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찾기 힘든 지정병원 제도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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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찾기 힘든 지정병원 제도개선 시급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9.09.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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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체류외국인 2만 여명… 지정병원 고작 3곳뿐
대부분 진료실적 전무… 대상 선정기준 완화 필요

   
▲ 체류외국인에 비해 너무도 적고 까다로운 진료절차 때문에 외면받는 외국인 무료진료 지정병원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충북의사회 무료진료봉사 활동. /충청리뷰 DB.
충북 도내에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지정병원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지정병원은 노숙인, 외국인 근로자 및 자녀, 여성 결혼 이민자와 자녀 등이 건강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는 흔히 외국인 무료 진료병원 지정제도라고도 불린다. 현재 도내에는 한국병원과 청주의료원, 충주의료원 등 3개 병원이 신청해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 병원의 올해 진료실적을 살펴본 결과 8월말 현재 청주의료원 6건을 제외하곤 전무했다. 청주의료원도 유관기관의뢰가 대부분으로 외국인 진료보다 부랑자의 진료건수가 높았다.

이처럼 진료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취업비자 기한의 만료로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면서 신분 노출을 꺼려 사실상 지정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것. 또 의료급여 신청이 까다롭고 후불제여서 병원 수익엔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병원마다 적극 홍보에 나서지 않는데 있다.

오히려 해당 병원들은 하나같이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통역의 어려움, 노숙인은 병원 이미지에 좋지 않아 환자 받기가 꺼려진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 병원 관계자는 "노숙인 등 부랑자를 받으면 다른 입원환자들이 싫어해 환자를 받는 것이 병원 운영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취약계층을 위한 지정병원제도가 활성화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든 것을 지정병원에 맡겨 버리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다. 한마디로 병원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 구태여 돈을 들여 적극 홍보에 나서겠냐는 얘기다.

까다로운 진료절차 진료병원 외면
충북도에 따르면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의료비는 연간 2000만 원 정도의 예산이 세워져 있다. 이는 지정병원들이 연말에 의료비를 청구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를 거쳐 지급명령이 떨어져야 집행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북도 관계자는 "청구 병원이 적다보니 대부분의 예산이 불용예산으로 반납 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진료 대상 기준도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의 경우 입국 전에 갖고 있던 질환(지병)은 진료 대상이 안 된다. 외국인 출입증 등 신분증을 갖고 있어야 하고 고용주의 사실 확인서도 첨부해야 한다. 결혼이민자(다문화 가정)는 국적을 취득하면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지정 병원 한 관계자는 "도와주고 싶어도 진료 대상자 선정 기준이 완화 되지 않으면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다"며 "인도주의 차원에서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보다 현실에 맞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7월말 현재 충북 도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전체인구 150만 명의 1%에 해당하는 총 2만1245명으로 해마다 증가한다. 이들 중 외국인 근로자(6632명), 방문 취업자(4607명), 결혼 이민자(3414명), 유학생(3400명) 등은 85%에 이르는 1만8053명. 모두가 의료혜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3대 지정병원이 일부 도시 지역에 편중되어 있고 한 병원 당 적어도 6000여명 안팎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해야 하다 보니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도내 의료기관 수는 1268개소. 5년 전에 비해 200여개가 늘었다.

돕고 싶어(?) 대상자 기준 완화돼야
그럼 외국인 무료진료 지정병원의 수는 왜 그렇게 적을까. 이는 까다로운 신청절차에 있다. 실제 최근 외국인 무료진료 사업을 위해 지정병원 신청을 추진하던 충북의 한 종합병원은 등록신청이 까다로워 포기하고 말았다. 병원 관계자는 "무료 진료 봉사활동은 적지 않게 했지만 환자유인 행위 등 의료법 위반은 아닌지 걱정되어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활동으로 처리하다보니 재무제표 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외국인 무료 진료병원으로 등록 인증을 받으려면 △법인의 경우 최근 2년간 무료진료 실적이 재무제표 상에 드러나야 한다. △개인의 경우 무료진료 실적에 해당하는 근거자료를 사업계획서에 첨부해 제출해야 한다. 다만 개설기간 2년 미만 의료기관도 시·도지사가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가능하다. △시·도는 의료기관의 첨부서류를 확인해 신청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사업시행 의료기관에 인증결과를 통보하고 보건복지가족부에도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사업 인증기간은 1년간 유효하다.

지정병원 한 관계자는 “대상병원 신청절차나 진료 대상자 기준을 완화 하지 않으면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다”며 “특히 신분노출을 꺼려 병원보다 약국을 찾는 외국인 근로자는 신종플루 등 법정 전염병이 노출되기 쉬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100% 지원한다는 생각이었으면 지정병원 홍보에도 관심을 가져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외국인 무료진료 병원은 비급여 대상자인 외국인이 국내 여행이나 출장업무 중 갑작스런 사고와 질환으로 인해 수술이나 입원치료가 필요할 때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정부가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취약계층 대부분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외국인 근로자이다 보니 진료를 꺼리고 있다.

더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A(H1N1)의 가을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의료 접근성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충북도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및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지원법에 따라 대상 병원을 선정하고 지원하고 있다”며 “관련 예산은 지난해 집행된 예산내역을 참고해 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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