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통합반대로 김재욱 군수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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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통합반대로 김재욱 군수 낙마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9.12.16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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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투어, 이장·직능단체 등에 음식·주류 제공 공선법 위반
무조건 반대 자충수, 통합 민심의 현주소 되짚는 계기돼야

현직 단체장 낙마라는 불명예가 청원군에서 또다시 재연됐다.

청원군에서만 작고한 변종석 전 군수에 이어 두 번째. 도내에서는 다섯 번째다.
금품을 전달하거나 받은 것이 원인이 된 다른 전직 군수와 달리 김재욱 전 군수는 역점으로 추진하던 청주·청원 통합 반대가 빌미가 됐다.

▲ 2007년 9월 버스투어를 떠나는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김 전 군수. 결국 이로 인해 군수직을 상실했다.
이를 두고 다양한 촌평이 나오고 있지만 주를 이루는 것은 무리하게 시군통합반대를 추진하다 결국 군수직 까지 잃게 됐다는 풀이다.

여기에는 독자 자치단체이기 때문에 누려 온 기득권을 지켜려는 지도층 인사들의 영향력도 크게 작용하고 있어 김 전 군수 낙마를 청원군의 시군통합 관련 정책을 되짚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차 통합실패 후 기득권층 반대 결속

1996년을 기점으로 전국 시군통합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됐다. 도내에서도 제천시와 제원군, 충주시와 중원군이 통합했으나 청주시는 청원군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통합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면 10년 뒤 2차 통합시도는 청주시와 시민단체들이 나서 통합논의를 이끌었다. 당시 오효진 청원군수는 지역 여론을 명분으로 통합반대 입장을 고수하다 전격적으로 통합에 합의해 주민투표까지 실시됐다.

하지만 청원주민들의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해 2번째 통합시도마저 무산됐다. 당시 오 군수가 통합 추진을 선언했지만 일선 행정조직은 여전히 반대기류가 주를 이루고 있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조직적인 반대움직임 까지 나타났었다.
통합을 추진한 것은 군수 한사람 뿐 면사무소를 중심으로 통합 반대와 투표 불참 운동이 일었을 정도였던 것.

이를 계기로 청원군내 기득권층의 통합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세금인상과 혐오시설 이전 등 주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며 통합되면 마치 농촌이 더욱 피폐화될 것처럼 반대 여론을 부추긴 것이다.

이는 청원군과 의회 내부 분위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청주시와 시민단체, 심지어 청원군주민들이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통합운동이 확산됐지만 군청 내에서는 ‘통합’이란 단어 자체가 금기시 됐을 정도다.

군의회 또한 통합을 공론화 하기는커녕 이를 제안하는 측과 대화 조차 거부하는 ‘철옹성 전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통합에 찬성하는 동료 의원들을 이른바 ‘왕따’시키기 까지 하는 지극히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청원군은 통합반대를 최고의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이에 반하거나 영향을 미칠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통합의 득실은 이미 입증됐다며 오로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이 허용됐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주시와의 통합을 찬성하는 인사가 군수가 될 가능성은 0%였다. 철저한 통합반대론자 만이 군수가 될 수 있었고 김재욱 군수 또한 그런 인물 중 한명이었다. 김 군수가 통합반대를 천명하고 이에 올인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버스투어 무리수에 결국 발목

문제는 청원지역 대다수 주민들의 통합반대 수준이 기득권층의 결속력만큼 따라주지 않는 데에 있었다.

세금 인상이나 혐오시설 이전 등의 반대논리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청주시가 TF팀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면서 청원군내 여론도 통합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던 것.

