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안 오는 세종시 ‘앙꼬없는 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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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안 오는 세종시 ‘앙꼬없는 찐빵’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0.01.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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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전청사 입주 10년···대전 발전 크게 앞당겼다” 조사 나와
“MB정권 끝나면 기업투자 장담 못해, 버려진 세종시 또 버려질수도”

현재 대전시에는 관세청·조달청·통계청·병무청·문화재청·산림청·중소기업청·특허청·철도공사·국가기록원·감사원대전사무소·대전청사관리소 등 12개의 정부기관들이 입주해 있다. 이런 정부기관들의 입주로 대전시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한 경제·사회·문화적 파급효과가 있었다. 

지난 2008년 11월 대전시는 정부대전청사 입주 10주년에 맞춰 대전발전연구원에 ‘정부대전청사 입주가 대전경제에 미치는 기여도 분석’을 의뢰했다. 대전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 등 국가균형발전정책의 기대효과를 따져보기 위해 중앙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역경제효과 정도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 세종시에 정부기관이 입주하지 않으면 기업도시로 전락하고, 기업들의 투자마저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은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진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내 마련된 홍보관. 참여정부 때 원안추진의 전제하에 만들어졌다.
지난 200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정부대전청사 입주기관의 본청 정원은 5498명, 인건비는 262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당시보다 2년여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정원과 인건비 총액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 따르면 정부대전청사 이전으로 지역상권이 확대되고 대전시 인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30~39세, 월급여가 200~400만원에 달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급여의 80%가 대전시내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한 산업경제 파급효과는 5911억여원. 이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 과밀방지와 지방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기관 오면 다양한 분야 발전”
이를 조사한 문경원 대전발전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대전시청을 시내 중심가에서 둔산으로 옮긴 뒤 양 지역의 상권이 크게 변했다. 앞으로 충남도청을 대전에서 홍성으로 이전하면 도청 주변이 공동화될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중에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입주는 지역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정부대전청사도 대전시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공무원들은 대체로 생활이 안정돼 있어 씀씀이가 적지 않다. 지역에는 이들의 교육·문화·여가생활을 위한 각종 인프라와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실장은 “대전시에서는 수도권에서 이주해오는 공무원들을 위해 아파트단지를 조성해놓고 공직자들에게 우선분양 혜택을 주었다. 잔여분은 나중에 대전시 공무원들에게도 분양했지만, 이런 편의제공은 이주 공무원들이 빨리 안정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정부대전청사보다 규모도 크고 숫적으로도 많은 9부2처2청의 정부기관들이 내려오기로 했던 만큼 이에 따른 파급효과도 훨씬 클 것이다. 세종시 원안은 무엇보다 정부기관 이전으로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을 살리는 국토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고영구 극동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관료사회여서 행정기관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 구심력과 상징성이 대단해 공무원 수 몇 명으로 따질 수 없는 무형의 효과가 있다. 신도시를 개발할 때도 행정기관이 이전해야 도시의 자족성이 생긴다.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각종 상권이 형성되고 문화적인 틀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됐을 때만 의미가 있다. 수정안대로 기업 몇 개와 대학,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온 들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주는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뜻을 품고 태어난 것이 세종시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행정도시사수충청권비상대책위는 “세종시 수정안은 두 달 만에 날림으로 만들었다.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 목적이 사라진 졸속안으로 재원확보 방안이 없거나 국가재정을 파탄으로 몰고가려고 하고 있다. 충청권 달래기용 신도시로 전락한 수정안은 기업도시이며 기업특혜도시”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정권 끝나면 기업투자도 끝?
이들은 “4개 기업과 대학에 1조7000억원의 특혜를 주는 기업도시는 원주민에게는 매입 평균가격이 평당 22~23만원이었다. 토지공사와 주공에는 2007년 평당 145만원, 첫마을 아파트 용지로는 89만원에 공급했는데 기업에게는 36~40만원에 공급한다고 한다. 재벌들에게 거저주는 땅 부담은 국민세금이고, 사업 시행하는 토지주택공사는 현재 105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외국계 기업인 SSF는 아직 생산하는 제품도 없고 직원은 단 2명뿐”이라고 항의했다.

정부는 수정안에서 삼성그룹이 2015년까지 2조500억원을 투자해 1만5800여명을 고용하고 웅진그룹은 2015년까지 9000억원을 투자, 2650여명을 고용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화는 2020년까지 1조3270억원을 투자해 3044명을 고용하고 롯데는 202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1000여명을 고용하는 등 2만20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으나 뜬구름잡기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행정도시사수충청권비상대책위는 “LG가 파주에 1조원을 투자했으나 600명의 고용효과밖에 없었다. 모두 뻥튀기일 뿐이다. 기업들은 언제든지 땅 팔아 차액 남기고 떠날 가능성이 많다. 삼성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안 되면 안 간다는 입장이고, 웅진은 수정안 국회통과를 전제로 결정했다고 한다. 또 롯데는 제2롯데월드 허가에 대한 체면치레로 화답했을뿐”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시 수정안은 행정기관이 들어올 자리에 특혜를 받은 기업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이를 민간 기업도시와 구별되는 ‘관제 기업도시’라고 명명했다. 그는 지난 수년동안 엄청난 국민적 갈등을 불러왔던 세종시에 관제 기업도시를 만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종시 투자를 지속하지 못한다. 투자유치가 확정된 삼성도 이 정권이 끝나는 2012년까지 총 투자액의 36%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그 이후로 미뤄놓고 있다. 한화는 2012년까지 불과 3.2%만 투자하고 96.8%는 정권이 끝난 후에 한다고 한다. 현 정권 이후 세종시 건설이 수정안대로 계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원안 폐기로 세종시는 ‘국가도 버린 땅’이란 이미지를 갖게 돼 정권이 바뀌면 다시 버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대전청사가 대전 발전을 견인한 것처럼 세종시 원안이 추진되면 충청권과 다른 지역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이 발전해야 충북도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정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뜻은 결코 실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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