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통합 ‘충북도 이번에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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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청원통합 ‘충북도 이번에도 반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10.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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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통합시도 때마다 ‘겉으로는 중립, 속으로는 반대’
정 지사, 국감시 반대의견 표명하며 행정구역개편과 같이 취급

   
청주청원통합과 행정구역개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둘을 동일시하는 시각들이 많다. 통합은 주민편에서 주민들이 결정하는 지방자치의 결정판이다. 사진은 청원청주통합홍보대사 발대식.

청주·청원 통합 여론조사가 바짝 다가오면서 통합의 구체적인 수순이 시작됐다. 주민의 대의기구인 청주시의회와 청원군의회가 대화와 토론을 통해 통합여부와 방법 등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보았으나 군의회는 돌아앉아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고용길 청주시의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김충회 군의장에게 만나자고 제안했으나 만남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남상우 청주시장은 지난 14일 여론조사에 즈음하여 ‘65만 청주시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표면상으로는 통합 찬성측인 청주시에서 통합반대측인 청원군을 압박해 양 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갈등현상을 빚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갈등도 있다. 하지만 통합여부를 결정하려면 한 번은 치고 받는 싸움이 있어야 한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는 뜻이다.

“찬성은 풀고 반대만 규제한다”
그런데 충북도는 지난 10일 청주·청원, 괴산·증평의 자치행정과장 회의, 이어 12일 부단체장 회의를 소집했다. 통합 여론 때문에 지역 분열 양상이 있는 만큼 자제하고 공무원은 중립을 지킬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5일에는 도 자치행정과에서 점검반을 조직해 4개 지역을 방문했다. 지방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없는가 점검했다는 게 청주시 관계자의 말이다. 이에 대해 겉으로는 점검이지만, 속으로는 내심 통합 여론을 가라앉혀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청주지역의 모 인사는 “광역지자체는 기초지자체의 갈등을 해결할 책임이 있다. 그러면 통합이 거론되는 지역의 대표들을 불러 토론의 장을 열어줬어야 했다. 무조건 그만 얘기하라고 가라앉힐 것이 아니라 10년 묵은 숙원을 해결하려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대안인지 토론을 시켰어야 했다. 충북도와 도지사가 양 지역 통합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매번 이런 식으로 방해하고 마는 것”이라며 “청주·청원이 통합되면 충북도는 경쟁력있는 지자체를 갖게 된다. 기업을 유치하거나, 정부의 대규모 사업을 따내거나, 광역교통망을 수립할 때 통합 청주시는 충북을 대표하는 수부도시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북도와 정우택 지사는 청주·청원의 통합 여론이 들끓어도 이에 관한 언급을 피해왔다. 정 지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청주는 통합 찬성, 청원은 반대쪽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19일 국정감사장에서 반대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서울 중랑 갑)이 “일부 공무원들이 통합 반대에 서명을 한 사실을 아는가. 공무원들이 찬성이든 반대든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지 않은가”라고 묻자 “그렇다. 행안부에서 찬성쪽은 풀어놓고 반대쪽만 규제하고 있다”고 답변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행안부에서 반대쪽을 강제적으로 제재한다고 했는데 사실이면 매우 큰 문제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놓아라”라고 말하자 정 지사는 “언론에서 접한 것이다. 찬성쪽은 고발을 안하고 반대쪽만 고발하는 것은 형평성원칙에 어긋나지 않는가”라고 답변했다. 두 사람은 ‘데이터를 내놓아라’ ‘없다’며 한동안 설전을 벌였다. 또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서울 구로 갑)이 “통합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반대한다. 지사는 중립적이라고 했는데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道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관여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오히려 갈등만 확산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에 청주청원통합이 무산되면 식지않고 언제든지 대두될 것이다. 10여년을 끌어온 주민 숙원사업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직능단체들의 통합서명운동 장면.

충북도, 道 폐지론 들고 나와 반대
그동안 청주·청원 통합에 대해 함구해 오던 정 지사는 행안부가 일방적으로 행정구역개편을 몰아붙인다며 부정적으로 말하는 의원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정부가 道를 폐지하는 행정구역 개편의 1단계로 지자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민주당 김희철 의원(서울 관악을)의 말에도 동의하며 “그런 통합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행정구역개편 방안과 청주·청원의 통합은 다른 문제다. 청주·청원 통합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필요성에 의해 주민 숙원문제로 대두돼 왔다.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원 145명은 지난 9월 14일 정부의 행정구역개편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신중앙집권을 초래하고 지방자치를 퇴보시킨다는 의미에서 반대하나 일부 지자체의 자율통합에 대해서는 찬성입장을 나타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도 청주·청원 통합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져 안타깝다며 양 지역의 통합 찬성을 분명히 했다.

양 지역의 통합은 이미 익을대로 익어 누구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청원군 지역의 기득권세력들이 “통합하면 세금 올라간다” “통합하면 청주시민들에게 소외된다” “통합하면 군지역으로 혐오시설만 들어올 것이다”는 논리적 근거가 없는 얘기들을 되풀이하며 주민들을 통합반대쪽으로 몰아가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만일 이번에 통합이 부결될지라도 이 문제는 언제라도 다시 대두될 현안이라고 보는 의견들이 많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 지사는 청주·청원 통합을 정부의 행정구역개편과 같이 취급하고 있다. 충북도 국정감사에서 행안부의 밀어붙이기식 통합을 비난하며 행정구역개편의 문제점을 거론했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행정구역개편안을 들고 나오지 않았어도 양 지역의 통합 논의는 식을줄 모르고 대두됐을 것이다.

지난 2005년 통합 주민투표가 붙여졌을 때 이원종 전 지사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겉으로는 양 지역의 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통합지원팀을 운영한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치밀하게 반대했다. 충북도는 양 지역이 통합하면 道가 폐지될 것이라는 ‘충북도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주민투표로 가기 위한 일정 하나 하나를 트집 잡았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으나 청주·청원의 역사를 안다면 통합을 도와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송재봉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행정구역개편은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거나 불합리한 행정구역을 개선하려는 의지에서 나온 게 아니다. 행정의 계층을 축소해 광역화로 가자는 데 목적이 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가 과도하게 지방정부를 간섭할 소지가 있다. 그러면 지방자치는 대폭 축소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청주·청원 통합은 살면서 불편한 행정구역을 개선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둘의 개념은 매우 다르다. 행안부가 제대로 하려면 행정구역 재조정이 필요한 지역을 조사해서 구역 개편작업을 했어야 했다”면서 “청주·청원의 통합은 이미 10여년 동안 검증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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