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자식들 충북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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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자식들 충북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10.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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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청주국제공항 미사일 ‘이럴 수가~’
“첨복단지평가서 대구 1위 놀라워” “충북출신 대통령 만들자” 여론도

충북은 이명박 정부들어 철저히 버림받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 백지화 움직임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약속 불이행, 수도권 규제완화, 충북출신 인재등용 소홀 등 충북은 많은 부분에서 ‘찬밥대우’를 받았다. 그 게 도민들의 공통된 정서다. ‘3% 경제’라는 낮은 도세가 말해주듯 역대 정권하에서도 우대를 받아본 적이 없는 충북이지만, 이 정부는 특히 충북을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부는 참여정부 때 약속했던 사항마저 원점으로 되돌려놓고 말았다. 때문에 충북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매우 낮다. 미디어오늘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충남 15.3%, 광주 17.8%에 이어 충북은 18.4%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 33.0%에 훨씬 못 미치는 낮은 지지율이다. 현 정부에 대한 충청권의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지는 이 정부들어 충북이 당해온 설움을 취재했다.

   
아무리 정치인의 공약은 ‘빈 약속’이라고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전·후 태도는 놀랄 만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정상추진과 충청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설치는 간데없이 사라지고 화려한 말만 허공에 메아리치고 있다. 사진은 대선 때 청주 육거리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정부에 대한 충북도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성격이 ‘온순하다’고 소문난 충북도민들이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백지화 움직임. 지난 26일 출범한 ‘행정도시·혁신도시 무산저지 충북비상대책위’는 27일 연기군청과 조치원역 광장에서 잇따라 열린 궐기대회에 참석했다. 이 날 충청권 전체 약 1만명이 모인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행복도시 원안추진을 소리높이 외쳤다. 도민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행복도시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고 ‘경상도나 전라도 사람들 같으면 참겠느냐’는 말이 오갔다. 본격적인 행동계획을 세운 것은 이달 들어 대통령의 행복도시 무산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부터.

다시 말하지만 행복도시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충청권 발전을 위한, 충청권에 ‘떡’ 하나 주자는 대책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수도권은 행복도시 건설을 내놓고 반대하고 영남권과 호남권은 관심조차 없다. 충북에서는 특히 이 대통령의 반대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와 취임 후 몇 차례에 걸쳐 행복도시 원안추진을 약속했다. 그런데 최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 타협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하며 행정도시 원안수정을 거론한데 이어 “행복도시를 포항과 구미와 같은 산업도시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도민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대선 전과 대선 후 확 바뀐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오리무중이다. 이 벨트는 행복도시-대덕연구단지-오송생명과학단지-오창과학산업단지 등을 하나로 묶어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당초 이 대통령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중심에 아시아기초과학연구소를 두고 산하에 신물질개발센터, 미래첨단장비개발센터, 사이언스비즈니스네트워크 등 각종 기관들을 배치하겠다고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2007년 11월에 KIST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처음으로 약속했다.

이어 같은 달 충청지역방문 공약설명회 때 의지를 재천명했다. 그러던 이 대통령은 약속을 슬그머니 저버리고 전국을 대상으로 입지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특별법은 국회에 계류중이다. 충청권에서는 이 법에 입지를 충청권이라고 명기할 것을 주장하나 이런 사실이 빠져 첨단복합단지 선정 때처럼 또 한 바탕 난리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8월 10일 충북은 그토록 소망하던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를 오송에 유치했다. 그러나 대구와 복수선정 되면서 기쁨은 반감되고 말았다. 더욱이 대구가 전체 10개 지역 중 1위를 하자 충북지역은 정치력에서 밀렸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대구에 비해 오송 생명과학단지는 처음부터 적지로 부상했다. 이미 97년에 국내 유일의 국가지정 보건의료산업단지가 됐고 그에 상응하는 국가기관들이 입주하기 때문에 첨복단지를 다른 곳에 만드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오송이 충북이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이 오송단지라는 게 한결같은 얘기였다.

