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막고 눈 감은’ 한나라당 “선거 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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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막고 눈 감은’ 한나라당 “선거 때 보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11.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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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당 눈치보느라 세종시 백지화에도 ‘모르는 척’
송태영 위원장 등 안국포럼 인사들 ‘MB 뜻대로’

   
한나라당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무소신에 도민들이 화났다. '행정도시 혁신도시 무산저지 충북비상대책위'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충북도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를 죽였다. 현재상황으로는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전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러나 충북도내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과 정치인들은 침묵하거나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사람들은 이 정부의 입장과 의견을 같이 해 충북도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정부비판도 정치쟁점화?
한나라당충북도당(위원장 송태영)은 지난 4일 “세종시 원안추진이라는 충북도당의 입장과 다르게 추진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으로 세종특별자치시법의 조속한 통과와 원안 추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특히 청원군 일부지역의 세종시 편입저지를 관철하기 위해 당지도부를 설득하고 노력을 경주했다. 이제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 발표된 만큼 제대로된 명품 세종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모두가 앞장서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세종시를 정치쟁점화해서 선거에 이용하는 세력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충북도당의 “이명박 정부의 앞잡이 정운찬 총리가 한나라당 일부 세력과 수도권 기득세력을 등에 업고 행정도시 백지화를 시작했다. 임동규 비례대표가 빈껍데기 복합도시 법안을 제출하더니 정 총리가 자아도취에 빠져 온 나라를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며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을 중단하라. 이명박 정부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힌 성명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나라당충북도당은 세종시에 대한 야당의 정부비판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제정된데다 본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약속했던 세종시 건설을 최근들어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핵심인 세종시 건설이 무산되면 충북으로서는 여간 손해가 아니다.

‘행정도시·혁신도시 무산저지 충북비상대책위’는 “행정도시가 무산되면 혁신도시도 무산돼 국가균형발전정책은 폐기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되면 끈질긴 노력으로 이룬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과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오창과학산업단지,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진천·음성의 혁신도시와 충주의 기업도시, 제천의 종합연수타운도 매우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나라당충북도당은 정부비판을 정략적인 방편으로 폄훼하고 있다.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도민들의 정서다.

특히 이들이 업적으로 내세우는 청원군 부용·강내면의 세종시 편입반대는 본질이 아니다. 오히려 청원군이 적극적으로 세종시로 들어가야 충북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열매 또한 따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세종시는 충남의 기초지자체로 전락해 충북은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또한 해당지역인 부용·강내면 주민들이 모두 편입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부용면 세종시편입찬성위원회(위원장 채평석)는 요즘 행정도시·혁신도시 무산저지 집회나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중앙당에 줄서기 바쁜 사람들
한나라당충북도당의 이런 분위기는 송태영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도당이 MB직계 라인으로 개편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공보특보를 맡은 송 위원장을 위시해 윤진식 전 경제수석이 청와대 정책실장, 한대수 전 도당위원장이 중앙당 제2사무부총장 등으로 영입되면서 친이계가 충북도당을 장악하고 있는 것.

시민사회단체의 모 간부는 "충북은 친이계가 도당을 사실상 접수하다보니 지역현안이 있을 때마다 갑갑하기 짝이 없다. 다른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거세게 항의하지만, 우리지역에서는 도민들의 의견과 거꾸로 가고 있다. 이들은 의견을 수렴하기는 커녕 중앙당에 줄서기 바쁘다. 행정도시 무산 같은 중대 현안이 발생하면 정당은 정파를 초월해 지역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야당, 시민사회단체와 손잡고 지역민들의 요구를 하루빨리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 6일 정두언·백성운 의원 등 안국포럼 소속 일부 인사들과 만찬모임에서 세종시 수정 정면돌파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 수정 좌절로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만약 좌절된다면 박 전 대표 역시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본지와 인터뷰할 때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에 알파를 추가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원안에 플러스 알파라는 당론을 확인한 것 뿐이다. 오히려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은 수도권 의원들에게 수정론을 자꾸 거론할 빌미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독도는 분명 우리 땅인데 이를 쟁점화할수록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되는 것과 똑같다”고 ‘말도 안되는 논리’를 폈다. 지역사회에서 한나라당충북도당을 공격하는 것은 지역정서와 거꾸로 가는 송 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한나라당 소속 정우택 도지사나 지방의원들도 세종시에 대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정 지사는 세종시가 풍전등화 꼴을 면치 못해도 소신발언 한 번 하지 않아 그동안 비난을 받아 왔다. 정 지사는 지난 10월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의 충북도청 국정감사 때 행정수도이전이 소신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홍재형 민주당 의원(청주 상당)의 "그동안 도지사는 세종시를 위해 한 게 뭐 있느냐"는 질타가 나온 배경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 소신이라는 정 지사가 세종시 건설을 위해 한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게 홍 의원 말이다.

지역현안 대응 ‘너무 늦어’
충북도는 실제 연기·공주지역으로 행정수도가 오지 않는 한 충북으로서는 챙길 게 없다고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 고위 간부는 "세종시는 충남의 기초지자체일뿐이다. 충북은 별로 얻을 게 없고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된다. 대전이 왜 세종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가. 세종시가 와야 별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잇속은 충남이 챙기고 충북은 주변지역인 청원군 땅만 뺏기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관련법인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법적 지위와 관할지역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종시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것. 세종시를 정부직할특별시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충북도와 정치권, 도민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런 때 도지사가 세종시 카드는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서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게 지역의 정서다.

