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 내지도 않았는데 이미 지원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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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서 내지도 않았는데 이미 지원비 확정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9.09.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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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2억 7700만원 예산 배분 갈등
도내 예술계, 도 행정처리 미숙 질타 및 내년도 예산 확보 요구
충북도가 자체 예산 2억 7700만원을 확보해 연극, 무용, 국악 등 세 개의 장르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 계획이 드디어 완료됐다. 그동안 장르별 금액 배분 및 공연 횟수 등을 놓고 진통을 겪어 당초 6월 안에 세부계획을 세울 예정이었지만 8월 말이 돼서야 결론이 난 것이다.

연극 1억 2000만원, 무용 9200만원, 국악 6500만원이 배분됐고, 공연 횟수는 각각 4회로 지역순회를 원칙으로 한다. 또한 예총과 민예총이 화합하는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올해 안에 서둘러 공연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창작공연을 기대하기는 무리수다. 공연단체들은 기존 작품을 일부 각색하는 정도에서 무대를 꾸릴 계획이다. 연극계는 11월말 ‘울고 넘는 박달재’를 무대화하고, 무용계는 충북예총 무용협회 중심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민예총 소속 춤패 너울은 올해 공연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함께 할 의사를 내비쳤다. 또한 국악계는 합동공연을 올리되 일부 게스트가 번갈아 참여하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사실상 장르가 같아도 그동안 구축해온 예술적 성과가 다르기 때문에 짧은 기간 내 합동공연을 올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주된 의견이다.

또한 충북도의 매끄럽지 못한 행정처리 때문에 이번 배분 문제를 놓고 문화예술계가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올해 처음 신설된 공연파트를 위한 예산은 사실상 도립예술단 창단에서 소외된 장르를 위한 ‘위자료’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창단에 가장 큰 목소리를 냈고, 창단활동도 꾸준히 펼쳐온 연극계가 더 많은 수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또한 올해 초 도립예술단이 챔버오케스트라로 결정된 이후 정우택 지사는 연극협회와의 면담자리에서 구두로 4억원 예산을 따로 배정하되 연극계에 3억원, 나머지 장르는 5000만원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는 것. 하지만 4억원 예산은 결국 2억 7700만원으로 삭감됐고, 예산 또한 4월초 문화예술계 담당자가 일방적으로 배분해 발표했다. 당시 발표된 금액은 현재의 지원금액과 같다.

그러다보니 연극협회를 중심으로 예산배분에 반발했고, 8월말 정 지사와의 또 한 차례 면담을 통해 진행과정의 문제점을 밝혔다. 정우택 지사는 “담당자로부터 보고를 받은 적이 없어 예산배분이 이렇게 된 줄 몰랐다”며 “내년도 예산은 올해만큼은 꼭 확보해주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연극협회는 이번 예산안을 수용하되 아쉬움을 표했다. 예산이 3억원이었을 때는 충북소재 콘텐츠를 전국공모로 발굴해 5개년 무대화사업을 야심차게 계획했지만, 예산부족으로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충북을 소재로 한 연극이 ‘울고 넘는 박달재’인지라 올해에는 이를 각색해 퓨전무대를 만드는 것에 그쳤다.

박현진 충북연극협회 직무대행은 “지난 4월 예산안을 발표했을 때 어떠한 원칙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사업계획서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정한 것이 1차적인 문제다. 이뿐만 아니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도 확답을 받기위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며 “도의 미숙한 행정절차로 인해 지역문화예술계가 장르 간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옥주 전통음악위원회 위원장은 “예산도, 시간도 부족해서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조급한 마음이 든다”며 “내년도 예산만큼은 일찍 배분돼 좋은 공연을 만들어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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