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총리의 서로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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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총리의 서로 다른 길
  • 충북인뉴스
  • 승인 2009.12.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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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청주 송절중 교사

지난 주말에 보도된 두 총리의 서로 다른 행보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한편에선 한명숙 전총리가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어 검찰에 강제연행 되었다.

그 시각 정운찬 총리는 고향의 주민들에게 세종시 문제를 설득하기 위해, 냉대를 무릅쓰고 다시 충청도 방문길에 올랐다. 두 총리의 엇갈린 행보는 지식인으로서, 정치적 사회적 지도층으로서 어떻게 인생의 행로와 좌표를 두어야 하는가 하는 점에서 대조적 전형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저 한명숙 전 총리는 70년대의 재야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오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80년대에는 우리사회의 여성운동의 지도자로서 선구자 역할을 해온 양심적 지식인이다.

이런 이유로 김대중 정부 시절 여성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후 초대 여성부 장관을 역임 했으며,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에는 환경부장관을 거쳐 우리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가 되었다. 한명숙은 우리나라 정치인 중 소신있는 정치인, 가장 깨끗하다고 평가받는 정치인 중 한명이다.

그런 그가 뇌물을 건넸다는 대한통운 전 사장의 진술을 근거로 하여 인사청탁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는 ‘모든 인생을 걸고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와 모든 공작정치에 맞서 싸우겠다’고 한다. 역사가 진실을 밝히겠지만, 양심을 두고 결백을 주장하며 소환에 불응하던 그의 결의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네티즌들은 서울시장 출마설에 쐐기를 박기위해 흠집내기를 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고 보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때와 닮아있다. 그러나 진실이 왜곡되고 정의가 모욕당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

정운찬 총리는 가난을 딛고 서울대를 졸업한 후, 명문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서울대 총장이 되기까지 학문적으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로서 한은독립 등 진보적 경제정책을 주장해 왔으며, 이명박 정부의 환율정책, 녹색뉴딜, 구조조정 등 경제정책이 모두 방향을 잘못잡고 있다고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4대강 사업 등 녹색뉴딜이 토목건설과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의 낡은 패러다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던 그가, 총리라는 권력자가 되고선 평소의 소신을 져버리고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 나섰다. 나아가 여당의 세종시 수정계획의 선봉장이 되어 교육.과학 중심의 자족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학문적 지조의 변절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세류에 영합하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실망을 넘어 이맛살을 찡그리게 된다.

논쟁을 아주 단순하게 정리해 질문해 보자. 관주도 정경유착형 경제성장의 결과, 정치와 행정이 집중된 수도권에 산업과 금융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오늘날 지역 간 불균형, 사회경제적 비효율과 경쟁력 약화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으며, 따라서 분권과 분산을 추구하는 것이 정치.경제적 주요과제라는 데 정총리는 동의하는가? 분권과 분산을 하는 대안으로 행정복합도시를 만들자는데 수정안으로 명품자족도시를 만들자고 하니, 그러면 세종시라는 자족도시 하나를 만들면 분권과 분산이 이루어 질 수 있는가?

아직도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먼저 박사학위의 라이선스가 진짜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옛말에 '배운 도둑이 더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주변에서 자신의 배움을 이용해서 세류에 영합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을 보면, 순박한 도둑보다 더 목불인견이다. 10년쯤 지난 후에도 정운찬 총리는 한명숙 총리처럼 당당하게 양심을 걸고 과연 수정안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을까? 권불십년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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