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산남동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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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산남동 상가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3.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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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경제·사회부장

지난 주말 청주시 산남3지구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을 즐겼다.
조성된 지 몇 년 안 된 탓에 식당은 널찍하고 깔끔했다. 물론 주인과 주문받고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들도 친절했다.

그런데 이곳 상가들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법원 검찰청 때문에 황금상권이 형성되리라던 분양 당시 설명이 무색할 만큼 텅 비어 있었다.

음식점이 있는 건물도 7층 가운데 3개 층에만 불이 켜져 있었으며 맞은 편 대형 상가는 아예 1층과 2층 전체가 비어 있었다. 건물 외벽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바람에 날려 을씨년스런 분위기 마저 감돌 정도였다.

산남3지구 상가가 임대되지 않아 경매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언론의 우려섞인 전망이 곧 현실화 되겠다는 확신(?)이 섰다. 벌써 어떤 상가는 건물 취·등록세를 내지 못해 경매가 신청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몇 년 전 3.3㎡에 2000만원도 더 주고 상가를 분양 받은 한 지인은 되팔려고 내 놨지만 몇 달째 매수 희망자가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분양대금을 치르느라 받은 은행 대출 이자만 한달에 200만원이 넘는다. 7개 층중 임대가 이뤄진 곳은 5층과 6층 2개 뿐, 그나마 층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관리비며 밀린 세금에 빚만 늘어간다.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토지주택공사가 개발한 택지라면 일단 신뢰부터 보내는 투자자들의 속성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비난도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산남3지구 조성 당시부터 충청리뷰가 지적했던 과도한 상가비율로 인한 부작용이 투자자들의 엄청난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시행자인 토지주택공사나 사업을 승인한 청주시, 충북도는 아무런 대책도 고민하지 않는다. 되레 ‘경기침체 탓이요, 사업성을 자신해 분양받은 계약자들의 잘못이다’ 또는 ‘안됐지만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말 뿐이다. 이런 공공의 무책임한 자세부터 뜯어고쳐야 충북이 바로 선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도시계획이나 부동산개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모리부동산이 민간개발한 도쿄의 록본기는 시행자가 관리까지 담당해 유지하고 있다.
도쿄시가 역세권을 중심으로 공공개발한 시오도메지구는 ‘시오도메시티’라는 관리회사를 설립해 임대·분양에서 유지보수까지 책임진다.

하지만 충북에는 청주산남3지구를 비롯한 택지개발지구 시행자가 사후 관리하는 곳이 한 곳도 없다. 물론 전국적인 추세라고 얼버무리겠지만 적어도 ‘경제특별도’나 ‘잘사는 충북 행복한 도민’을 내세우는 충북으로서는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서민들이 집이 부족하니 도심 외곽에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조성해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 보다 도시·행정적 필요를 앞세워 도심을 확장해 수 억원짜리 아파트와 고층 상가 분양에 나서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최소한 몇 십억원 씩 빚을 내 분양받은 상가를 채우지 못해 경매로 빼앗기거나 파산하게 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도민스스로 23조원의 투자를 유치해 경제특별도를 완성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당장 피부로 느끼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내 식구 밥상의 그릇이 비었는데 장기적으로 밥그릇이 채워질 것이라는 말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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