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지사, 또 당적이 거추장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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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지사, 또 당적이 거추장스워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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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해법 따라 당장 역풍 우려
“약속대로 배수진을 쳐라” 여론 확산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원종충북도지사가 자민련을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남긴 말은 “집권 가능한 정당을 택해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였다. 당시 이지사의 당적 이동이 워낙 큰 파문을 던지며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에 지금도 대부분의 도민들이 이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러나 이지사의 도박(?)은 빗나갔고, 그의 당적 논란은 다시 의문부호를 껴안을 수 밖에 없었다. 대선이 끝난 후 많은 사람들은 이지사 당적의 취약성을 지적하며 언젠간 또 곤혹스런 입장에 처할수 있음을 예측해 왔다. 그런데 그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올 정기국회에서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 제정이 좌절되면 그 불똥은 당장 이지사에게 튈 공산이 크다. 물론 충청권의 다른 광역자치단체장에게도 영향이 크겠지만 한바탕 소동을 벌이며 한나라당으로 들어 간 이지사로선 특별법 좌절은 곧 본인의 심각한 정체성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한나라당 신경식의원(청원)이 특별법 통과의 당론결정을 주장하며 탈당 내지 의원직사퇴를 위협할 때도 많은 도민들의 시선은 이지사에게 쏠렸다. 자신이 한나라당 입당의 변(辯)으로 제시했던 ‘지역발전’은 신행정수도건설 이상의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특별법 통과의 당론결정을 거부하는 것과 관련 지역에선 “이지사가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으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지역 인사는 “그동안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이지사에 대한 도민여망이 항상 있어 왔다. 물론 분명히 처신해 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도정운영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번 신행정수도 건은 다르다. 만약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는게 아니라 이지사가 더 곤란하게 된다. 아직은 이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심각성을 모르는데 정작 일이 벌어지면 아마 도민들의 압력이 엄청날 것이다. 이미 이지사의 결단을 요구하는 여론도 많다”고 밝혔다.

다 만들어진 밥도 먹기를 꺼린다?
호남고속철도 기점역 유치 등 자치단체간 갈등을 빚는 다른 현안도 많지만 유독 행정수도건설이 이지사의 운신과 연계돼 거론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통령 공약인데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정책취지가 확실한 만큼 이래저래 눈치볼 까닭이 전혀 없다는 여론 때문이다. 이지사의 ‘행동’이 이미 늦었다는 지적은 바로 이런데 배경이 있다. 국회의원이 배수진의 액션을 보이기 전에 이지사가 먼저 당리당략을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권을 향해 ‘칼’을 뽑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이지사 뿐만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모두가 문제다. 충청권 유치가 대통령의 공약으로 제시됐고 또 엊그제 오송보건의료과학단지 기공식때처럼 대통령이 기회있을 때마다 이를 확인해 주고 있는데도 대응하는게 영 소극적이다. 서울에 올라가서 특별법 통과를 부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자치단체장 스스로가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다른 현안은 지역이기주의나 지역갈등이 염려된다고 하지만 행정수도건설은 이미 국가가 결정한 것이고, 국회가 손만 들어주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특정 정당이 자기 당의 내년 총선전략 때문에 곁눈질을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응징을 해야 하고, 그 전면에 도지사가 나서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 특별법 제정이 무산된다면 이지사도 자리에서 물러날 각오를해야 할 것이다”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27일 오송보건의료과학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노무현대통령이 충북도민과의 대화도중 옆자리 이원종지사에게 “소속정당이 어디시냐”고 물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지역에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정치권에선 현재 확산되는 자치단체장의 정당추천 무용론 여론에 맞춘 발언일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한켠으론 신행정수도와 이지사간의 역학관계를 주시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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