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미래적 가치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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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의 미래적 가치에 주목하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9.09.30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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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인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국제공모전 장르파괴, 게이트 미 설치에 대한 속내는
“10년 후를 위해 지금부터 공동체와 접속하라” 밝혀
이인범 예술 감독은 지난 1년 2개월 동안 청주와 서울을 오가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준비해왔다. 평균 수면시간이 2~3시간이었다는 그는 이번 공예비엔날레를 통해 이른바 제도권 속에 갇힌 공예를 해방시키고, 공예의 가치는 인공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라는 새 지평을 열고자 했다. 또한 청주라는 지역적 특성과 국제적인 비엔날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그는 바쁘게 뛰었다.

   
▲ 이인범 예술감독은 감독의 위치와 권한에 대해 한마디로 “감독은 디스플레이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라고 정의한다. 예술감독은 비엔날레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 사진=육성준 기자
우리나라 큐레이터 1호인 이인범 예술감독(상명대학교 교수)은 사실 공예비엔날레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기에 10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앞으로의 10년과 20년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수장으로 적임자였는지도 모른다.

“이전 공예비엔날레는 한국 공예계의 수준을 반영했다. 일제 강점기를 통해 잃어버린 공예의 역사 및 정체성, 그리고 서양의 것들이 들여오면서 쌓인 판타지 등 공예를 둘러싼 현재의 문제들을 보여주는 것에 머물렀다. 공예를 통한 미래의 가치를 조명하는 데는 미흡했다. 그동안 비판자로 섰기 때문에 감독 제의가 왔을 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도전하고 싶은 욕망도 생겼다. ‘공예’비엔날레였기 때문에 청주에 왔다.”

1930년대 공예가 미술의 한 파트로 자리 잡은 후 공예는 미술의 하위개념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그 또한 공예는 도자, 목칠, 공예 등 재료와 기법에 따라 나눠져 견고한 가지를 쳤다.

이번 공예비엔날레는 시작 전부터 많은 이슈를 낳았다. 국제공모전에 장르파괴를 선언한 것이다. 그 결과 53개국 3000명 작가들이 공모해 오히려 지난해보다 175%증가한 출품수를 기록했다. 이인범 예술감독은 “솜씨중심의 작품보기가 아닌 공예적 가치를 추구하는 작품을 뽑고자 했다. 상상력과 창의력, 발상의 전환이 담긴 작품은 미래사회를 엿볼 수 있는 총체적인 결정체다. 작품을 통해 사회의 미래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메인게이트를 없앤 것도 감독의 의지였다. 이에 대해 그는 “상식적으로 바뀐 것일 뿐이다. 이 질문은 왜 밥을 먹느냐고 묻는 거와 같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그는 이번 공예비엔날레를 치르면서 사무총장의 사퇴 등 행정가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성공’적인 공예비엔날레를 펼치기 위한 잡음에 불과할 뿐, 더 중요한 것은 그의 머릿속에 있는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기획한 모든 전시에 내가 책임을 진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사실 그동안 비엔날레를 치르면서 감독의 역할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이전의 전시감독은 이른바 디스플레이 감독일 뿐이다. 예술감독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눈을 갖고 있어야 하며, 실천할 수 있는 의지의 기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예적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원대한 꿈은 어쩌면 근대 공예에서 ‘포스트 근대’로 나아가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공동체의 역량 밀집돼야
청주공예국제공예비엔날레는 이미 10년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청주에 웬 공예냐라는 질문을 던진 지도 오래다.

이인범 예술감독은 이를 최근 우리나라가 ‘나로호’를 쏘아올린 과정으로 비유했다. “나로호를 쏠 때는 과학과 정보, 모든 공동체의 역량이 집약돼야 한다. 작품도 마찬가지로 예술적 상상력과 글로벌한 정보가 총체적으로 쌓인 것들이다. 공예비엔날레의 10년 경험을 통해 공예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성과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청주가 공예의 도시라면 공기부터 달려져야 한다.”

이인범 감독은 지난해 8월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큐레이터들과 공부를 해나갔다고 한다. 공예의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들을 선발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전 세계 53개국에서 300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때문에 규모와 세계적인 작품 출품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관계자들도 찬사를 보내왔다고 한다.

2009공예비엔날레의 전체주제는 ‘만남을 찾아서(outside the box)’다. 전시는 큰 주제 아래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전시는 ‘인공의 지평’, 두 번째는 ‘오브제, 그 이후’, 세 번째는 ‘프로젝트, 생활 세계 속으로’다.

작품은 교육적 소스의 보고
이인범 예술감독은 역시 작품에 가장 큰 방점을 둔다. 작품 자체가 교육적 소스의 보고라는 것.

“이번 비엔날레에 참가들은 이미 성공한 작가도 있지만 30대 작가들 중 무서운 잠재력을 가진 작가들도 있다. 사실 눈에 띄는 작품도, 주제에 부합한 작품도 많아 꼽기가 어려운데 후세인 샬라인(터키)작품은 패션과 철학을 잇는 독특한 작업을 벌인다. 네 개 의자와 가운데 탁자가 있는데, 세워놓으면 탁자지만 입으면 옷이 된다. 의자마다 손잡이가 달려있어 접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가방이 되기도 한다. 공예와 패션의 변환을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이 짜릿하다.”

이인범 예술감독은 지역사회와의 토론회를 8번이나 개최해오면서 비엔날레 전시장이 퍼블릭한(공적인) 공간이 되기를 의도했다.

“공예비엔날레가 끝난 후 지역사회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에서 공론화되고, 담론의 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좀 더 밀착된 관계형성이 필요하다.”

현재 이인범 예술감독은 행사 기간 동안 매주 월요일 오전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마련하고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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