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보수독점 담론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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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보수독점 담론을 넘어
  • 충북인뉴스
  • 승인 2009.10.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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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

   
다른 지역 사람들은 선거 때마다 충북을 이상한 지역이라고 한다. 충북은 총선에서는 대체로 개혁세력에게 지지를 보내는 반면, 지방선거에서는 압도적으로 보수세력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해하기 힘든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국 변화에 따른 예외적 현상일 뿐, 개혁·진보세력이 충북지역을 실제적 측면에서, 담론적 측면에서 반분하고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충북은 타 지역보다 월등하게 보수 헤게모니·보수 지배적 담론을 넘어 보수 압도·보수독점 담론 지역이라고 할만하다.

변호사를 개업하고 나서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가입을 요청하는데 그 단체 모두 보수 일색이고, 지인들이나 거래처 모두 보수적 언술체계에 익숙하다. 지역의 정치인이나 정치지망생들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실례로 당선을 위한 임시방편으로 일시 민주당계 당적을 가졌던 모 인사는 그 이후 지역생활을 하면서 이때의 선택을 인생 큰 실수로 후회했고, 민주당계로 출마를 했던 유력 인사는 한나라당 후보의 가능성을 계속 타진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군을 분석한 기자들도, 다음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예전처럼 지역구마다 한나라당 후보자들만 난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해 계산이 장사꾼 뺨을 칠 만큼 빠른 정치인들이 본질적으로 한나라당을 적극 선호한다는 것은, 바로 지역의 실제 사회 권력층이나 여론 주도층이 보수 일색이고, 지역의 이데올로기적 경향이나 멘탈리티가 보수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보수·개혁·진보 어느 세력이 헤게모니를 갖는가, 어느 담론이 지배적인가 하는 것은 사실 시민들의 이해관계나 시민의식을 반영한다기보다는 실제는 담론의 창출자, 주도자 등이 만들어내고 주도하는 허위일 가능성이 많다.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관계, 이데올로기적 정향, 멘탈리티 등에 맞게 사회의 주류 담론을 유도하거나 마치 그것이 시민 전반의 주류 담론인양 선전하는 것이다.

보수담론이 독점적 담론이 되면 그 반대편의 이익, 담론, 의제가 압살된다는 문제를 안게 된다. 보수 정책을 무의식적으로 따르게 되면, 종국에는 반대편의 서민, 약자, 빈곤층, 소수자의 이익은 외면될 수밖에 없고, 이들을 위한 담론, 제안, 비판은 실제 정책으로 선택될 수 없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사회 한 지역에 독점적 담론이 없고 경쟁하는 담론이 존재해야, 소수자·반대자·약자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고, 양 세력의 담론이 서로 다투고 견제하고 비판하고 이해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 사회, 한 지역이 부패되거나 퇴화되지 않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선배 변호사가 지역 변호사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수가 되어야 한다고 충언하였지만, 필자는 후배 변호사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내 고향 청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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