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가경동 나박실
이철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를 청주시 가경동에 있는 토속음식점 ‘나박실(전화 233-3595)’에서 만났다. 나박실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실’이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청원군 낭성면에 있는 산골마을의 이름이었다. 10여 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 이춘득씨의 고향이다.
식당이름에서도 음식에서도 산골냄새가 풍겼다. 각종 산나물에 비벼먹는 보리밥도 그랬고, 자연산 버섯찌개에서도 정겨운 흙냄새가 났다. 동부를 갈아 부친 해물전과 텁텁한 덕산막걸리도 찰떡궁합이었다. 이 대표는 “입맛에 맞아서 10년 전부터 단골로 드나드는 집인데 사업 때문에 고깃집이나 일식집을 가게 된다”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20년 가까이 전문건설업체인 진우공영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의 몸에도 동맥, 정맥이 있듯이 건물의 오수와 배수, 급수, 난방, 소방용수 등 모든 배관을 시공하는 회사다.
대화는 예견했던 대로 4대강사업으로 옮아갔다. 이 대표는 “4대강사업은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다. MB는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이다. 건설회사 출신답게 개발은 곧 경기활성화라는 의식이 깔려있다. 임기 중에 눈에 띄는 걸 만들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경부운하는 17조원이면 된다고 했는데, 4대강사업은 자전거도로나 체육공원 등 주민숙원사업까지 포함해 24조, 실제로는 30조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이다. 이런 유례없는 사업을 임기 내에 밀어붙이려는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청주의 명물인 가로수길 공원화사업이 외려 도로확장사업으로 귀결된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도로 밖에 도로를 내다보니 차량진출입이 엉키는 등 눈에 뻔한 문제들이 너무나 많은데 누구하나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청주시 공무원들을 향해 “사람이 오염되니까 생각도 순수하지 않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는 공무원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철기 상임대표는 올해 환경련 조직 강화와 관련해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 봄 회원배가운동을 벌여 한 달여 만에 537명을 가입시킨 것이다. 이는 그동안 회비를 내는 회원이 약 1200명 선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빅뱅이라고 부를 만한 성과다. 이 대표는 “상근자들의 급여도 조금 올려주고 부채 일부도 상환했다”며 “향후 2년 계획으로 근무자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할 수 있도록 구상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