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항·공군부대 ‘적과의 동침' 그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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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국제공항·공군부대 ‘적과의 동침' 그 역사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09.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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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활성화정책 놓고 군부대-사회단체 숨바꼭질 벌써 여러 번
“청주공항과 지역주민 피해 더 이상 용납못해” 지역여론 ‘비등’

 

   
MRO 건설·항공복합산업단지 조성·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으로 활성화를 모색하던 청주국제공항이 패트리어트 미사일기지 건설 소식으로 침체에 빠졌다. 추석후 공군부대 이전 여론이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청주국제공항이 충북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바다가 없는 대신 국제공항이 있는 충북도로서는 이를 아낌없이 활용했다.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 등 굵직한 국가사업을 따낼 때마다 공항은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에 충북도가 오송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송의 뛰어난 입지가 한 몫했다. 이미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역사도 있지만, 국내 어디든지 막힘없이 연결되는 교통망과 국토의 중심이라는 점, 그리고 청주국제공항이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는 충북도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도는 지난 2004년 공항활성화팀을 만들어 활성화에 주력했고 올 1월에는 문화관광환경국 안에 관광항공과를 개설했다. 그리고 민간단체에서는 지난 2007년 4월 ‘청주국제공항활성화대책추진위(위원장 정종택)’를 발족했다.

특히 청사모와 (사)미래도시연구원은 청주국제공항 항공산업단지 조성, 24시간 공항 운영, 항공기정비센터 유치 등 청주공항 활성화 정책을 집요하게 주장하며 추진해 왔다. 도내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공항문제라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청주공항의 MRO 건설·항공복합산업단지 조성·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때 터져 나온 패트리어트 미사일 기지 건설 소식은 다시 한 번 지역민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어렵게 항공산업단지 물꼬 튼 LG상사
지난 2005년 12월 청주국제공항에 입주한 LG상사의 항공기정비공장은 항공산업단지 조성의 시작이었다. 지난 2004년 3월 공항공사청주지사와 (사)미래도시연구원은 공항내 건설교통부 부지에 항공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LG상사 유치운동을 벌였다. 그 해 LG상사는 공항공사청주지사와 건설교통부에 입주의향서를 제출했다. LG상사는 산불진화·방재, 인명구조 등에 사용되는 러시아산 헬기를 수입해 조립·정비하는 기업. 당초에는 김포공항에 입주해 있었으나 공장을  확장하면서 청주공항으로 올 계획을 세웠던 것. 하지만 공군과 국방부는 이를 불허했다.

그래서 미래도시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청주국제공항활성화시민대책위’가 결성되고 전투비행단 이전을 강도 높게 주장했다. 이욱 사무국장은 “당시 공군은 오산 방공포부대가 청주공항 인근으로 이전해 올 것이라며 항공산업단지 조성을 반대했다. 그래서 공항활성화대책위를 결성하여 청와대, 국방부, 건설교통부, 공군 등 관계기관에 공군부대 이전을 줄곧 요구했다. 그 때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전제하고 “노력끝에 2004년 7월 공군과 건교부로부터 항공산업단지 조성 허가를 받아냈다. LG상사 유치는 큰 의미가 있다. 항공산업단지를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공군과 17전투비행단은 잠시 지역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3년 후인 2007년 11월, 다시 한 번 부딪친다. ‘청주국제공항활성화대책추진위’는 백두산관광 전문공항 지정을 요구하면서 17전투비행단이 걸림돌이 되자 이전을 요구했다.

정종택 위원장은 당시 “장기적으로 청주국제공항이 활성화되려면 공군부대가 이전해야 한다. 청주공항은 전국 어디서든 1~2시간내 접근이 용이하고, 교통비와 공항시설 이용료가 저렴하다. 또 공항 탑승수속 시간이 짧고 중부권 관광단지 접근이 쉬워 백두산관광 지정공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 추진위는 공군부대 이전과 청주공항 백두산관광 직항로 개설, 활주로 확장 등을 촉구하는 대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마침내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내긴 했으나 백두산관광 전문공항 지정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결론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향후 지역에서 다시 여론화될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기지가 들어서면 이 또한 물거품이 된다.

MRO·수도권전철 연결 ‘꼭 해야’
국방부·공군부대와의 악연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방부는 비밀리에 청주공항 부지내에 패트리어트 미사일기지를 설치키로 하고 진행해 왔던 것. 공항내 유휴부지에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를 유치키로 결정한 충북도와 청주국제공항활성화대책추진위가 공군부대 측에 사용여부를 문의하면서 이 곳에 미사일기지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공항활성화대책추진위는 오래전부터 충북도에 항공기정비센터를 유치하자고 제안해 왔다. 충북도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이승훈 정무부지사가 부임하면서 이 업무를 챙기기 시작했다.

MRO는 항공기 및 항공기용 엔진을 전문적으로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KAL이나 아시아나 같은 대형 항공업체들은 자사에 정비공장을 두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은 없어 주로 아시아권에서 가장 발달한 싱가폴의 STA로 나간다. 만일 청주공항에 항공기 정비공장이 들어서면 인근 동남아권 항공사들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아시아권에 저비용항공사들이 우후죽순 생겼으나 공장이 중국 북경에 한 개 설립된 것 외에는 일본조차 없다는 게 관련자들의 얘기다.

충북도는 지난 7월 한국산업연구원과 ‘MRO사업 타당성조사 및 투자유치전략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체결했다. 결과는 올 연말경 나온다. 이승훈 정무부지사는 “MRO는 부지 1만5000평 정도면 충분하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청주공항에서 해볼 만한 사업이다. 특히 IT 통신장비업체 분야의 경제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오창 과학산업단지에 이런 기업들이 있고, 공항 주변에 새로운 기업을 유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충북은 기업유치와 MRO 사업을 동시에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 그토록 요구하던 천안~청주공항간 수도권 전철 연결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부지사의 말이다. 17전투비행단은 이처럼 청주국제공항의 앞 길을 가로막는 존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군 부대로 인해 청주공항과 지역주민이 피해를 입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청주국제공항 항공산업단지 조성과정 

1978       
1985
1990
1991
1997
2004. 3
2004. 3
2004. 6
2004. 7
2004. 7
2005. 12
2009. 4
2009. 7

  17전투비행단 입주
  17전투비행단 이전계획 확정
  17전투비행단 충주로 이전 시작
  충주 19비행단으로 이전중 보류, 이후 이전 중단 
  청주국제공항 개항
  공항공사청주지사, 항공산업단지 조성계획 수립 
  LG상사, 항공정비시설 입주의향서 제출
  공군, 항공산업단지 조성계획 반대
  국방부, 항공산업단지 조성 불허
  공군, LG상사 입주 허가
  LG상사 항공기정비공장 준공식
  충북도, 항공복합산업단지개발 타당성검토 용역발주
  국방부, 청주공항내 미사일기지 건설계획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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