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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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 ‘갸우뚱’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9.09.30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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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그릇에 큰 그릇 넣는 격’ 단독 응찰 배경에 의문
직원들 조차 ‘의외’ 반응, 지역 시너지도 기대 못 미쳐

효성그룹이 유일하게 하이닉스반도체 새 주인 희망자로 나섰지만 재계와 산업계는 물론 지역이나 하이닉스 내부에서 조차 시큰둥한 반응이다.
효성이 자신 보다 자산은 2배, 시가총액은 3배나 더 큰 하이닉스를 인수할 능력이 있겠냐는 회의론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표 참조)

오히려 효성과 사돈인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가 부각되면서 단독 응찰의 배경에 갖가지 억측이 더해지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개의 생산라인이 위치한 청주지역 또한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시도를 반기지 않는 모습니다.

   
▲ 효성그룹이 단독으로 하이닉스 인수 희망자로 나선 것에 대해 느슨한 지역연고를 거론하며 회사 내부에서 조차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효성이 충북과 이렇다할 인연이 없고 규모 있는 생산기반이 입지한 것도 아닌데다 업종 또한 반도체와는 관련이 적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에서 조차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어서 하이닉스반도체의 ‘새주인 찾기’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 매각은 주식관리협의회 차원에서 면밀한 실사 등을 거쳐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될 것이다. 이와 별개로 지역적 시너지효과 측면에서 본다면 그동안 물망에 올랐던 기업이나 자본과 비교해 효성은 결코 최선의 카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효성 인수, 지역 이득 별로 없다

하이닉스 매각에 지역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기업이 주인을 찾아야 지역적 시너지 효과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주식관리협의회 체제의 하이닉스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생산, 마케팅 등 기본적인 경영활동 이외에 사회공헌 활동과 같은 전략적 투자는 불가능하다.
투자의 성과가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나지 않는 일을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감당할 사실상의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하이닉스 매각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흑자로 돌아선 2004년 이후 제기되기 시작해 2007년 김종갑 사장이 취임하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김 사장은 그 해 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와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2010년 하이닉스 기업 시가총액이 400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며 ‘2008년이 하이닉스 매각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사장의 이같은 전망은 지난해 불어닥친 세계 반도체 경기 침체로 인해 현실화 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하이닉스 매각의 불씨를 크게 지피는 촉진제로는 충분했다.

지역에서는 하이닉스 매각이 성사될 경우 고용과 설비확충, 여기에 지역친화사업 등을 통한 투자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주인없이 채권단이 운영하는 기업으로서 할 수 없었던 전략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각의 대상이 효성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효성의 자산은 6조1800억원, 시가총액도 3조4837억원이다. 이에 반해 하이닉스의 자산은 13조5400억원, 시가총액은 13조원이 넘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효성이 반도체 산업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할 지역 기반도 없다. 진천과 광혜원에 3곳의 중소규모 페트병 공장을 두고 있을 뿐이다.

회의론 속 분할 매각 가능성

매각되는 하이닉스 지분은 총주의 28.07%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5000억원 가량인 반면 효성의 자본총액은 2조5468억원, 현 시가대로 회사를 매각해도 3조4837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산술적으로 효성지분을 100% 팔아야 하이닉스 매각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여유 있는 현금유동성도 확보해야 한다. 최소 5조원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니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동원했던 부채를 동반한 파이낸싱기법을 쓴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재 경제상황에서 성공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 증권업체 관계자는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시도는 아무리 따져봐도 설득력이 없다. 효성이 반도체 분야에 집중투자할 만한 노하우나 비전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가차익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정권과 사돈이라는 인척관계가 부각되며 각종 의혹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효성이 단독으로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지난 22일 이후 두 회사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22일 2만2000원에 육박하던 하이닉스 주식은 3일만에 1900원까지 떨어졌으며 9만9200원이었던 효성 주식도 3일만에 7만원까지 30% 폭락했다.

다만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인 15%만 분할해 효성에 매각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사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 경우에 소요되는 비용은 2조원 안팎으로 효성의 현재 재무능력으로 불가능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설사 효성이 하이닉스 지분 부분 인수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반도체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반도체 시장이 워낙 변화가 심한 종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효과 극대화를 위한 하이닉스 시나리오
이심전심 ‘반도체 + 자본력 + 지역 연고’ 기업 선호

충청북도나 지역 경제계는 선호하는 하이닉스 새 주인에 대해 ‘노코멘트’하고 있지만 지역경제 시너지 효과라는 원칙을 적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속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지역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노하우와 자본력을 겸비하고 지역과도 인연을 맺고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충북지역을 뛰어 넘어 하이닉스나 인수업체, 나아가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불리할 게 없다는 분석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저전력 고효율 제품인 DDR3의 수요가 늘고 반도체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2분기부터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고 3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분야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이 집중 투자해 준다면 성장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효성의 경우 인수의향서만 제출했을 뿐이지 매각이 성사된 것도, 우선협상자로 지정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IMF시절 빅딜로 반도체를 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에 내 준 LG와 막강한 자본력의 포스코 등이 후보군에 오르며 여기에 지역연고를 더할 경우 충북지역 선호도는 LG에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산업계 관계자는 “쉽게 생각해 청주산단의 제3·4공단은 매그나칩이 분리되긴 했지만 하이닉스와 LG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두 대기업이 청주지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이닉스 새주인에 대한 지역의 무게가 LG쪽에 기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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