이에 반해 뒤늦게 첨복단지 유치전에 뛰어든 대구·경북은 우수한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내세우고 그 위에 정치적 영향력을 더해 선정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오송보다 병·의원과 의료진이 많은 것은 인정하나 다른 부분에서는 오송이 월등히 앞섰기 때문에 도민들은 아직도 복수선정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 특히 정부는 평가항목은 공개하고 이에 따른 가중치 점수는 발표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그리고 최종 실사과정에서도 평가단을 2개로 나눠 진행,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달 대구와 오송 양 지역을 어떻게 특성화하고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두 개 지역을 선정하는 바람에 충북은 대구와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예산과 기능을 어느 한 쪽, 특히 대구로 몰아주지 않는가에 대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 그 외 유력 정치인들의 고향이 대구·경북이 라서 정치적으로 열세에 있는 충북으로서는 첨복단지의 정치적 결정을 가장 우려했다. 그러나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 됐다. 대구는 A그룹으로 일찌감치 분류해놓고 오송은 아예 다른 그룹인 B그룹에 넣은 뒤 B그룹끼리 경쟁하도록 한 점은 대구와 오송을 비교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뒷얘기도 있다. 수도권과밀반대범충북협의회는 “만약 대구가 2위로 올라갔다면 첨복단지 위원 투표에서 대구선정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누가 봐도 선정이 확실한 충북 오송을  2위 그룹에 포함시키고, 대구를 1위로 선정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청주국제공항을 민영화한 충북은 패트리어트 미사일기지를 선물로 받았다. 민영화가 되자마자 국방부는 아무도 몰래 미사일기지 건설을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공항에 미사일기지가 설치되면 유사시 북으로부터 가장 먼저 타깃이 된다. 사진은 공항공사청주지사의 공항 민영화 반대 집회 모습.

공항민영화이어 미사일배치로 계속 실망

첨복단지의 오송 선정으로 기쁨반, 아쉬움 반이 교차하던 중 충북은 올 여름 청주국제공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사실을 맞닥뜨렸다. 안 그래도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청주국제공항 민영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충북경실련은 “공항은 수익성으로만 평가될 수 없는 공공서비스 영역이다. 우리는 상업화 논리로 추진되는 정부의 무분별한 공항 민영화 계획을 반대한다. 공항을 기업에 팔아 넘기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지방공항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지역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청주공항의 물류공항 기능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도 정부는 힘없는 충북의 공항을 민영화 계획에 포함시키고 충북도는 수용했다며 반대 목소리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한편 미사일이 배치되는 곳은 구체적으로 청주공항내 공군부대 북쪽 16만5000여㎡ 부지다. 이 부지는 1978년 공군부대가 들어선 뒤 32년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채 풀만 우거졌던 공군부대 소유 땅이다. 바로 옆에는 화물청사와 2004년 입주한 LG상사의 헬기 정비공장, 그리고 민간 항공기 활주로와 인접해 있다. 특히 이곳은 충북도· 시민단체·한국공항공사청주지사 등이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항공기정비센터(MRO)가 들어설 예정지여서 자칫하면 이런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마저 있다.

또 충북도가 지식경제부에 요청한 경제자유구역에도 타격을 입히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경제자유구역은 해외자본과 기업, 우수인력을 끌어들이고 이들을 위한 정주여건 조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기지가 설치되면 청주국제공항을 출입하는 내·외국인들에게 불편함을 넘어 위협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욱 청주국제공항활성화대책추진위 사무국장은 “청주국제공항에 이런 시설을 설치한다는 것도 충북 푸대접이다. 이 시설이 들어오게 되면 공항 이용객들의 군사적 긴장감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공항 활성화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군사기밀기지를 누구나 알 수 있는 지역에 설치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면서 “청주공항은 민간공항인데 마치 군부대 공항인양 월권하고 있다. 해당지역을 군사지역으로 쓰려다 지역반발로 포기했으면 그만이지 국방부는 국방부 소유 토지라고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충북지역에서는 17전투비행단 이전 목소리가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17전투비행단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청주국제공항을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관문공항, 동북아 물류의 중심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으나 지금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홍재형 민주당 의원(청주상당)은 지난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충북도청 국정감사시 “충북도는 청주국제공항 민영화를 덥석 받았는데 돌아온 것은 미사일기지다. 이 미사일은 유사시 청주공항을 지키기 위해서 설치하는 게 아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하면서 성남에 롯데월드를 신축해 성남 공군부대는 유사시 군사공항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사일기지가 청주공항으로 오는 것”이라면서 “우리지역에 미사일기지가 들어서면 북한으로부터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이다. 미사일이 떨어지면 청주, 오창, 오송 등 어디로 튈지 몰라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고 분개했다.