대다수가 한나라당 소속인 지방의원들 또한 지역현안 대응에 너무 늦다. 지난 4일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원안추진을 폐기하겠다고 밝히자 충북도의회는 그제서야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고 부족하다면 자족기능을 보완해 행정수도 버금가는 도시로 건설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청주시의회도 지난 2일에서야 세종시 원안추진 촉구건의안을 냈다. 그런가하면 남상우 청주시장과 김재욱 청원군수도 세종시에 대한 발언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충남에서는 이완구 지사가 세종시건설특별법 통과를 가로막은 원죄가 있긴 하지만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고, 유완식 연기군수는 한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행정도시·혁신도시 무산저지 충북비상대책위’는 지난 9일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지방의원들에게 총력투쟁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전·충남·충북 3개 시·도 지사와 정치권은 하루빨리 범충청권연석회의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와 도민들은 중앙권력 눈치나 보고 당리당략에 빠져 세종시 문제를 도외시하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때 표로 심판한다는 계획이다.

기자회견장 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앞 광장
충남·북 단체 연일 방문, 단식농성장도 설치

   
기자회견장이 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광장 앞.

충남 연기군 금남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앞 광장이 기자회견과 집회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충남·북 인사를 가리지 않고 세종시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요즘 누구나 이 곳을 찾는다. 청주시내에서도 자동차로 30분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건설청 앞에는 이 단체 저 단체가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나부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행정도시 무산음모 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이하 충청권비상대책위)’는 지난 5일 이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대선 때는 행정도시 원안추진을 약속하고 이제와서 행정도시를 포기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사기죄로 고발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들은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시 함께 했던 수도분할반대대책위의 본격적인 활동과 ‘국민회의’ 결성, 정운찬 총리가 제기하는 교육과학도시 안이 지난해 12월 2일 행정도시 반대를 목적으로 진행한 국가발전연구포럼의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한다. 행정도시 백지화는 지난 2년간 대통령과 청와대의 지휘아래 추진해 왔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선 충청권비상대책위 상임대표는 현 정권이 사기정권임이 드러난 이상 새로운 각오로 싸워야 한다며 “충청권 3개 단체장은 삭발의 의지를 보이고 당직사퇴를 검토하라. 그렇지 않으면 현 정부와 공범으로 볼 것이다. 특히 심대평 의원과 송광호 의원, 한나라당 3개 시·도당은 행정도시 사수투쟁에 앞장서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위원장(오른쪽)과 박정현 위원장이 행복도시건설청 앞 광장에 설치된 농성장에서 세종시 무산음모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현대식 건물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앞에는 최근 무허가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바로 세종시무산저지 단식농성장이다. 지난 5일 이 곳에서는 박수현 민주당 공주·연기지구당 위원장과 박정현 민주당 부여·청양지구당 위원장이 단식 농성 중이었다.

박수현 위원장은 “오늘로 단식 11일째다. 지난 5년간 진행해온 행정도시를 무산시키는 이명박 정권에 경악했다. 대통령은 명품도시 건설에 뜻이 있는 게 아니고 수도를 사수해서 정권연장을 하려는 속셈이 있다. 이명박의 백년대계는 바로 수도권의 백년대계다. 사기정권인 이명박 정권을 500만 충청권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에는 이 곳에서는 안희정 최고위원과 양승조 민주당 충남도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행정도시 백지화 음모 분쇄와 이명박 규탄투쟁 선포식’도 있었다.

신행정수도 꿈나무’ 심은 주역 어디로?
충북도청 정원에 비석도 설치, MB라인들은 모두 자취감춰

   
충북도청 안에 있는 신행정수도 꿈나무. 이 비석을 설치한 주역들이 요즘 세종시 무산저지 집회나 기자회견장에 일절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충북도청 정문 앞에서 도청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경비실, 왼쪽에는 정원과 연못이 있다. 이 정원에는 ‘신행정수도 꿈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지난 2005년 3월 29일 ‘신행정수도지속추진범충북도민연대’는 나무를 심고 다음과 같은 비석을 세웠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통해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충북도민의 노력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제정이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기초로 완전한 행정수도를 건설하려는 도민의 염원을 모아 또 하나의 씨앗을 뿌립니다. 이 나무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나 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대들보가 될 것입니다”면서 “이 나무를 신행정수도 꿈나무라 부른다”고 썼다. 이 비석 뒤에는 ‘신행정수도지속추진범충북도민연대’에 이름을 올렸던 사람들의 명단이 적혀 있다.

그러나 당시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한나라당 핵심 멤버 모 씨와 그 외 한나라당 관계자들 은 요즘 행정도시무산저지 집회나 기자회견장에 일
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때문에 MB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사람들의 행동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행정도시를 기초로 완전한 행정수도를 건설하려는 도민의 염원을 모아 또 하나의 씨앗을 뿌린다고 했으나 행정수도는 고사하고 행정도시마저 이렇게 죽어가는 판에 침묵하는 것에 대해 표리부동하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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