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우체국 부지 ‘묻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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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우체국 부지 ‘묻으면 안돼’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4.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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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길 청주우체국 이전 가시화, 청주읍성 복원 단초 마련
“타 용도 개발이나 매각하면 문화재 또 사장” 대책 시급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성안길 내 청주우체국이 율량2지구로 이전될 전망이어서 부지매입 등 청주읍성 복원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현 청주우체국이 옛 청주읍성 터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이전하더라도 매각하거나 다른 용도로 개발하지 말고 역사공원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지성 청주문화사랑모임 대표는 “청주우체국 이전으로 향토 역사 찾기의 기회이자 위기를 맞게 됐다. 이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청주우체국 터에 역사공원을 조성하는 등 옛 청주읍성 복원의 계기로 마련해야 한다”며 “만일 타 용도로 개발하거나 매각할 경우 청주동헌 객사터에 이어 또다시 소중한 역사가 땅 속에 묻혀 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주읍성 터에 자리잡은 성안길 청주우체국 이전이 추진됨에 따라 이 부지를 매입해 발굴복원하거나 역사광장화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율량2지구 1만㎡ 매입 협의

청주우체국과 한국토지주택공사충북본부, 청주시 등에 따르면 청주우체국은 율량2지구에 1만여㎡ 부지를 마련해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우체국 관계자는 “현재 토지주택공사와 율량2지구내 토지 매입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 해 안에 부지 매입을 완료하고 설계와 인허가를 거쳐 내년 중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주택공사충북본부 관계자도 “지난해 말 우체국 측으로부터 1만여㎡의 부지 매입 의뢰를 받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계획된 필지를 합쳐야 하기 때문에 개발계획 변경이 필요하다. 우체국 측과 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경우 올 3/4분기 쯤 되면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현 성안길의 청주우체국은 3802㎡ 부지에 본관 3층 건물과 우편·택배 등 물류시설 등이 갖춰져 있으며 청주 상당구와 청원군 일부 23개 우체국과 우편취급소를 관할하고 있다.
청주우체국은 율량2지구로 물류기능 전체를 이전하고 우편취급과 금융 등 영업기능만 남겨둘 계획이다.

우체국 관계자는 “공간이 협소하고 청주시내 번화가에 위치해 있어 집배송 차량 운행 등 업무에 많은 불편을 겪어 왔다. 율량2지구로 이전해 물류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현 우체국은 영업기능을 전담케 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4급 관서인 현 청주우체국은 다른 동네우체국처럼 6급 관서로 조정되고 관내 우체국 관할은 율량2지구에 신설되는 새 우체국에서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청주우체국은 구한말 우정국 신설로 1898년 청주우체지사로 개설된 뒤 1948년 현재의 청주우체국으로 개칭됐다. 1973년 현재의 건물을 신축해 37년간 성안길의 대표적 건물로 자리매김 해 오고 있으며 2005년에는 청주권 인구 증가와 도시개발 등 업무가 확대됨에 따라 서청주우체국을 분리했다.

청주우체국 터 활용방안은?

청주우체국은 이전을 확정하기는 했지만 현재의 부지와 건물은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우체국 관계자는 “율량2지구로 이전하기로 확정했을 뿐 현재 토지주택공사와 초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추진 상황이 좀 더 진행되면 현재의 부지와 건물 활용계획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영업기능은 남겨둔다는 방침 정도.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우편취급이나 금융업무 까지 전부 옮겨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청주문화사랑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최소한 청주우체국 부지가 타 용도로 재개발되거나 민간에 매각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류기능을 뺀 본관 건물을 우체국으로 계속 활용한다면 뒤편 주차장과 집배시설 부지 2000여㎡가 여유 공간으로 남는다.
시민단체들은 이 곳을 청주읍성을 상징하는 역사광장 등으로 조성해 읍성 복원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역사와 문화의 고장이라고 하지만 옛 읍성의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향토역사를 조명하는 데 소홀했다. 청주관아 객사 터를 확인하고도 매립해 버린 게 불과 4년도 안된 일이다. 이번에야 말로 철저히 준비해 우체국 부지를 시민의 공간으로 전환해 향토역사의 상징지역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사랑모임은 이같은 뜻을 청주시에 전달했으며 청주시 또한 가능한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시 관계자는 “청주읍성의 복원과 역사공원 조성 등은 청주시 브랜드 가치 상승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도시재정비 차원에서도 성안길에 역사거리를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읍성 발굴 등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현실을 반영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우체국, 관아 외삼문 주변 추정
청녕각과 인접, 읍성 객사터도 불과 150m 지척

청주우체국 이전이 청주읍성 복원 차원에서 큰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은 이 터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우선 청주관아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청주관아의 중심 건물로 남아 있는 청녕각(淸寧閣)과는 불과 30m 거리로 인접해 있다.

청주관아가 처음 지어진 것은 언제인지 정확치 않으나 청녕각은 건물의 처마 끝에 장식된 암막새기와의 명문을 통해 도광 5년(1825·순조 25)에 전면 개축했음이 확인되며 이후 1868년(고종 5) 청주목사이던 이덕수가 중건했다. 이덕수가 중건하기 전에는 이 건물을 근민헌(近民軒)이라고 불렀으며 10칸 규모이던 것을 오늘날과 같은 28칸 규모로 크게 확장하면서 청녕각으로 이름을 바꿨다.

특히 청녕각은 지극히 화려하여 호좌(湖左) 관아 동헌 중에 최고가 되었다고 전하는 만큼  관아 규모가 비교적 컸으며 따라서 청주우체국 터도 관아의 일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지난 2006년 인근의 복합영화관 건축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청주읍성 객사터도 직선거리로 150m에 불과하다. 청주관아(현 청원군청)를 중심에 두고 객사터는 서북 방향, 청주우체국은 남쪽 방향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우체국 터의 중요성에 무게를 싣는다.

이런 점들로 미뤄 청주우체국 터는 청주읍성의 중심이었던 관아의 외삼문이 있던 곳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정지성 문화사랑모임 대표는 “전해오는 청주읍성도를 토대로 청녕각과 객사터 등 확인된 유적과 연관지어 보면 청주우체국 자리는 관아 외삼문 안팎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발굴의 필요성도 높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 터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다. 청주우체국 이전으로 이 터를 역사의 공간으로 복원 또는 상징화 할 수 있는 계기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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