여기에는 청원과의 통합을 주제로 전직원 대상 특강을 실시하고 통합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여수지역을 방문, 합동 워크샵을 여는 등 청주시의 구체적인 통합 행보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반면 청원은 통합주장을 묵살하고 언급자체를 피하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청원지역 주민들이 구성한 통합추진위원회가 읍면을 순회하며 설명회를 열어도 반대논리나 토론을 벌이기 보다는 원천봉쇄 또는 무시로 대응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청원지역 여론은 서서히 통합찬성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이는 인구를 15만 명으로 늘려 자체 시 승격을 추진하던 청원군으로서는 강외·부용면 일부지역 세종시 편입문제와 함께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었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청원군이 선택한 것은 통합이 이뤄진 지역을 찾아 통합 부작용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를 청원군은 ‘주민 알권리 충족을 위한 버스투어’라고 이름을 붙였다.
버스투어는 강원도 원주와 경북 안동 등 시·군 통합지역을 방문해 통합 전후의 상황을 견학하는 것으로 2007년 9월 1박2일 일정으로 두 차례 실시됐다.

버스투어에 참여한 주민들은 모두 123명으로 이장단, 여성단체, 직능·기관단체를 중심으로 읍면별로 4~5명씩 선발했으며 경비일체를 청원군이 부담했다.
청원군은 버스투어 방문지역 공무원이나 주민들로부터 경험담 등 강의를 듣고 현지를 시찰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바로 이 대목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지난해 10월 버스투어 사실이 ‘충청리뷰’를 통해 알려지자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를 실시, 김재욱 군수를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징역형 구형’ 검찰, 심각하게 다뤄

단체장, 의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그 직을 상실한다.

검찰은 버스투어를 통해 교통편의와 숙박, 음식물, 주류 등 1156만원 상당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재욱 군수에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조항을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청원군은 지역현안에 대한 정당한 직무집행이었다며 반박했지만 검찰은 이례적으로 징역 6월을 구형하는 강수를 뒀다.
주민 중 일부는 행사 내용조차 모른 채 면사무소 직원의 권유에 따라 버스투어에 참가했고 관광의 성격이 짙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이 벌금형 대신 징역형을 구형한 것도 유사 사건에 비해 사법처리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지난해 허위사실 공표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고속 기소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에 검찰은 김 전 군수와 같은 징역 6월을 구형했다.
공 전 교육감은 부인의 차명계좌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하고 대형 학원장으로부터 1억900만원을 무상으로 빌리는 등 김 전 군수에 비해 결코 죄질이 가볍지 않았던 것.

음식점과 노래방에서 주민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원이 선고된 김세웅 전 의원에 검찰이 구형한 형량은 벌금 600만원이었다.
또 검찰은 제3자를 통해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구본철 전 의원에게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으며 재판부는 이를 모두 인정, 같은 형을 선고했다.

이런 선례를 감안하면 김 전 군수에 대한 징역형 구형은 검찰이 이 사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드러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김 군수에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 또한 항소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서 검찰의 공소를 받아들였다.

결국 김 전 군수는 자신이 추진했던 최대 역점 사업중의 하나인 청주·청원 통합 반대로 인해 임기를 8개월 여 남겨둔 채 낙마하게 된 것이다.

통합 논의 전환점으로 활용해야
김 군수 낙마 반대 홍보 이용은 옛 선동정치 재현

김재욱 군수의 낙마를 계기로 청주·청원 통합 논의가 새로운 전기를 맞아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행정이 여론을 외면하거나 특정 계층에 의해 호도해서는 안 되며 철저하게 지역발전과 공공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통합반대에 집착해 버스투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통합반대 여론을 확산시킬까를 고민했지 주민들의 속내와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소홀하지 않았나 되짚어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김 전 군수의 낙마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김 전 군수가 개인 비위가 아닌 현안 문제와 관련해 군수직을 상실했다고 해서 이를 전략적으로 통합반대 홍보에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는 과거에나 있었던 선동정치와 다를 것이 없다”고 경계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군수를 비하해서도 안되겠지만 마치 통합반대의 희생양인 냥 추켜세워서는 더욱 안 된다. 청원과 청주지역의 발전을 위해 통합으로 얽힌 질곡의 실타래를 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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