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다플라자에서는 무슨 말 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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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다플라자에서는 무슨 말 오갔나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0.01.2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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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단 “여론 떠보는 자리, 지역 얕잡아보는 인상”
국장단 “‘충북까지 언론이 반대할 필요 있나’ 압박”

청주에 특급호텔이 생기더니 정치적 목적이 농후한 밀회의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급호텔이라는 특성 때문에 격조가 풍기는 것도 있지만 칸막이 한 장이 아니라 일일이 벽을 쌓아 만남을 은폐·엄폐하기가 용이하다는 것도 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이 선택을 받는 이유다. 국정원 간담회를 제외한 나머지 조찬·오찬모임이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

   
▲ 언론사 간부들과의 간담회는 대부분 라마다플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사진촬영 등 취재를 제지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의 내용과 분위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중식당 베이징. / 사진=육성준 기자
이른바 사장단 모임과 보도·편집국장 모임에 소속된 언론사 간부 대부분은 확인 결과 바쁜 일정 속에서도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토요일인 9일 오전에 열린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의 조찬만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일정 때문에 참석률이 저조했을 뿐이다. 이날 조찬에는 일간지 대표 3명 방송사 대표 2명 등 5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언회라는 이름이 붙은 사장단 모임의 경우 청주CBS 조백근 본부장이 간사를 맡고 있고 명칭이 없는 보도·편집국장 모임 역시 청주CBS 박상용 국장이 연락책 성격의 간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두 모임 모두 주간지를 비롯해 대전과 청주에 각각 본사를 둔 충청투데이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고, 사장단 모임의 경우에는 충청일보를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일부 회사는 모임에 따라 회장과 사장이 번갈아 참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충청타임주는 권태신 실장 간담회에는 김영일 사장이, 박형준 수석 간담회에는 박재규 회장이 참석했다. 중부매일도 권 실장 간담회에는 지용익 사장이, 박 수석 간담회에는 박성규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양일보는 이철구 사장 대신 모두 조철호 회장이 자리를 지켰다.

두 모임 전하는 분위기 다소 차이
그렇다면 간담회에서는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사장단과 국장단 모임 참석자들이 전하는 현장 분위기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말해 사장단은 정부 관계자에게 지역의 여론을 생생하게 전달했다는 것이고 국장단은 정부 관계자로부터 ‘잠자코 있어달라’는 천편일률적인 당부를 들었으나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정부의 선무공작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나 정부 관계자의 태도는 ‘듣는 입장’과 ‘전달하는 입장’으로 분명하게 구분된다.

도내 모 일간지 C대표는 “정부의 달래기도 대전·충남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여론을 떠보는 자리인데 충북을 얕잡아 본다는 느낌도 들었다. ‘(충북을) 패키지로 묶어서 생각하지 마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충북의 신(新)성장 동력인 오송-오창-충주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C대표는 또 “청주공항과 관련해 건의사항을 얘기했더니 박형준 수석이 ‘수도권 전철의 청주공항 연계 등 공항관련 사항을 수정안과 함께 발표하고 싶었지만 특정지역(충북)과 관련한 사안이라 형평성 때문에 발표를 늦췄다고 하더라’며 한두 번 속아본 것이 아니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어찌 됐든 사장단 모임의 분위기는 주로 정부 관계자가 듣는 쪽에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C대표는 “박 수석이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고 밝혔고, 권태신 실장도 ‘오랜 외국생활 때문에 나라라는 큰 틀만 봤고 지역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속내를 드러내더라”며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로서는 수정안 설득은 몰라도 일단 지역의 언론사 간부들과 친숙해지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일방적 약속, 유관기관이 참여 독려
국장단 모임 참석자가 전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국장단 모임에 참석했던 도내 모 일간지 D편집국장은 “천편일률적이고 파상적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수정안이 도움이 된다. 충북까지 반대할 필요가 있냐. 어떤 걸 얻어야 할지 생각해 보라’는 식으로 일관된 논리를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D국장은 또 “정부 관계자들이 ‘세종시와 함께 대전 대덕, 충북 오송·오창이 C벨트를 형성하게 되면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완성된다’는 논리를 설파했다”고 덧붙였다. C벨트는 세종시와 위에 열거한 지역을 연결할 경우 알파벳 C모양의 띠가 형성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D국장은 그러나 “국장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근본적으로 수정안이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할 수 없고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다 국민적 합의를 무시해 과정상에도 결함이 있는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충청주민들의 이기주의로 비쳐진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안타깝다. 그렇다고 게거품을 물고 싸울 수 는 없고 소주 한 잔 먹고 오는 자리로 생각하고 참석했다”고 말했다.

D국장을 통해서 일련의 간담회가 정부 측에 의해서 통보가 되듯 일방적으로 전달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D국장은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연락이 온다. 참석을 독려하는 것은 지역의 유관기관이다. 예를 들어 교과부 장관이 내려올 때는 도교육청에서 울며불며 매달렸다”고 털어놓았다. 교과부의 압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무총리실 방송멘트까지 관여 의혹
대전 방송 3사 토론회 사회자에게 대본 전달


인근 대전·충남에서는 선무공작이 먹히고 있는지 국무총리실이 정운찬 국무총리 방송토론에 앞서 방송국에 사회자 오프닝·클로징 멘트까지 담긴 대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운찬 총리는 지난 11일 밤 대전MBC, 대전KBS, TJB 합동 초청 ‘세종시 대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순오 한남대 교수가 사회를 담당했고, 진영은 충남 연기군의회 의장, 김성배 숭실대 교수, 조명래 단국대 교수, 엄태석 서원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오마이뉴스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총리실 산하 ‘세종시 기획단’이 방송 대본 형태의 문건을 주관 방송사인 대전 MBC 쪽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건에는 사회자의 질문 문항과 답변 형식 등이 대본 형태로 자세하게 담겨 있다.

세종시 기획단이 보낸 사회자 클로징 멘트는 “요란한 정치적 이념적 구호보다는 과연 우리나라와 충청인의 미래에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실제 방송은 대본과는 달랐다.

대전 MBC는 방송토론 사전 준비 문제로 총리실과 자료협조 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리실은 11일 오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공식 발표까지는 엠바고 파기 우려 때문에 자료 협조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런 가운데 양쪽이 추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방송 대본 형태의 총리실 문건이 방송국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쪽은 방송 대본 형태의 문건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을 펼쳤다. 이희준 ‘세종시 기획단’ 홍보지원팀장은 “방송국 요청에 따라 자료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전 MBC는 방송 대본 형태의 문건을 요청한 게 아니라 엠바고 문제를 피해가면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문건을 전달받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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