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친환경적인 개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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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친환경적인 개발이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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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3지구 택지개발사업 “생태계의 보고 파괴된다” 토론회서 주장
“청주의 심장 구룡산 자락 살려야 한다” 이구동성

청주시 산남3지구의 택지개발 사업이 도마위에 올랐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원흥이두꺼비마을생태문화보전시민대책위는 지난 27일 상당구청 2층 대회의실에서 ‘청주시 친환경적인 택지개발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하나같이 청주시의 택지개발 사업이 시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개발논리에 부합돼 진행된다고 성토했다. 이 자리에는 원흥이마을 주민들도 참석해 토론회를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청주시, 너무 수동적이다”

“청주시 도시기본계획에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보전의 도시를 주요 계획 목표로 삼고 있으며 친환경적인 도시개발지표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으나, 실제는 친환경적인 지표들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도시계획선은 자연지형을 심하게 파괴한 직선으로 연결돼 있고, 청정도시 지향에 대해서도 자치단체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수동적인 입장이 특히 그렇다.”

윤송현 원흥이대책위원회 실행위원장의 말이다. 윤 위원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산남3지구 택지개발 계획에 대한 문제로 도시계획선이 인위적으로 설정되어 구룡산의 7∼8부 능선이 절개된 곳이 많은 점, 최근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성화2지구에 구룡산이 많이 포함된 점, 그리고 구룡산의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그는 또 형식적인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생태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두꺼비 생태보전이 생태통로를 확보하는 선에서 그친 것도 지적사항이라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윤 위원장의 말이다. “원흥이 방죽과 자연형 하천의 수량확보 대책이 미비하고, 문화유적 발굴에 대한 대책없이 사전분양된 것도 문제다.”

자연파괴 최소화해야

이어 임병무 중부매일 논설위원은 “한반도의 척추인 백두대간이 허연 뼈를 드러내고, 도시의 허파인 자연녹지가 뭉턱 뭉턱 잘려나가며 중요한 문화유적이 사라지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직지를 찍어낸 흥덕사지는 절반이 깎여나간 상태에서 구사일생으로 나머지를 건졌다”며 “산남3지구는 금강경 목판본을 찍은 원흥사가 존재할 가능성이 커 역사환경과 생태환경이 결합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지표조사나 시굴조사에서 원흥사터로 확정지을 만한 유구나 유물은 나오지 않았어도 연꽃무늬 수막새라든지 당초무늬 암막새 등이 나온 것을 보면 심상치 않다는 것.

협궤열차가 눈보라를 뚫고 알프스의 몽블랑 정상까지 운행, 만년설로 뒤덮인 산에서 에델바이스를 보여주는 스위스의 ‘자연파괴 최소화 원칙’을 소개한 그는 결론적으로 개발과 보존, 문명과 자연, 역사와 현실이 손을 잡고 기존의 역사환경과 생태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임병무 논설위원은 건물이 파괴되면 복구할 수 있지만, 역사환경과 생태환경은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한편 박창재 청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제는 주택보급에 있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어 주택의 양적 충족을 위한 개발일변도 정책은 필요없다. 앞으로는 거주환경의 질을 우선적으로 하는 도시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하고 수요자의 요구에 맞을뿐 아니라 지방적 특성을 살리며 자연지형을 고려할 것도 요구했다.

그런가하면 박국장은 녹지공간의 연계 시스템과 보·차분리, 상업지역으로부터의 보호 등 쾌적한 환경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 신경써야 하고 개별이해 집단의 이익에 치중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리모델링지구, 수변경관지구, 자연경관지구, 역사문화지구, 위락지구 등을 지정해 지역별로 특화된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산남3지구 개발에 대해서는 “구룡산 자락이 청주의 허파이며 심장, 생태계의 보고인데 여기에 칼을 꽂을 수 있느냐”며 보존 대원칙을 제시했다.

토지공사·시 관계자 “잘하고 있다”
토론자들 “기대에 못 미친다” 논쟁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김회당 한국토지공사충북지사 개발과장과 신필수 청주시 도시건설국장의 답변 내용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토지공사충북지사는 산남3지구 개발 주체이고 청주시 도시건설국은 이에 대한 행정적인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기 때문.

이 자리에서 김회당 과장은 “토지공사에서 산남3지구에 2300억원을 투입하는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토지공사는 모든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며 “마치 구룡산 전체를 개발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구룡산 자락 중 논과 맞닿아 있는 부분만 손을 대는 것이고 이는 전체의 2∼3% 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원흥이마을 주민들에게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위로금을 줄 의향은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 김과장은 “이미 보상이 98% 이뤄졌고, 아직도 못받은 사람은 법적인 한계를 넘어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위로금은 규칙상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산남3지구 공사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 김과장이 ‘두꺼비’ 때문이라고 하자 참석자들은 모두 토지공사가 자초한 부분이라고 항변했다. 박종룡 청주시의원은 이어 토론회 자리에 토지공사에서 보다 책임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은 것을 꼬집기도 했다.

신필수 도시건설국장은 이 날 청주시가 친환경적인 개발과 원흥사 절터를 발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역설했다. 하지만 토론자와 원흥이마을 주민들의 중론은 시의 노력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며 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생태계의 보고인 산남3지구 자연을 살리는데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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