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쫓던 ‘청주시’ 지붕쳐다 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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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쫓던 ‘청주시’ 지붕쳐다 본 까닭은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3.24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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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월드컵 개최도시서 제외, 장밋빛 청사진 날아가
유치위, 선정기준 공지 안 한 채 공모 행정력만 낭비

우리나라가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신청한 가운데 개최도시에서 제외된 청주시가 투명하지 않은 월드컵 행정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청주시는 ‘2022월드컵축구대회유치위원회’(이하 월드컵유치위)의 개최도시 선정 계획에 따라 체육과 관련된 거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 시 외곽에 현대식 경기장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하는 등 유치에 힘썼다.

   
▲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나섰던 청주시가 신축 예정 경기장은 제외한다는 월드컵유치위의 방침에 따라 개최도시에서 제외돼 허탈해 하고 있다. 사진은 2002년 월드컵을 치른 서울 월드컵 경기장.
하지만 월드컵유치위가 신축 경기장 불허라는 선정기준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청주시의 이같은 계획으로는 처음부터 선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현 청주종합운동장을 보수하거나 증축한다 하더라도 월드컵 경기장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 불가능한 일에 행정력만 낭비한 셈이다.

2010 체육 행정 최대 과제 ‘수포’

청주시가 월드컵 개최도시 선정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부터다. FIFA에 2022월드컵 개최를 신청한 대한축구협회(월드컵유치위는 8월 창립)는 전국 지자체에 개최도시 선정 계획을 알렸고 이에 청주시는 즉각 참여의향서를 제출, 월드컵 개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월드컵유치위는 지난 1월 초 청주시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며 이에 따른 이행확약서와 개최도시 신청 의사를 재확인 하는 등 개최도시 선정 작업을 본격화 했다.

특히 월드컵유치위는 지난해 청주시가 이미 월드컵 개최 도시 참여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재차 확인을 요청하기 까지 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참여 의향을 전달하는 정도였는데 월드컵유치위가 출범한 뒤  올 들어 일이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유치위 일정을 맞추기에도 빠듯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실제 월드컵유치위는 1월 27일 청주시에 개최도시 평가회 개최와 설명자료를 이틀 뒤인 29일까지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휴일을 반납하고 철야작업을 통해 2월 1일 자료를 제출 할 수 있었다.

이후 현장실사와 개최도시 브리핑 등의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됐고 청주시는 이와는 별도로 문화체육관광부를 방문해 홍보활동을 벌이는 등 월드컵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개최도시로 신청한 지자체는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2002한일월드컵 개최 경험을 가진 도시와 울산, 제주, 수원, 전주, 고양, 천안, 전남(무안), 청주, 포항 등 15곳이었다. 특히 전남은 도청 이전지인 무안을 경기 개최지로 신청하는 등 청주 못지 않은 의지를 나타냈다.
결과는 이중 전남과 청주, 포항 3곳을 제외한 12개 도시가 개최지로 선정됐다.

신축 예정 경기장 제외

월드컵 유치 실패라는 결과 만큼 청주시를 허탈하게 만든 것은 개최도시 탈락의 이유였다.
월드컵유치위의 개최도시 선정기준은 첫째, 2002월드컵 개최경험과 둘째, 재정부담·경기장 활용도 등을 감안해 신축 예정 경기장은 제외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신도시를 조성해 도청 이전을 추진중인 전남과 기존 전용구장 외에 새로운 경기장을 신축해 축구를 도시브랜드화 하려던 포항, 그리고 청주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문제는 월드컵유치위의 이같은 선정기준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신축 경기장은 선정에서 제외한다는 기준만 공개됐다면 개최도시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올 들어 이달 초 까지 체육 행정의 가장 큰 비중을 월드컵유치에 둘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되지도 않을 일에 장밋빛 꿈을 꾸며 힘을 낭비한 격이 됐다”고 허탈해 했다.

더욱이 청주시는 설명자료나 현지실사 등을 통해 월드컵유치위로부터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는 서부 외곽에 4만석 규모의 경기장을 신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 했으며 경부·중부고속도로 접근성, 청주공항, 라마다호텔 등을 집중 부각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

시 관계자는 “교통접근성과 특1급 라마다호텔에 대한 실사 위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청주가 개최도시에서 제외된다는 예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월드컵유치위 측도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유치위 관계자는 “경제적인 월드컵을 개최하자는 취지로 선정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대회를 치르고 난 뒤 경기장 활용도가 급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축 경기장은 제외한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안내되지 않아 논란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낡은 종합운동장 바꿀 수 있었는데”
市, 월드컵유치·노후시설 이전 두 마리토끼 노려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었던 월드컵유치와 낡고 비좁은 종합운동장 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친 격이어서 청주시의 허탈감은 더욱 크다.

청주시 사직동에 위치한 청주종합운동장이 문을 연지 32년이나 돼 낡았고 규모도 작아 시설확장과 이전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 개최도시로 선정될 경우 국비확보가 가능해져 경기개최로 인한 지역홍보와 체육시설 현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청주시는 서부 외곽에 35만㎡의 부지를 확보, 4만석 규모의 축구장과 함께 야구장, 실내체육관, 수영장 등 스포츠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사직동 종합운동장을 사실상 이전하고 그 자리는 생활체육시설로 리모델링해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세웠다.

이럴 경우 예상되는 예산은 건축비만 2500억원. 청주시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월드컵 경기장으로 지정되면 광역특별예산으로 편성돼 국비 30%, 도비 35%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체육계 관계자는 “현 종합운동장은 인구 30만명 도시에나 어울릴 규모다. 막대한 예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체육발전과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청주종합운동장 이전은 90년대 후반에도 공론화 되지는 않았지만 몇가지 방안으로 추진 됐었다.
그 중 하나가 당시 굴지의 대기업이 시 외곽에 부지를 마련해 현대식 종합운동장을 건설해 기부채납하고 현 사직동 체육시설 부지를 타 용도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기업이 IMF를 맞아 부도처리 돼 이 계획도 초보적인 추진단계에서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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