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여성 성매매 사건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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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여성 성매매 사건 이목 집중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3.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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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성매매 강요·수급비 착취·소유토지 불법 근저당 주장
시민·여성계, ‘여성장애인 인권 침해’ 검찰 조사 결과 주시

   
▲ 4년여 동안 여관업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금품을 착취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 이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에 시민단체와 여성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돌봐주겠다는 여관업주에 속아 4년여에 걸쳐 성매매에 내몰렸다는 30대 지적장애 여성 사건(충청리뷰 2009년 10월 21일 보도)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여성계는 친족들에 의한 소녀 상습 성폭행, 70대 노인들의 20대 여성 성폭행 사건 등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조사결과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본인과 가족들은 성매매 강요는 물론 장애인·기초수급비 착취와 소유 토지에 대해 불법으로 근저당을 설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관업주와의 악몽 같은 인연

A씨(38·여)는 자기 이름 석 자밖에 쓸 줄 모르는 지적장애인이다. 초등학교 문턱을 예닐곱 번이나 드나들었지만 결국 2학년 과정도 마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는 비교적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진천군에 있는 한 여관에서 업주 B씨(51)로부터 낮에는 청소, 밤에는 성매매를 강요 당했다는 것.

심지어 출장 성매매에도 내몰렸으며 자주 찾아간 집 아파트 호수는 물론 인상착의와 직업을 기억하는 성 매수남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A씨 명의의 장애인·기초생계비를 3년여에 걸쳐 가로채고 소유토지에 1억원의 근저당 까지 설정했다는 게 A씨 가족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8월 A씨가 병원치료를 받기 위해 여관에서 벗어나 우여곡절 끝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알려졌고 A씨 오빠가 4년여에 걸쳐 매매를 시킨 여관 업주 B씨를 청주지방검찰청에 고소, 수사가 시작됐다.

   
▲ B씨는 지난해 충청리뷰 취재 직후 A씨 소유 토지 근저당을 풀었다.
A씨 오빠는 고소장에서 A씨는 지난 2005년부터 여관 업주 B씨가 운영하는 다방과 여관에서 일을 해왔으며 이씨가 낮에는 청소나 차 배달을 시키고 성매매를 원하는 손님들을 상대로 관계를 알선하고 화대의 상당액을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당사자 A씨를 만나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A씨는 “한 달에 15명 정도 손님을 받았다. 어떤 때는 잠을 자는데도 깨워서 일하러 나갔다. 주인 언니가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늦게 일어나면 욕하고 윽박질렀다. 돈은 손님이 10만원을 주면 (나에게) 3만원을 주고, 8만원을 주면 2만원을 줬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렇게 4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김씨는 지적장애 외에도 치료와 요양을 필요로 하는 심각한 신체질환을 앓고 있었다. 당뇨합병증으로 1주일에 3번 혈액투석을 해야 할 만큼 중증의 신장질환에 시달려온 것이다. A씨는 “왼쪽 눈의 시력이 거의 없어 2급 장애인데다, 신장질환도 2급이어서 1급 장애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적장애에 대해서는 아직 등급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다.

현재 경찰조사가 마무리돼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고소 내용에 대한 사실과 이 씨에 대한 기소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여관 업주 “오히려 김 씨 돌봐 줘”

그러나 여관 업주 B씨는 오갈 데 없는 A씨와 가족같이 지내며 병원치료비로 쓴 돈만 상당액에 이른다며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결국 몸과 마음 모두 만신창이가 된 A씨를 놓고 벌어지는 안타까운 진실공방은 검찰과 법원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주 B씨는 지난해 취재 당시 이처럼 심신이 극도로 허약한 김씨에게 성매매를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A씨가 ‘죽을 때가 됐다’며 찾아왔다. 나는 오히려 보살펴줬다. ○○병원의 진료기록을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A씨를 위해 쓴 병원비가 얼마인데….”라며 말문을 닫았다.

구체적인 사실은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취재 과정을 통해 A씨가 주장하는 몇 가지 내용이 확인됐다.
우선 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A씨의 수급통장을 업주 B씨가 관리했다는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 높았다.

A씨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장애인수급대상자로 지정된 것으로 추정되는 2006년 4월과 6월부터 A씨 명의의 통장에는 매달 합계 35~42만원 정도의 수급비가 꼬박꼬박 입금됐다. 2009년 여름까지 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한해 약 300여만원씩 모두 13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잔고는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A씨와 가족의 주장대로라면 이 돈을 B씨 부부가 갈취한 셈이 된다. 실제로 통장내역을 보면 B씨의 딸 앞으로 10만원씩 정기적으로 인출됐는가하면 통신요금 등으로 빠져나간 기록이 남아있다.

A씨는 “가끔 심부름으로 돈을 찾아온 적은 있지만 돈은 내가 쓰지 않았다. 일을 도와주면 조금씩 용돈을 줬다. 그나마도 돈을 받는 날이면 조카(B씨의 자녀)들이 올라와 먹을 걸 사달라고 졸라 돈을 써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업주 B씨는 이 부분에 대해 “통장을 내가 관리한 게 아니라 같이 생활하면서 마냥 한식구처럼 지냈다”고 애매한 답변을 했다.
장애인·기초생활수급비가 지급되는 통장을 타인이 관리하며 사용해서는 안 되며 설사 대상자에게 지적장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A씨 토지 근저당 취재 직후 풀어

A씨 오빠가 고소장을 통해 주장하는 B씨의 또 다른 혐의는 A씨 소유의 땅에 무려 1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땅은 A씨가 1988년 12월 상속받은 것으로 임야 3만1736㎡ 가운데 김씨 몫에 해당하는 지분 3분의 1이다.

B씨는 이 땅에 대해 2008년 4월17일 A씨를 채무자로 1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놓았다. 근저당권자는 B씨의 누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오빠는 이에 대해 “내 동생은 한글을 읽고 쓸 줄도 모른다. 장애인수급대상자로 등록시키는 과정에서 재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채무관계가 있는 것처럼 근저당을 설정한 것 같다. 적어도 동생이 도망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사자인 A씨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내 도장이 3개나 되는데 모두 B씨가 관리했다. 이씨에게 인감증명서를 발급해 준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주 B씨는 “부동산특별조치법에 따라 A씨의 오빠가 동생 명의의 상속재산까지 자신 앞으로 등기를 내려고 하면서 A씨 앞으로 통지가 왔다. ‘내 것은 안준다. 못 건드리게 해줘라. 나중에 내 장례비까지 생각해 필요한 재산’이라고 도움을 요청해 도와준 것일 뿐이다. 오누이 사이의 재산싸움에서 비롯된 일인데 나만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씨는 취재직후인 지난해 10월 21일 법원에 근저당 해지를 신청, 지난 2월 2일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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