푸대접을 넘어 이 정부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게 요즘 충북인들의 정서다. 이 정권의 중간평가로 치러지는 진천·음성·괴산·증평 등 중부4군의 보궐선거 현장에서도 이런 면을 읽을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해결되거나 공약을 이행하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행복도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

   
충북도민들이 행정도시 백지화 움직임을 계기로 폭발했다. ‘행정도시·혁신도시 무산저지 충북비상대책위’는 지난 26일 출범하면서 행정도시 원안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충북, 3% 경제 벗어나야 한다’
인구·경제규모·인재등용 면에서 최하위그룹
“이명박 정부들어 푸대접 극에 달해” 여론 비등 

사실 충북은 역대 거의 모든 정권으로부터 ‘찬밥대우’를 받았다. 충북은 인구와 경제규모가 전국대비 3%에 불과하다. 그리고 충북에는 눈에 띄는 대기업도 없고,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내로라하는 정치인도 없다. 그래서 ‘도세가 작다’ ‘3% 경제’라는 단어를 달고 산다. 이 때문에 소외감을 많이 느끼는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참여정부는 국토균형발전정책으로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을 제정하고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수도이전을 들고 나왔다. 비록 수도이전이 수도권의 반발에 부딪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쪼그라들었으나 도민들은 9부2처2청의 공공기관 이전을 믿었다. 이것이 좌절될 위기에 놓이자 충북 ‘푸대접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충북출신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익명의 모 씨는 “우리도 대통령을 만들어야지 억울해서 살겠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만만한 게 충북아닌가. 그간 충북의 푸대접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도민들이 이명박 정부들어 더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며 "충북의 규모는 중앙에서 볼 때 보이지도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충북출신 인재도 별로 없고, 인구도 적고, 경제규모도 작다보니 도약하지 못하는 것인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들어 기용된 충북출신 장·차관급으로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괴산)과 조중표 국무총리실장(장관급·청주), 김영호 행정안전부 제1차관(충주), 정종수 노동부 차관(옥천) 등이 있었다. 이후 올 1월 안철식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기용됐다. 그러나 현재 조중표 실장과 김영호 차관은 퇴임하고 안철식 차관은 과로로 순직해 안병만 장관과 정종수 차관만 남았다. 태어난 곳은 경남 양산이지만, 7살 때 충주로 이사와 충북출신으로 분류되는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도 지난해 말 쌀 직불금 부당수령으로 중도사퇴하고 말았다.  

이렇게 빈약한 인재풀은 중앙부처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충북출신의 한 고위급 공무원은 “충북출신은 중앙에서 기를 펴지 못한다. 학교 동문보다 더 세게 작용하는 게 어느 지역 출신이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정부는 대구·경북, 소위 ‘TK’가 아니면 출세를 하기 힘들다. 가장 단합이 안되고 숫적으로 열세인 지역이 충북”이라고 말했다.

또 충북의 낮은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인구는 4874만7000명인데 반해 충북의 인구는 152만844명으로 전체의 3.12%를 차지한다. 2007년 기준 전국 경제총생산규모를 보여주는 GRDP는 983조. 충북은 30조로 전체의 3.05%를 차지하고 있다.

조택희 충북개발연구원 박사는 “충북의 GRDP는 4% 선을 넘은 적이 없을 정도로 경제규모가 작다. 거기에 정치적인 의미가 더해져 푸대접 이야기가 나온다고 본다. 이 정부가 전국을 ㅁ자로 개발하는 초광역권 개발계획에서 충북을 제외시키면서 소외감은 시작됐다. 나중에 도민들의 반발로 내륙첨단산업벨트가 들어가긴 했지만 국가계획의 마스터플랜이라 할 수 있는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빠졌다는 것은 반발을 불러올 만하다. 이후 정책방향이 친기업적으로 가면서 수도권규제를 철폐했고, 참여정부의 국토균형발전정책을 역행하면서 행복도시 원안수정을 꾀하고 있다. 일련의 일들 때문에 도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 아니겠느냐”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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