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땅값 세종시, 특혜 집합소
상태바
절반 땅값 세종시, 특혜 집합소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1.13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상가 60만원 분양가 36만원’ 거꾸로 가는 신도시개발
혈세 투입 불가피, 개발권도 대기업에 ‘묻지마 개발’ 예약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교육과학중심기업도시’로 바꾼다는 세종시 수정안은 국토균형발전 뿐 아니라 도시개발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토지 공급가격이 보상가의 절반에 그치고 개발권 마저 대기업에 주겠다는 상상도 못할 작품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 과학벨트법에 따라 규제가 대폭 완화되며 소득·법인세 3년간 100% 면제 등 기업도시 수준의 세제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오창·오송 등과 경쟁하기 위해 대기업에 특혜를 주겠다고 당당히 밝히기 까지 했다.

   
▲ 헐값으로 대기업에 공급될 세종시 ‘특혜 집합소’. 충청, 경기, 영호남 할 것 없이 역차별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세종시 수정안이 확정되자 충청권 뿐 아니라 경기와 영호남 등 전국 지자체들도 ‘특혜 집합소’라며 일제히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자체들 마다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도저히 세종시와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충북은 청주테크노폴리스와 오창제2, 오송제2산단,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27곳에 이르는 크고 작은 산업단지의 기업유치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어불성설·언어도단의 극치

정부가 파격적인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온 이유는 행정기관 이전 전면 백지화를 뛰어넘는 당근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행정’ 대신 ‘기업’을 던져 줘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것.

당장 삼성(165만㎡)을 비롯해 한화(60만㎡), 웅진(66만㎡), 롯데(6만6000㎡), SSF(오스트리아 태양광제품 업체, 16만5000㎡)의 입주계획을 밝혔다. 정부 스스로 이미 내부적으로 세종시 수정방침을 세워 놓고 치밀히 준비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앞으로 이들 대기업에게 주어질 혜택이다.
핵심은 이들에게 공급되는 부지의 땅값이 3.3㎡당 36~40만원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급되는 토지가 원형지라 하더라도 3.3㎡당 60만원 안팎인 세종시 토지보상가의 절반밖에 안되는 헐값이다.

일반적인 도시건설이나 산업단지 조성비가 3.3㎡당 30~40만원인 점을 적용하더라도 조성원가는 70만원대에 불과하다.
조성이 추진되고 있는 오창제2상단과 오송제2산단이 목표로 하는 생산용지 분양가는 80만원대로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청주테크노폴리스도 목표를 80만원대로 계획하고 있지만 100만원 가까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청주테크노폴리스 관계자는 “보상비 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조성원가는 150만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용지 공급가를 80만원으로 가정하면 아파트 건설 부지는 400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세종시에 적용되는 혜택은 도저히 말이 안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에는 파격적인 세제지원 까지 제공되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될 만큼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난개발 부담까지 혈세로 막아야

토지가와 함께 아연실색케 하는 정부의 또 다른 작품이 원형지로 공급해 사실상 대기업에 토지개발권을 준다는 것이다.

관련 법에서 가능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신도시건설이든 산업단지 조성이든 지금껏 대기업에 원형지 형태로 토지를 공급한 전례가 없다.

한 관계자는 “원형지 공급이 가능토록 한 법률 취지는 주택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다. 택지조성 공사 완료 이후 건축공사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원형지로 공급하면 전기, 상하수도, 도로 등 기반시설을 동시에 할 수 있어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원형지로 공급할 경우 녹지 등 공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산용지는 물론 주거용지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것은 대기업에 공급되는 땅에 생산시설과 함께 업무지원·편의시설 설치도 허용될 것으로 보여 묻지마 식 난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에 공급될 땅은 165만㎡(50만평)며 한화와 웅진도 60만㎡ 이상으로 매우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없다.
우선 땅부터 줄 테니 알아서 조성해 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곳에 공장 뿐 아니라 편익을 위해 상업이나 근린생활, 심지어 주거시설 까지도 허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헐값에 공급한 토지로 인한 손실을 상업용지나 주거용지 공급가를 올려 메워야 하지만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상업용지를 2000만원 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최근 분양한 강서1지구 상업용지 공급가는 600~780만원이었으며 정부가 계획하는 세종시 인구 50만명과 비슷한 타 도시 상업지역 거래가도 2000만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에 헐값에 제공한 땅값의 부족분을 국민의 혈세로 충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대기업의 땅 투기
안전장치 토지회수가 전부, 손해 볼 것 없다

묻지마 식 대기업 퍼주기가 재벌들의 땅 투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세종시 입주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싼 땅값. 이는 시세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와도 통한다.
한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임기가 몇 년 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차기정부에서 어떻게 정책이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 헐값에 땅을 받아 놓으면 결코 손해 볼 게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속내 한 켠에는 이같은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세차익이 아니더라도 업무지원이나 편의시설 설치가 가능한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한 대기업이 부지 한쪽에 관련업체 입주를 위해 아파트형 공장을 짓겠다고 한다면 이를 불허하겠는가. 말이 관련업체지 사업자등록증에 유사 업종만 추가하면 된다. 이 경우 아파트형 공장은 관련업체 편의시설이 아니라 수익용 업무시설로 탈바꿈하며 식당부터 심지어 골프연습장, 노래방 까지도 들어서는 사실상 복합상가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안전장치는 토지회수. 세종시 입주를 결정한 기업으로서 결코 밑질 수 없는 안전한 사업인 셈이다.

한 산단 조성 업체 관계자는 “토지를 공급받는 기업에 조건을 붙여 최악의 경우 공급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도 실효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오히려 세종시 건설 전반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뿐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행정기관 이전을 백지화하기 위한 반대 급부로 급조된 날림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