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분노 하늘 찌른다···남은 것은 항의와 투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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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분노 하늘 찌른다···남은 것은 항의와 투쟁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0.01.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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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피해 우려가 사실로, 껍데기만 오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전국 여론조사 해보니···원안추진 42.1% 수정안 37.4% 찬성
   
결국 세종시가 죽었다. 2002년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가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세종시가 피어보지도 못하고 죽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들고 나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확대시키고 기업과 대학 몇 개 얹어 입주시키는 것으로 끝내고 말았다. 이에 따라 충북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충북도당, 자유선진당충북도당, 충북도, 충북도의회 등에서는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정부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투쟁뿐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따르면 이 곳에는 대덕~세종시~오창 오송으로 연결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삼성 한화 롯데 웅진 오스트리아 SSF그룹 등의 대기업, KAIST 고려대 등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입주한다. 기업과 대학에는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의 토지공급 및 세제혜택이 주어지고 경제자유구역 수준의 규제완화 특혜까지 얹어준다. 대충 훑어보더라도 국가균형발전 차원으로 구상된 세종시는 의미가 전혀 다른 신도시로 탈바꿈했음을 알 수 있다. 세종시는 수도권이 인구집중으로 '터져 죽고' 지방이 공동화로 '굶어죽는' 불균형현상 해소대책의 일환이어서 의미가 있었다.

충북의 미래가 암울하다
혁신도시·기업도시·세종시 수정안은 사업기간과 사업내용이 많이 겹친다. 하지만 땅값과 세제혜택면에서 세종시는 월등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세종시 백지화로 인해 충북은 ‘닭좇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을 넘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지역으로 남게 됐다. 세종시로의 기업 쏠림현상으로 인해 투자유치 차질과 기업유치 기회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고 도내 신규 산업단지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대기업들이 세종시에 투자하게 되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충북의 주력산업과 겹쳐 충북도가 조성하려고 하는 아시아솔라밸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우선 당장은 세종시에 의료과학 그린시티와 삼성전자의 바이오시밀러분야 투자가 포함되지 않아 한 숨 돌렸다고 하지만, 오송첨복단지의 미래도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해 충북도는 오송 첨복단지를 따내기 위해 올인했으나 세종시는 원군이 아니라 언제든 ‘적군’으로 위협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결국 1년여간 첨복단지 선정을 앞두고 지자체간 ‘피흘리는’ 경쟁만 시켜놓고 이렇다할 지원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경우 거점지구인 세종시는 특혜가 많은 반면 기능지구인 오송·오창은 별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게 충북도의 설명이다. 중부신도시와 충주 기업도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정부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과 입주기업에 토지가격·세제혜택·재정지원·규제완화 등의 특혜를 주면서 다른 지역은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했다는 점이다. 행정도시·혁신도시무산저지충북비상대책위는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분열을 획책하며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대통령의 본분이 아니다. 더 이상 억지부리지 마라. 절차적 정당성과 법규를 무시하면서 법치를 주장하는 이율배반성은 결코 효율도 능력도 아니다"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고 대국민사기극을 강행한다면 우리사회는 엄청난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은 "정파와 지역, 이념 등 모든 것을 초월해 전국 차원의 연대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지역이기주의와 소지역주의도 배격하고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것이다. 세종시 백지화 방안이 발표되던 11일 전국 각 지역 시민단체가 기지회견을 열었고 전국 규모의 공동대책위가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행정도시 정상추진을 위한 지식인선언이 있고,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노조와 주민기구가 연대 투쟁할 계획도 있다"며 세종시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라리 대덕연구단지를 키워라”
지난 12일 토론회에서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행정기관이 들어올 자리에 정부의 정책적 혜택과 지원, 보이지 않는 정치적 유착관계를 통해 민간기업들이 자족용지를 채우게 되면 그 도시는 결국 정부가 만든 기업도시가 될 것이다. 세종시에 자족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은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세종시는 국토균형을 이끌 중추거점 도시로 성격을 규정해 이를 법과 계획속에 반영해 놓았기 때문에 추진하기만 하면 되게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욱 미래도시연구원 사무국장은 “대덕연구단지는 전체면적 70.4제곱킬로미터에 980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고, 21개의 연구기관이 있다. 대학도 카이스트·충남대 등 6개가 있다. 한국의 교육과학경제도시가 바로 대덕이다. 그러나 이 곳의 총생산 규모는 11조 2000억원에 불과하다. 세종시를 교육과학경제도시로 만드느니 대덕에 투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리고 세종시는 행정도시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만드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원안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2.1%, 수정안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7.4%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에서 원안추진 의견이 61.6%로 수정추진 32.1%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 대안이 될 수 없고 원안만이 갈 길이라는 게 전체적인 여론이다.

세종시 원안에서 백지화까지 추진일지

2002. 노무현 민주당 후보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 발표
2003. 12. 신행정수도특별법 국회 통과
2004. 10. 헌법재판소,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판결
2005. 3. 9부2처2청을 명시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국회통과
2007. 7. 행정중심복합도시 기공식
2007. 11.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표 세종시 건설’ 약속
2009. 7. 세종시를 특별시로 하는 법안 통과
2009. 9. 정운찬 총리 세종시 수정계획 발표
2009. 10. 박근혜 전 대표, 세종시 수정안 반대, 원안+알파 주장
2009. 11.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구성 발족
2010. 1. 6. 정운찬 총리 세종시 수정안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
2010. 1. 7. 박근혜 전 대표, 세종시 수정안 반대 재차 강조
2010. 1. 11. 정운찬 총리, 세종시 백지화 공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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