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소중한 나라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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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소중한 나라에 살고 싶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04.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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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 육거리우리의원 원장

서구사회에서 유일하게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되지 않고 있는 미국에서 큰 변화의 모습이 준비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노력으로 건강보험개혁안이 의회를 통과 하며 건강보험에 대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식 의료보험제도로 가는 역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또한 민영화의 방법이 일반국민이 알지 못하게 추진되고 있어 큰 문제이다.

본디 보건의료분야는 공공적 성격 때문에 DDA협상 의제에서도 제외돼 왔으나 미국은 각국의 건강보장정책 의약품전달체계, 의약품 가격경쟁, 식품정책 등 국민 건강과 관련된 주요 정책마저도 FTA 의제로 상정하고 있다.

한미 FTA와 의료시장개방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서로 뗄래야 땔 수 없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외자유치, 일자리 창출, 의료의 질 향상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극심한 의료의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 보험사의 건강보험체계의 변화요구가 매우 강력함을 볼 때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료시장 개방이 한미 FTA 협상에서 필수사항은 아니나 다른 분야(자동차, 전자 등)에 유리하다면 전격적인 영리법인 허용(영리법인을 금지한 의료법 개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 건강보험의 전 국민 강제가입,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등을 포함하고 있는 우리나라 보험제도가 미국 보험사의 수익 창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직 본격적인 협상의 제로 떠오르고 있진 않지만 이는 한국 정부가 알아서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경제특구에 이미 영리 법인을 허용하고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를 폐지한 것으로 보아)임을 알 수 있다.

한미 FTA를 통해 의료서비스산업화가 전국적으로 현실화 될 경우 이들 영리법인들의 최대목표는 이윤 창출이므로 당연히 고가·고이윤·고소득지역에 보건의료자원이 몰려들 것이다. 의료비용은 급격히 상승하겠지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약화되고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축소될 것이다.

결국 의료이용 불평등의 소득별 지역별 격차가 더 심각해 질 것이다. 주식회사형 병원은 환자의 건강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병원이므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에 대한 부당한 노동착취의 증가가 예상된다) 이윤이 적은 필수의료서비스는 회피하는 반면 불필요한 고급의료서비스를 강요하고, 가격을 인상하면서 과잉진료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행법상,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이 되기 위해서는 청산 절차를 밟고, 잔여재산을 국고로 환수해야 하나 상당수의 병원이 자본잠식 상태에 있으므로 빚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병원협회는 한 발 더 나아가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특례규정을 만들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리법인의 의요기관 설립 허용은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폐지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병원은 건강보험 환자를 받아야 하는 의무 규정인 당연지정제가 폐지된다는 것은 국민건강보험 환자를 안 받는 병원이 출현한다는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전반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건강보험을 탈퇴해서 진료비를 자율적으로 받는 병원이 나타나고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에서 탈퇴하면 소득수준에 따라 의료체계 자체가 깨지는 것으로 건강의 양극화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공공의료가 전체 의료에 7%밖에 차지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치명적이다.

미국은 많은 공공의료기관을 갖고 있음에도 국민건강보험의 미비로 어려움을 겪어 왔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역의 이익을 위해 생명을 버리는 거꾸로된 정책을 펴고 있다. 이윤보다는 생명이 더 소중한 나라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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