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는 공무원 줄서기 논란
상태바
되풀이 되는 공무원 줄서기 논란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4.07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부급 실명 거론하며 ‘누구는 누구 편’ 소문 파다
남상우 청주시장 ‘박살’ 발언, 공직사회 단면 드러내

“공무원 중 일부가 선거 중립을 망각한 채 줄서기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때 이들을 박살내고 선거에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다.”

남상우 청주시장이 지난달 29일 업무보고에서 한 발언의 파문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부하 직원들이 상대 후보에 줄을 선다니 현직 시장으로서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투표소에서만 줄을 서는 것이 아니다. 남상우 청주시장의 박살 발언에서도 드러나듯 선거철을 맞은 공직사회도 특정 후보에 줄서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홧김에 내뱉은 발언을 후회했다는 뒷 얘기가 들리지만 어쨌든 선거를 앞 둔 공직사회 분위기의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현직 시장이 부하직원들의 동태를 살펴야 하는 기가 막힌 현실은 애석하게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누구는 누구의 편’이라는 식의 말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철이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공직사회의 단골 ‘카더라통신’인 것이다.

여기에는 출신 지역이나 학교동문 조직이 동원되기도 한다. 한번에 여러 명을 줄 세우기 위해서는 지연이나 학연을 이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같이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공직사회의 줄서기 논란은 백해무익하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하위직 보다 고위직 구설수 많아

청주시 서기관급 고위직인 A씨와 B씨, 사무관 C씨 등은 ‘남상우 맨’으로 통한다. A씨의 경우 사석에서 “다른 인물이 시장에 당선돼 보복인사를 한다 해도 기껏해야 사업소장으로 쫓아낼 것 아니겠는가. (남 시장으로부터)크게 받은 것도 없지만 그를 배신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최근 자신이 근무하는 부서의 유관기관 회원들을 만날 때마다 남 시장 지지 당부를 잊지 않는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반면 B씨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선거 얘기를 피하며 애써 중립을 지키려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현 시장과 상대 후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 청주시 7급 공무원은 “본인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명하며 누구는 시장의 편이고 또 누구는 아니라는 얘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어떤 간부는 서신이나 이메일을 통해 지인들에게 지지를 당부한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 쪽에 섰던 일부 인사들은 현 단체장의 임기 동안 이런저런 불이익을 당해왔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특이한 것은 사실이든 아니든 줄서기 구설수에 오르는 공무원들은 하위직 보다 고위직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고위직 공무원들이 단체장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 이런저런 인연을 맺기도 쉽고 결정적인 것은 이들이 승진인사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선거철이 아니더라도 승진인사 때마다 뒷말이 나오는 것이 고위직들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선거 판세 따라 쏠림 심해

도내 공직사회의 정설은 선거철 줄서기 시도는 상대 후보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이상 현직 단체장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현 단체장 재직시절 승진을 했다면 더욱 그러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생소한 상대 후보 쪽에 서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선3기 선거 당시 나기정 청주시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됐던 한 공무원은 한대수 시장이 당선되자 한직으로 밀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이후 민선4기 선거에서는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한 시장 대신 같은 한나라당 남상우 후보 쪽에 서서 지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선거 판세가 한쪽으로 확실하게 기운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히려 앞서가는 후보쪽에 노골적인 줄서기가 시도되는 경우가 많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 단체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는 “어느 선거라고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투표일을 보름여 앞두고 판세가 기울자 후보를 직접 만나려는 공무원들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 늦은 저녁 시간에 선거사무소를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선거도 비슷한 현상이 빚어지는 것 같다. 남상우 청주시장의 박살 발언도 한범덕 후보의 지지도가 만만찮게 상승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느냐. 반대로 충북도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정우택 지사와 이시종 의원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