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넘치던 물 감쪽같이 멎게 한 ‘전설의 연못’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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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넘치던 물 감쪽같이 멎게 한 ‘전설의 연못’간직
  • 충청리뷰
  • 승인 200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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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하는 역사기행(21)-수레의산

한폭의 그림같은 가을산에는 신비스런 기운 감돌아

 ‘ 아주 먼 옛날  옛적엡’로 시작되는 할머니의 구수한 옛이야기가 있음직도 한  곳. 바로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 위치한 해발679미터의 수레의 산이다.

이름에서부터 좀 색다른 느낌을 주는 이 산은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아 ‘처녀의 산’이라 불리기도하며,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아서인지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기에  가족 탐험대를 만들어 신나는 모험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먼저 청주에서 음성까지는 약50분 거리. 음성을 빠져나오면 좌측으로는 방축리 쪽이고 우측으로는 생극면 방향이다. 여기서 잠시, 수레의 산을 가기 전에 전설의 연못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는 방축리의 양촌 권근삼대묘소에  들려 보는 것도 좋겠다.

방축리에는 양촌 권근과 그의 아들권제, 손자 권람의 묘가 위로부터 차례로 조성되어 있어 삼대묘소라고 한다. 권근의 묘소는 본래 경기도 광주에 있었던 것을 1444년 이곳 생극면 방축리로 이장했으며. 이장 당시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을 지나던 한 스님이 동자승을 시켜 물을 한 그릇 청하였는데 박대를 당하였다. 이때 이장 터에서 계속해서 물이 솟아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고, 이에 상주는 스님을 후히 대접하였다. 대접을 받은 스님은 물을 멎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수레의산 정상에 연못을 파게 되면 이곳 물이 그곳으로 빠져 올라갈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후 수레의산에 연못을 파자 놀랍게도 흘러넘치던 물은 감쪽같이 멈추었고, 후손들은 이 연못을 지성으로 돌보고 있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묘소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데 한때 권력의 중심부에 있던 세도가의 위풍당당함을 느끼게 된다.

큼지막한 묘. 듬직하게 떡 버티고 서있는 문인석들,  묘 앞쪽으로의 넓은 호수, 종이품 이상의 벼슬아치 무덤 근처에 세우는 신도비, 은행나무로 단장된 입구의 길. 그 시대 권씨 일가의 권력이 어느 정도였나를 알 수 있다. 또한 몸 바쳐 주인을 구한 의로운 개의 충견 묘에, 충견 총이란 비석이 눈에 띈다..

권근의 손자 권람이 서울에서 벼슬을 할 때 술에 취해 그만 길가에서 잠이 드는 일이 있었다. 그 때 마침 큰불이 나게 되고 권람의 개가 몸에 물을 적셔 주인의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들에게 ‘짐승보다 못한 인간’ 이란 말과 충견 묘를 연결시켜 재미난 만화를 그려보게 하면 어떨까.

이제 전설의 연못이 있다는 수레의 산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수레의산은 삼대 묘소와 마주하고 있는 산이다. 방축리로 들어와 삼대묘소의 이정표가 있는 곳 우측으로 약10분 정도 가게 되면 수레의산 푯말이 보인다. 가는 길에 혹시나 하여 지나는 사람에게 물으니 “방축리 권씨들이 돌보는 연못 말이지?”한다. 그렇다면 전설의 연못과 관련해 전해지는 권씨 일가의 이야기는 전설이 아니란 말인가.

낙엽이 뒹굴고 색색의 나뭇잎들이 치장을 해 맘껏 뽐내고 있는 곳, 수레의산 이정표에서부터 전설의 연못으로 가는 길은 가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예쁘장한 길이다.

곳곳에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찾기에 별 어려움은 없을 듯 하다. 고개 마루의 이정표를 참고하여 전설의 못, 상여바위라는 푯말입구에 차를 세워두면 비로소 탐험이 시작된다. 오르는 길은 약 30분정도이며 곳곳에서 청설모의 놀라는 소리와, 후두둑후두둑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낙엽의 소리를 함께하게 된다. 발아래 밟히는 낙엽소리를 흉내 내는 말로 크게 한번 외쳐보자. 그 소리에 놀란 청설모의 표정을 아이들과 함께 흉내내보자.

온몸에서 땀이 흠뻑 날 정도가 되면 산을 다 오르게 되는데 산마루가 말안장처럼 잘록하게 들어간 부분에 다다르면 드디어 탐험대의 목적지인 전설의 연못에 도착한다. 권씨 묘소와 연결하여 옛 이야기 한편쯤 꾸며봄은 어떨는지? 그리고 미리 준비하여 가져간 탐험대의 이름을 적은 리본을 나무에 묶어주는 멋을 부려 본다면, 진짜 탐험대의 기분을 느끼기도 할 것 같다. 정상에서의 연못의 물은 권씨 일가들이 돌봐서인지 생각보다 깨끗하다. 그리고 물도 제법 고여 있다. 연못 뒤쪽으로가 조금 높은 곳을 찾아 앞을 내다보면 멀리  권씨 일가의 묘소쯤으로 보이는 곳도 대충 짐작 할 수 있다.

다시 연못에서 약 5분쯤 우측으로 난 능선을 따라 오르면 상여바위가 나오는데, 이곳은 바람도 잠시 고개를 숙이고 간다는 말이 있다. 상여바위까지 오르는 길목에는 크고 작은 낙엽이 쌓여있고 밟는 소리도 요란하다. 갈대 줄기에 나뭇잎을 꿰어 왕관을 만들어도 좋고, 예쁜 치마를 만들어 입어 산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좋겠다.

내려오는 길에는 그리 위험하지 않은 곳을 택하여 쌓인 낙엽으로 미끄럼을 타본다면 아이들이 꽤나 신나할 듯싶다. 이렇듯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이기에 탐험가가 된 듯한 기분도 느껴 볼 수 있는 곳 수레의산.
지금 떠나보자. 한 폭의 그림 같은 가을산과 신비에 쌓여있는 전설의 연못, 권씨 일가들의 작은 왕국이 있는 그곳으로.......

☞  권근은 고려 말 ~ 조선 초의 문신이며 학자이다. 그는 「천문 열차 분야지도」에 해설을 붙여 검은 돌에 새겼는데 우리나라 별자리 지도로는 대표적인 것이라 한다.
국보로 정해졌으며 이곳 방축리에 가면 부조묘앞에 탁본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아들 권제 또한 집현전 대제학을 지낼 만큼 학식이 뛰어난 인물이며, 손자인 권람은 수양대군의 일등 공신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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