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놀란 발상의 전환 제주 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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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놀란 발상의 전환 제주 올레길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1.2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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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길 이어 ‘친환경 웰빙’ 히트 관광상품으로 개발
골프와 함께 관광 살린 효자, 타 지역서 배우기도 열풍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세계적인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는 제주.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제주관광도 시들해져 갔다. 제주관광의 형태는 관광버스를 타고 가이드가 안내하는 대로 관광지를 둘러보는 버스투어가 주류였다. 제주의 이국적인 향취를 최대한 많이 즐기려는 관광객의 눈높이에 버스투어가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 다양한 올레길. 나무데크에서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갈길, 유채꽃이 만발한 마을길 까지 여행객의 발길을 이끈다.
하지만 매년 1500만명씩 찾는 제주는 신비스런 섬의 이미지가 흐려지면서 방문객 수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성인이면 의례히 몇 차례 이상 제주 여행 경험을 갖게 되면서 틀에 박힌 버스투어에 식상해지기 시작한 것.

실제 매년 1500만명을 웃돌던 제주 관광객 수가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급락하기 시작했고 IMF까지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

이 때 제주관광의 효자로 등장한 것이 골프관광. 아열대 기후에 가까운 제주에 골프장 조성 붐이 일면서 사계절 라운드가 가능해졌고 30% 가까이 저렴한 비용도 매리트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또한 몇 년을 버티지 못했다. 이번에는 골프관광객들을 중국과 동남아에 빼앗기면서 또다시 관광객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

이 때 등장한 것이 올레길이다. 수 십 년 전부터 다니던 마을길을 살리고 없어진 길을 이어 조성해 걷는 여행을 제안하자 전국에서 제주행 비행기 좌석 구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레길 2년 만에 대표 관광상품으로

관광상품으로 제주 올레길의 역사는 불과 2년여에 불과하다. 제주출신 전직 언론인 서명숙 씨(현 (사)제주올레 이사장)의 800㎞에 달하는 스페인 산티아고길 도보순례를 계기로 제주에 걷는 길을 만드는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제주와 서울에서 뜻있는 인사들이 모여 ‘제주 걷는 길’을 개척해 이를 널리 알릴 비영리법인을 설립키로 하고 그 이름을 ‘제주올레’라고 정했다.
‘올레’는 제주어로 거리 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이라는 의미로 기존 마을길을 잇고 복원해 하나둘씩 코스로 개발해 가고 있는 것이다.

올레길은 현재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에서 고대포구까지 15개 코스 총연장 250㎞가 개발됐다. 제주도 해안을 따라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이 올레길로 이어진 것이다.
올레길이 알려지면서 트래킹 차림의 제주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2006년 2000만명에 달했던 제주 방문객이 1500만명으로 감소했지만 올레길이 알려지면서 2008년 1700만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통계가 접수된 9월말 까지 1300만명을 기록해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레길은 기존 관광지와 일반 주민들 모두 고르게 관광활성화 혜택을 나눠주고 있다. 15개 코스 모두 성산일출봉과 중문단지 등 관광지는 물론 마을 안까지 이어지고 있어 연계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8코스가 끝나는 대평포구 마을에는 바다와 잘 어울리는 찻집과 펜션 등 숙박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 올레길이 개발되면서 마을 회관 벽이 안내판으로, 옛 건물은 운치있는 찻집으로 변했다.
내 것 보여줘 대박

올레길은 애초부터 관광상품을 염두해 두고 개발한 것은 아니다. 제주 걷는 길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새로운 여행의 형태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올레길은 걷다보면 다양한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코스마다 한 두개씩 포함된 오름을 오르다보면 한라산과 이어지는 제주의 산세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바다와 마을을 가르는 나무데크 길은 이국적인 정취를 내 뿜는다.

해안을 따라 걷는 올레길도 구간마다 다른 냄새를 풍긴다. 데크길을 따라 편안한 길이 있는가 하면 백사장과 자갈길이 나오기도 하고 자그마한 현무암 동굴을 지나기도 한다. 해안길을 걷다 보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제주바다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지는 주변 정취에 넋을 잃기 일쑤다.

잠시 해안이나 오름을 벗어나 마을길에 접어들면 이번에는 사람냄새에 흠뻑 젖는다. 백발의  해녀를 경운기에 태우고 물질을 떠나는 칠순의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고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제주방언을 주고 받기도 한다. 올레길이 개발되고 나서 마을회관 외벽은 마을과 올레길 안내판이 됐고 낡은 옛집은 운치있는 찻집으로 변하기도 했다.
겨울이지만 동백이며 유채꽃이 피어있는 풍경도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눈요기 감이다.

특히 올레길은 자연친화적인 웰빙 여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자동차를 버리고 도보로 여행하는 맛이 기대 보다 훨씬 신선하게 느껴진다. 코스별로 길게는 20㎞가 넘으니 제법 다리도 뻐근해 오니 대표적인 웰빙 여행이기도 하다.

이렇게 제주올레길은 새로 꾸미거나 인공을 최소화 한 채 감춰진 제주의 것을 찾아내 보여줌으로서 여행객들의 오감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흉내낼 수 없는 것을 제시하라’
올레길의 성공, 지리산 둘레길 등으로 확산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제주올레길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슬로우 문화’의 단면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새로운 관광상품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미 지리산 둘레길, 무등산 옛길 등 제주올레를 따라한 상품이 등장했고 여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지며 도보여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충북 또한 올레길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담아내는 차별화된 여행상품을 발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역 역사문화 유적이나 관광지를 묶는 패키지로는 여행상품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없다. 충북에서만 가능한 상품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은군이 충북알프스를 개발해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등산 마니아를 겨냥한 제한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가족단위 여행객이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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