사를 짓던 이 사유지에 군 예산을 들여 콘크리트 포장까지 해준 것으로 드러나 특혜 시비를 낳고 있다.

   
▲ 단양군 적성면사무소가 토지주 승인 없이 농토를 무단 점유하고 포장도로를 개설해 인근 호화 전원주택에 대한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T건설이 분양한 문제의 전원주택단지 전경.
금수산 자락에 위치한 단양군 적성면 상2리 주민인 윤모 씨와 변모 씨는 단양군 적성면사무소가 지난 2005년 3월께부터 자신들의 밭에 당사자 허가도 없이 무단으로 콘크리트 도로 포장을 하고 현재까지 원상복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지난 4일 적성면사무소 측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T건설사는 지난 2004년 상2리 525-9번지 1만 453㎡에 총10세대 규모의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단양군으로부터 농지전용과 건축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 주택부지는 사람이 살지 않는 금수산 자락 외딴 곳에 위치한 곳으로 원칙적으로 윤 씨 등의 밭을 거치지 않고는 차량과 사람 통행이 불가능한 맹지다. 건축 승인을 받았다고 해도 진입할 도로가 없기 때문에 기반이나 건축 공사 자체가 불가능한 곳인 셈이다. 그럼에도 T건설은 전원주택 단지 공사를 무사히 완공하고 분양까지 마칠 수 있었다. 호화 전원주택에 대한 건축 승인이 내려진 이후부터 적성면사무소가 석연찮은 방법으로 T건설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선 수십 년 동안 농로로 사용하던 비포장도로 중 150m 가량에 대해 갑자기 포장 공사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주민 변 씨는 “지난 2004년 말께 면사무소에서 찾아와 내가 소유한 토지 바로 옆의 밭 소유주가 약 90m에 이르는 비포장도로의 포장을 요구했다며 이 일대의 내 땅 340평 중 약 60평을 도로로 기증하면 전원주택 앞 계곡까지 한꺼번에 포장공사를 해주겠다고 제의를 했다”며 “그러나 그렇게 되면 내 땅이 도로로 잘려 쓸모없게 되는데다가 이 도로가 사실상 T건설이 짓는 호화 전원주택의 출입로로밖에 쓰이지 않아 군민의 혈세로 부동산 기업에 특혜를 주는 일이었기 때문에 단호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윤 씨 역시 “이곳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으로 농지밖에 없고 면사무소에서 기증을 요구한 땅은 일부만 사람이나 농기구가 다니는 농로로 양해했을 뿐 대부분 더덕 등을 가꾸던 농토였기 때문에 건설사의 이윤을 위해 원주민이 재산권까지 포기를 요구받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나와 변 씨가 토지 기증을 거부했기 때문에 당초에는 우리 땅 바로 직전인 90m 구간만 포장을 하기로 돼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면사무소가 변 씨 땅을 포함한 115m를 공사 설계구간에 포함하고 나중에 설계 변경 등을 통해 내 땅까지 무단으로 점유해 콘크리트길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적성면사무소가 자신들의 토지를 4년 이상 무단 점유해 T사가 지은 호화 전원주택의 통행로로 제공했다며 행정적, 법률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적성면사무소 측은 지적도 등을 검토한 결과 윤 씨의 밭은 아예 해당 도로에 포함되지 않았고, 변 씨의 밭도 측량을 해봐야 도로 포함 여부를 최종적으로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도로 포장은 해당 지역에서 밭농사를 짓는 토지 소유주가 마을 이장을 통해 여러 차례 요구해와 공사를 했을 뿐 군이나 면사무소가 T사를 도울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윤 씨는 도로에 자신의 땅이 무단 점유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면사무소에 공동 측량을 요구 중이다. 변 씨 또한 자신의 땅에 불법으로 조성된 콘크리트 도로를 면사무소가 조속히 복원하지 않으면 통행금지나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가운데 단양군은 최근 변 씨를 만나 도로에 편입된 변 씨 소유 토지를 매입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 씨는 “얼마 전 적성면장이 포장도로에 들어간 내 땅을 공시지가로 매각할 의사가 없냐고 물어 단호히 거절했다”며 “맹지여서 건설장비조차 통행할 수 없는 곳에 호화 전원주택을 짓겠다고 나선 건설사도 이상하지만, 땅 주인의 허락도 없이 면사무소가 불법적으로 전원주택을 위한 포장도로를 공사해준 것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T건설 측은 전원주택 부지를 조성하면서 계곡을 무단으로 매립하고 길 공사를 위해 토관을 묻는 등 불법을 저질렀지만 군은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개발 공사의 경우 진입로는 수혜자인 건설사가 자비로 개설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이 건의 경우는 공무원들이 땅 소유주의 반대를 무릅쓰고 불법으로 무단점유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군비를 들여 포장공사까지 해주는 등 석연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만일 군과 적성면이 원상회복과 농지점유에 따른 손해배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형사고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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