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만 있고 계획은 없는 충주의 ‘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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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만 있고 계획은 없는 충주의 ‘물’ 전략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9.11.0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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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 무조건 유치, 역대 대회 준비·효과 분석 안 해
수상레저타운, 사업타당성·밑그림 이제부터 준비 ‘걱정되네’

세계조정선수권대회 개최를 계기로 수상레저스포츠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충주의 전략이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 없이 장밋빛 구상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주시는 세계대회를 통해 인프라 구축과 수상레포츠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한껏 높이고 이후 관광자원화 한다는 중장기적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 수상레포츠타운이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사업타당성 분석 등 치밀한 계획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주경기장 조감도.
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탄금호 주경기장은 9만㎡ 면적에 총연장 4.8㎞, 넓이 283~370m로 수상레포츠 지역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대회를 통해 주요 시설은 물론 북충주IC로부터의 진입로, 숙박시설 등 주요 인프라를 모두 갖추게 된다.
대회를 치른 뒤 이같은 여건을 수상레포츠타운 조성에 활용할 경우 부가가치 높은 관광자원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와 아시아권 대회 개최지로도 지속적으로 이용돼 최소한 해마다 3~4개 대회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충주시는 인근 문화재와 충주호, 골프장 등과 연계한 복합 레저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대회부터 유치하고 보자?

시나리오 상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 될 지에 대해 섣부르게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우선 무르익고 있는 제반 여건에 고무돼 치밀한 사업타당성 분석이나 자금 확보 방안 마련 등 구체적인 전략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탄금호 일대를 수상레포츠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사실 세계대회 유치에 나서면서 표면화 됐다고 봐야 한다. 아시아대회-세계대회-수상레포츠타운 등 시가 밝히는 계획이 당초 기획된 치밀한 시나리오가 아니라 세계대회 유치에 맞춰 계획된 청사진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충주가 세계대회 유치에 나선 것은 2007년 4월 FISA 사무총장의 권유가 계기가 됐고 그해 5월 대한조정협회가 세계대회 유치 후보지로 충주를 선정하며 본격화 됐다. 또한 탄금호 일대가 역사문화레포트특구로 지정된 것도 이듬해 4월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충주시가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노력한 점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냉정히 따져 치밀한 검토와 사전조사 과정이 생략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역대 대회의 준비상황과 경제효과, 대회 이후 변화된 모습 등에 대한 분석자료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확인 결과 충주시는 역대 대회 사례는 치밀히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대회 이후 수상레포츠타운 조성이라는 중장기적 발전 전략에 무게를 실으며 유치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대회준비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충주시가 현재 계획하는 1500억원을 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생산유발효과 1159억원임을 감안하면 흑자 대회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단순히 비용으로만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각종 사회간접시설 확충과 이미지 제고효과, 이후 진행될 수상레포츠단지 등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지역발전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레포츠타운 현실화 방안은?

충주시가 꿈꾸는 수상레포츠의 메카가 현실화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치밀한 사업타당성 분석과 이에 따른 특성화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우선 제기되는 것이 사업타당성. 탄금호 일대를 수상레포츠타운으로 개발하는데 필요한 자본과 이로 인한 경제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

현재 충주시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1시간 30분 이내 거리인 수도권을 배후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지만 확신만으로 사업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레저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타깃 고객층과 사업의 내용, 지리적 여건 등이 잘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수상레포츠 인구가 늘어난다고 수상스키나 요트 등의 사업이 무조건 성공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업의 객관적 여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마케팅을 전제로 한 치밀한 청사진”이라고 말했다.

세계대회 유치를 수상레저타운 조성까지 연계시키겠다는 충주시의 구상이 자칫 탁상공론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또다른 관계자는 “조정대회 시설과 레포츠타운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물론 진입도로와 편의시설 등 인프라를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레포츠시설은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노하우와 전략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된다. 충주가 수도권에서 1시간 30분 거리라고 하지만 이 거리의 수도권 이북지역에도 얼마든지 조건 좋은 수상레포츠 입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라’

특히 세계대회 개최를 위해 필요한 예산 1500억원 대부분을 국비와 도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충주시가 수도권 인구를 대거 유입하기 위한 수상레포츠타운 조성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대회 유치에 올인한 충주시는 수상레포츠타운에 대한 기본적인 윤곽 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탄금호를 가로지르는 금가대교를 중심으로 상류에 동력레저시설, 하류에 무동력레저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라는 정도가 지역언론을 통해 전해졌을 뿐이다.

어떤 내용으로 얼마나 큰 규모로 조성할 것이며 타 지역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비용이 얼마나 필요한지, 비용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거의 모든 것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지원을 기대할 수 없고 충주시 예산으로도 버거울 가능성이 큰 만큼 BTL·BTO를 포함한 민자유치사업에 대한 고민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A씨는 “세계대회의 효과를 수상레포츠산업으로 이어가지 위해서는 벌써부터 이에 대한 계획에 착수했어야 한다. ‘세계대회 유치에 성공하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세계대회를 계기로 충주가 수상레포츠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세계대회는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하고 수상레포츠타운 또한 허상에 그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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