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주민만 피해보고 마는 '부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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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원주민만 피해보고 마는 '부실 프로젝트'?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10.1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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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예정지 허허벌판, 정부청사 한 곳만 공사 중
행복도시건설청 주변 상가 썰렁하고 아파트공사도 중단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세종시 예정지 전경. 원주민이 이주하고 난 자리가 허허벌판이다.

세종시 건설 문제가 급기야 곪을대로 곪아 국정감사장에서 터지고 말았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참았던 말들을 격하게 쏟아내지만 여당은 점입가경이다.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녹색성장첨단복합도시'로 변경하는 내용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법안 명칭도 '녹색성장첨단복합도시건설 특별법'으로 할 예정이라는 것. 이렇게 되면 그간 공들였던 세종시는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녹색성장 옷을 입은 전혀 다른 도시가 생겨나는 것이다. 녹색성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외치던 바로 그 것. 지난 8일 세종시 현장을 다녀왔다.

정부청사 단 한 군데서 공사 중
청주시내 상당공원 앞에서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건설청)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벌써 몇 차례 가본 곳이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세종시가 의욕적으로 건설된다면 여기저기 망치소리가 들릴 테지만, 별로 그렇지 않았다. 세종시가 죽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행복도시건설청까지 가는 길에는 여러 개의 표지판이 있다. 그러나 주변은 허허벌판이다. 건설청 약간 못 미쳐 오른쪽에 성남고등학교 신축공사가 한창일 뿐이었다. 건설청 주변에도 최근 신축된 건물은 없고 원래부터 있었던 고만고만한 식당과 슈퍼, 약국, 철물점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면 상가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믿고 있던 주민들은 손님이 없자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상인 송인수 씨는 “행정기관이 모두 내려온다고 해서 큰 기대를 걸었는데 요즘 잘 안되는 모양이다. 우리 상인들도 실망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도 세종시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루빨리 제대로된 도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딱 한 군데, 정부청사 공사로 유일하게 진행되는 곳이 있었다. 건설청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행정도시 정부청사 1단계 1구역 건립공사 현장’이 나온다.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사진촬영과 방문이 이뤄진다. 입구에는 ‘행복도시의 상징 정부청사’ ‘안전의 상징 정부청사 현장’이라는 큰 글씨가 붙어 있었다.

   
유일하게 진행되는 정부청사 공사. 1단계 1구역 공사로 현재 공사실적이 7%에 불과하다.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공사진행은 더뎠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공사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날은 추석이 지난 뒤 5일이나 됐음에도 공사 관계자는 추석연휴 때문에 일부 공사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시의 1단계 1~2구역과 2단계 정부청사 건립 전체 건축비는 1조2300억원이나 이 중 1단계 1구역 공사에 634억원이 투입됐을 뿐이다. 현재까지 7%에 불과한 공사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면적 60만제곱미터 중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곳은 4만제곱미터. 이를 보더라도 극히 일부에서만 신축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민간업체가 매입했다는 부지는 삽질 한 번 이뤄지지 않은 벌판 그대로 였다. 세종시는 물건너 갔다고 보는 주민들이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2012년 입주예정인 1단계 2구역 재경부·기획예산처·해양수산부·농림부·건설교통부 등의 공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첫마을 아파트 공사는 건설사들이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중단된 상태고, 원주민 이주대책 또한 2009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용도별 택지분양을 계획하고 있을 뿐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건설청 홍보관은 번쩍번쩍
홍석하 행정도시백지화음모저지충청권비상대책위 사무처장은 “세종시의 정상적인 건설을 나타내는 척도는 정부청사·시청사·지방공공시설·문화복지체육시설·첫마을 시범단지·원주민 이주대책 수립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토목공사를 끝내고 이제는 건축공사를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런 식으로 가면 2011년이 돼도 원주민 주택만 건설되고 공공시설이나 각종 시설은 건립되지 않아 정상적인 생활환경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첫마을 입주는 2010년 예정으로 돼있지만, 2년 이상 늦어질 것이라는 게 주민들 말이다. 현재 연기군 남면과 공주시 장기면 주민들은 거의 이주했고, 연기군 동면·금남면은 일부 이주하고 일부는 거주하고 있다. 결국 세종시는 원주민만 피해를 보고 마는 프로젝트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행복도시건설청내의 화려한 홍보관. 세종시의 미래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종시가 이렇게 꼬여만 가고 있음에도 건설청 내의 홍보관은 ‘행복도시 세종’을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세종시는 구체적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저탄소 녹색성장 시범도시, 첨단정보통신기술이 내재된 미래도시,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런 개념을 형상화한 화려한 전시물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실제 조감도를 보면 공원·녹지·하천 같은 자연요소들이 도시 중심을 차지하고 주변에 공공기관, 주거시설, 기반시설, 학교·청소년시설들이 병풍처럼 들어서 있는 그림같은 도시는 한 번쯤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든다. 첨단기술을 이용해 만든 전시물들은 여기저기서 번쩍거렸다. 연일 세종시의 몰락이 핫 이슈로 다뤄지고 있지만, 방문객들도 끊이지 않는다. 이 날은 부산시 신규공무원 160명이 단체로 홍보관을 관람했다.

정진철 건설청장의 “수도권도 지방도 다같이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주춧돌을 세우는 것, 바로 행복도시가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중앙행정 기능과 함께 첨단지식기반, 대학·연구, 의료·복지, 과학 비즈니스, 문화·국제교류 등 자족기능을 갖춘 인구 50만의 행복도시 건설은 도시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라는 안내책자 인사말은 공허하기만 하다. 건설청의 한 직원은 “세종시가 삐걱거리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안타깝다.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잘 모른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소문이 사실로 입증되는 것 같아 불안하고 속상하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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