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과 백성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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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살림과 백성 살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9.10.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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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고려대 교수, 조치원 마을 이장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2008년 말 현재 ‘사실상 국가부채’가 (직접적 국가 채무 308조의 5배에 가까운) 1천 439조원으로 급증, 사상 최대 규모라 말했다. 국민 1인당 빚이 무려 3천만원에 이른다.

 ‘사실상 국가부채’란 국가의 직접 부채 외에 보증채무,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 통화안정증권 잔액, 공기업 부채 등 사실상 정부가 책임져야 할 광의의 국가부채다. OECD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지표다.

그는 “1997년에 368조원이었던 사실상의 국가부채는 DJ정부를 거치면서 2002년 말 925조원을 기록했고, 참여정부 말인 2007년 1천 295조 원에 달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증가속도는 OECD 평균의 11.6배에 달한다.”고 지적하며, 대선 공약과 달리 방만한 재정을 운영하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GDP 대비 사실상의 국가부채 비율이 1997년 74.9%, 2002년 135.2%에 이어, 2008년 말엔 140.7%로 급등했다”고 한다.

 사실상 부채 140%란 이미 ‘준(準)파산상태’다. 여당 의원이 정부의 국가 재정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따지고 보면 ‘경제를 살리자’며 등장한 현 정부는 ‘경제’의 원 뜻인 ‘경세제민’ 즉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살린다’는 본연의 과업은커녕 나라 전체의 살림살이도 제대로 균형을 잡아나가지 못하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갈수록 높은 빚더미에 앉아 파산 직전이다.

최근엔 OECD조차 한국의 ‘재정적자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최고’라며 경고한 바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현 정부에서 직접채무가 2010년에 40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으며, 무려 22조원이 넘는 ‘4대강 사업’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기면서 ‘사실상 국가부채’는 2010년에 1,500조원을 크게 웃돌 것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백성의 살림살이는 어떤가? 2009년 6월 말 우리나라 가계신용, 즉 가계대출액과 판매신용액은 모두 697.7조 원으로, 2/4분기 중에 14.1조원증가했다. 전분기 대비해서는 4.6조원 줄었으나 전년 동분기 대비해서는 19.8조원이나 증가했다. 주택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13.8조원이나 증가한 것이 주 원인이다. 게다가 자녀 교육비나 의료비 지출 역시 가계엔 큰 부담이다.

다시 말해, 주거 문제, 교육 문제, 의료 문제의 해결과 관련하여 백성들이 ‘유혈적으로’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말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면서 일반 서민들에겐 고용과 소득은 하방 정체되나 생활비 지출은 급증해, 생활고 비관 자살이 잇따른다.

2009년 10월에만도 남편, 아들과 함께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가 혼자 살아남은 40대 주부가 살인 혐의로 구속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고, 생활고를 비관해 가출한 사람들이 자동차 속에서 동반 자살하기도 했다. 가정불화에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가정 파탄을 비관한 30대 젊은 엄마는 두 자녀를 죽이고 자신도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슬픈 일이다.

나라 살림이든 백성 살림이든 공통점은 ‘살림’에 있다. 백성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정치가 바른 정치다. 자연스레 흘러야 할 강은 빚까지 내어 22조 이상 투입하여 ‘삽질’로 죽이려 하는 반면, 나라의 법으로 만들기로 한 ‘행정도시’는 사실상 죽이려 든다. 백성들은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천문학적인 빚을 지면서도 사람을 죽이고 자연도 죽이면서 ‘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장기 계획을 세워 나라 빚을 줄여나가면서도 ‘빈익빈 부익부’ 나라를 ‘두루 행복한’ 나라로 바꾸기 위해 백방으로 땀을 흘려야 한다.

재물 중독과 권력 중독을 벗어나 기득권을 포기하기만 한다면 모든 일은 강물 흐르듯 바로 흐를 것이다. 기득권 중독 상태에서는 나라 살림도, 백성 살림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이걸 명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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