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빠진 충북경찰청 국감 ‘화기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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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빠진 충북경찰청 국감 ‘화기애애’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9.10.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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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범죄 발생·교통사망사고 감소 칭찬에 인사불이익 옹호
인사고과 체계·경찰관 비위 증가 등 지적이 고작 ‘맥빠져’

19일 충북도 국감 직후 자리를 옮겨 열린 충북지방경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는 날 선 공방 대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무심천 40대 주부 변사사건과 같이 미제로 남은 강력사건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한 송곳 질의가 나오지 않겠냐는 관측과는 달리 칭찬과 격려가 쏟아지는 등 맥 빠진 국감이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 충북지방경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는 이렇다 할 쟁점 없이 칭찬 일색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돼 지역현안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인 충북도 국감과 대조를 이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홍재형 의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끈 민주당 홍재형 의원(청주상당)은 충북지방경찰청의 근무실적을 소개하면서 경찰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홍 의원은 “충북의 5대 범죄 발생비율이 13.4% 감소한 반면 검거건수는 14.4% 증가했고 미해결사건도 없는 등 적극적인 근무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사망자도 획기적으로 감소했다”며 “충북청보다 훨씬 큰 서울청이나 경기청을 누르고 전국 경찰 호신·체포술 무도 사격대회에서 우승해 자랑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 의원은 특히 “1명의 경찰이 1개의 경로당을 책임지고 범죄대처 교육과 교통지도를 비롯해 노인보호에 앞장서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1경1노’제도의 정착을 위한 예산지원책을 요구했다.

또한 “인구가 비슷한 강원도와 전북 등과 비교하면 총경 승진 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특히 또한 지역에서 경무관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런 현실을 본청에 적극적으로 건의해야 할 것”이라고 인사불이익에 대해서도 힘을 실었다.

교통안전대상·무도대회 우승 칭찬 잇따라

충북지방경찰청 국감장에서는 홍재형 의원 뿐 아니라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칭찬 멘트를 쏟아냈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은 충북경찰청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 전국 1위를 차지해 수상한 선진교통안전대상과 전국 무도사격대회 종합우승 등을 거론하며 칭찬으로 질의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또 “자동차관리법 적용을 받지 않아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되는 50㏄ 미만 오토바이 관리제를 실시해 도난과 분실 사고가 크게 줄었다”며 “이것도 칭찬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김희철 의원도 국제경찰장회의(IACP)가 수여하는 치안대상에서 충북경찰청의 ‘과학치안을 통한 차량절도 예방 프로젝트’가 차량도난방지 부분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격려했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은 준비한 질의에 앞서 ‘격려의 얘기를 하겠다’며 5대 범죄 발생 감소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성과를 소개하며 “충북경찰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유 의원은 특히 어린이 교통하고 예방과 관련, 자신이 관심을 갖고 지원을 추진하는 녹색어머니회를 거론하며 회원활동시 부상을 대비한 보험가입 확대를 특유의 부드러운 화법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지적’도 민감한 내용 없어

충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지적들 또한 그다지 민감한 내용이 없었다.

유정현 의원은 충북지역 가정폭력이 2006년 248건에서 지난해 320건으로 3년 사이 30%가 증가했고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사행성 게임장이 늘어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이는 전국적인 추세로 경찰청 본청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관할 구역 면적에 비해 크게 부족한 방범용 CCTV 설치 확대를 주문하는 등 충북경찰청의 애로사항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도내 금융사기와 사이버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고소고발 사건중 87.8%가 불기소 처분되는 등 고소고발 남용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같은 당 이윤석 의원은 “충북경찰의 절도범죄 검거율이 저조한데 이는 살인이나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에 비해 인사고과 반영 비율이 낮기 때문 아닌가”라며 “인사고과 반영 점수를 사건별로 구분하기 보다 사건에 관계없이 검거건수에 따라 배정할 필요가 있다”며 박기륜 청장의 의견을 물었다.

같은 당 최인기 의원은 충북경찰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긴급체포 건수가 2007년 904건에서 지난해 580건으로 크게 줄었지만 최종석방률은 오히려 13% 증가했다”며 “이는 긴급체포를 남용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권침해 측면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은 “도내 110명의 에이즈환자중 3명이 행방불명 상태인데 이들의 소재파악에 경찰이 나서야 한다”며 이에 대한 대책과 함께 금융기관 10곳 중 8곳에 상주 경비인력이 없고 제2금융권 영업점의 상주 경비인력 배치율은 고작 3.9%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충청북도에 대한 국감시 정우택 지사는 도립오케스트라 단장 선임문제와 관련해 정보보고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경찰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등 질의가 이어졌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언론 주목 않는 지방청 국감 올인 안해?
충북도와 비교, ‘칭찬 국감’ 반응 각양각색
 

충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불과 몇 시간 전 충북도 국감에서 지역현안을 두고 날 선 공방을 치르고 온 터라 두 국감장의 분위기는 더욱 비교됐다.

충북청 ‘칭찬’ 국감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선진교통대상과 무도대회 우승 등의 소식이 국감 직전에 전해졌고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등 이렇다할 ‘지적거리’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경찰청 국감이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는 것도 한 요인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번 충북청 국감에서는 의원 대부분이 통계자료를 이용하는 데에 그쳐 현안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덕담이나 칭찬으로 질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부처나 몇몇 광역단체 정도가 중앙언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지방경찰청 국감까지 치밀하게 준비하지는 않는다”며 “더욱이 경찰청 본청 국감이 끝난 마당에 지방청에 무게가 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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