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계속 짓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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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계속 짓겠어?’
  • 김명주 기자
  • 승인 2003.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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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수매 수량 또 감소
청주농협, “도정률 낮아 원가부담 커”

10월 6일부터 11월 12일까지 청주농협의 자체추곡수매가 이뤄졌다. 청주농협은 올해 7만 5000개에서 최대 8만개까지로 수매량을 결정했다. 수매는 서청주와 강서 1,2동을 제외하고 신봉동, 오근장동을 포함한 16개 RPC(정부지원을 받는 도정공장)와 4개의 도정공장(정부지원이 없는 자체 도정공장)에서 이뤄졌다.

 

청주농협의 자체수매가는 추청벼(아끼바래) 1등이 5만 5500원, 2등이 5만 3500원이다. 일반벼의 경우는 1등이 5만 3500원, 2등이 5만 1500원으로 책정됐다.


농협·농민 모두 힘들어

특히 올해는 58년만에 생산량이 감소해 농민들은 시름에 빠져있다. 정부는 수확량이 5.5% 감소했다고 잠정적으로 발표했으나 농민들이 체감하는 감소폭은 10%에서 최대 20%까지로 알려졌다. 이에 청주농협은 수매가를 작년보다 500원 인상했다. 정부수매가에는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나 농민의 소득보전차원에서 적게 나마 인상을 했다는 것이 청주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년에 비해 수확량이 큰 폭 줄고 품질이 뒤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청주농협 신봉동 도정공장으로 추곡수매를 나온 농민 김동길(분평동·47)씨는 “수확을 해보니 작년에 비해 정확히 25% 감소했다”고 말했다. 4만 3000평 대규모 쌀농사를 짓는 김씨는 일기로 인한 피해를 절감한다.

 

농협 조합원 이기도한 김씨는 농협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내놓고 불만을 터트리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농민들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농협에서 일부 보조를 해줘야 한다. 시중에서 5만 5000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단가가 너무 싸다. 올해는 조합에서 보조해 줘야 한다.”

 

포대벼 수매검사를 하고 있는 전창선(47) 과장은 “정부에서 양곡정책을 농협에 맡기면 안 된다. 농협도 적자를 메우는 실정인데 정부에서는 그에 대한 보상이나 보조가 없다. 풍년이 들면 검사하는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올해처럼 일기로 인해 수확량이 적고 품질이 좋지 않으면 검사자체가 부담스럽다. 농민들 사정은 뻔하고 그렇다고 모두 1등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일기불순으로 도정률 감소

충북지역 자체수매량은 전년 5만 3000여톤에서 1000여톤 늘린 5만 4000여톤을 수매할 계획이다. 농협의 경우 태풍 매미의 피해와 일조량 부족으로 작년에 비해 벼 도정률이 3∼4% 떨어져 원가부담이 켜졌다.

 

40kg을 도정했을 때 작년에 비해 1.2kg이 덜 나온다. 이는 쌀 40kg 한 포대당 2300원 정도의 원가부담이 생겼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수매가와 수매량을 늘렸다. 정부의 수매가는 동결, 수매량은 줄어든 데 반해 농협을 포함한 자체수매가와 수매량은 늘었다.

 

농협도 원가부담이 커져 어려움을 겪는데 수매가를 높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보조금 없이 운영되는 신봉동 도정공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신남선 공장장은 “쌀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적으므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한다. 해마다 등급으로 인해 농민들은 언성이 높다. 하지만 벼가 나쁘면 도정 수율이 낮아지므로 터무니없이 높은 등급을 매길 수 없다”고 난처함을 표시했다. “쌀 소비가 주니 매출은 당연히 줄고 올해는 특히 일기가 불순해 도정률이 낮다. RPC나 도정공장 모두 처음부터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데 무조건 농민의 입장을 들어줄 수 없다. 정부의 일괄적인 양곡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수매가 동일, 정부수매량은 줄어

WTO 협정에 따라 매년 정부에서 거둬들이는 쌀이 줄고 있다. 산물벼와 포대벼(건벼) 총 수매량이 작년 154만 84대였으나 올해는 151만 150대만 수매하기로 결정했다. 수매가격은 벼 40kg 기준으로 특등 6만 2440원, 1등 6만 440원, 2등 5만 7760원, 3등 5만 1410원, 잠정등외 4만 1550원으로 전년과 동일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충북지원 관계자는 “추곡수매에 따른 예산이 매년 줄고 있다. 그 예산에 맞추다 보니 수매가를 낮추거나 수매물량을 낮춰야 한다. 올해는 태풍 매미로 인해 수확량이 줄어 수매수량을 낮춘 것”이라고 밝혔다.

 

1차 정부수매량이 17개를 추곡수매한다는 이정희(청원군 강외면· 54)씨는 “언제 또 하게 될지 모른다. 쌀농사에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은 없다. 다른 특수작물하고 같이 해서 먹고 사는 것이다”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박모(청원군 강내면·57)씨는 “좀 싼 값이라도 좋으니 많이 받아줬으면 한다. 우리는 농사져서 내다 팔아야 먹고 사는 것인데 수매 못한 쌀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이 농민인데 농민은 팔리지도 않는 쌀농사를 계속 져야 하는 건가?”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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