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호천이 파헤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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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미호천이 파헤쳐지고 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0.04.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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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4대강사업 본격 시작, 환경단체 저항도 시작
충북도 “국책사업이라 중단못해…청주의 명소 만들 것”

4대강 사업 공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충북은 청주·충주·제천·단양·옥천·영동 지역에서 하천 정비 등이 이뤄진다. 청주·청원지역에서는 미호2지구 사업이 진행된다.

   
▲ 전국에서 모인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처장들은 지난 9일 청주시 미호천 작천보에서 ‘미호천 파헤치지 마라’ 는 피켓을 펼쳐들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충북도는 지난 8일 환경단체와 감리단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호천 2지구에 대한 4대강사업 설명회를 열었으나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사업 중단을 요구하면서 퇴장, 설명회가 무산됐다. 이 설명회는 청주충북환경연합 등의 환경단체가 요구해 개최된 것.

염우 청주충북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설명회 전날 담당국장에게 미호천 공사에 대해 의견을 낼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장이 우리 의견을 받아들였으나 설명회에 가보니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부했다. 전국민이 관심을 갖는 민감한 사안인 4대강 사업을 착공하면서 제대로 된 설명회조차 하지 않고, 우리 지역에 이익이 되는가 여부를 놓고 타당성조사 한 번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미호천 사업에 대해 분석해서 의견을 낼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생태계와 환경 훼손 우려
이에 반해 충북도는 국책사업인 만큼 공사를 중단할 수 없고 다만 환경단체들이 의견을 내면 검토해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그동안 오창읍사무소·옥산면사무소 등지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환경단체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지역은 준설공사도 하고 대형공사를 많이 하나 충북은 환경정비 수준이고 친수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며 “미호천 공사는 청주의 명소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미호천 수질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작천보에서 이물질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금강10공구 미호2지구 사업은 지난해 12월부터 2012년 1월까지 경부고속도로 미호천교~540번 지방도 공항대교에 383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도는 산책로·자전거도로·역사산책공간·운동시설·잔디광장·피크닉관·저수호안 등을 조성해 생명의 숨결이 느껴지고, 신·구와 도·농이 조화를 이루며 신문화의 물결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해 국민들의 저항이 많은 만큼 미호천 사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다. 하천을 인공적으로 개조해 생태계와 환경을 훼손시켜 철새 서식지와 백곡저수지 미호종개 서식지 침수 등이 우려된다는 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우려다.

   
▲ 충북 음성군 망이산을 시작해 진천~청주~무심천을 거쳐 금강으로 향해가는 미호천. 천연기념물 미호종개를 비롯한 붕어, 메기 등 온갖 종류의 민물고기와 다양한 철새들의 서식지 미호천, 그러나 이곳은 4대강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계속 파헤쳐 질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가 주최한 4대강사업 성공적 추진을 위한 토론회 때도 정부 관계자들만 빼고 거의 대부분의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미호천 사업을 반대했다. 이에 따라 6·2지방선거에서도 세종시·청주청원통합 등과 더불어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국 유권자희망연대는 무상급식 실시 반대론자와 4대강 사업 찬성론자에 대해 반대운동을 펴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청주충북환경연합은 지난 6일 시민감시단을 발족한데 이어 전국환경연합 사무국·처장단 모임을 미호천 작천보에서 열고 ‘미호천 파헤치지 마라’는 퍼포먼스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2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미호천 사업 중단을 주장했다.

이들은 “무심천에 했다가 뜯어낸 인공적 저수호안을 또 미호천에 하려고 한다. 강을 죽이는 4대강 사업을 결사 반대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정우택 도지사 면담과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현장간담회, 지구의 날 기념 생명의 강순례가 예정돼 있고 지방선거 후보자들로부터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분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초평저수지 둑높이기 “백지화 결정 안돼”
한편 4대강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진천군 초평저수지의 둑높이기 사업도 항간에는 백지화됐다고 발표됐으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 ‘물이 고이면 썩는다.’ 미호천은 매년 오염물질 유입으로 물고기들이 수난을 겪는다.
이 사업은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보에 라바댐을 설치하는 것. 하지만 둑을 높이면 초평면 일대 마을과 농경지 침수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얼마전 민주당 정범구 의원(증평·진천·괴산·음성)은 농식품부와 농어촌공사가 이를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북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주민 민원이 많으나 백지화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결정권을 가진 농식품부에서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 곳은 특히 미호종개 서식지라서 환경단체들도 반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관이 아름답고 생태적으로도 보존가치가 있는 미호천이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파헤쳐지는 것을 시민들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지만, 충북에 이익이 되는가를 반드시 냉철하게 판단해봐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말이다. / 글=홍강희 기자·사진=육성준 기자

미호천은 어떤 하천?
‘미호종개’가 살고 철새도래지로 각광받는 곳
2009년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도 선정

미호천은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추진한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됐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을 가로지르는 미호천은 고운 모래톱이 있고, 수변공간이 깨끗하게 보전된데다 다양한 생물군이 살고 있는 하천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 곳에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동식물도 살고 있다. 아름다운 하천에 선정될 때도 미호천 청주시 구간인 옥산교~팔결교의 12km에 세계적인 천연기념물 미호종개가 살고 있는 생태조건이 큰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 미호천 작천보의 중심은 철새들의 주요 안식처가 되고 있다.
잉어목 미꾸리과의 민물고기인 미호종개는 지난 1984년 미호천에서 발견돼 ‘미호종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몸 길이는 6~7cm이며 연한 황갈색으로 물 흐름이 느리고 얕은 곳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금강에서만 서식해 환경부는 멸종위기 동식물 1급으로 지정했다. 미호종개 복원연구를 펼치고 있는 방인철 박사팀에 의해 미호천 상류 백곡천 일대에 1만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호천은 음성군 삼성면 마이산(마이산, 471.9m) 남쪽 기슭에서 발원해 진천·청원·청주를 거쳐 충남 연기군 동면 합강리에서 금강으로 합류하는 국가하천이다. 길이는 89.2km. 충북도내의 백곡천·초평천·보강천·무심천·조천 등 작은 지류들이 하나로 합쳐져 농민들이 청주·청원·증평·연기 일대에 걸친 광대한 청주평야에서 농사짓는데 큰 도움을 주는 귀중한 하천이다.

청주·청원 일대의 미호천 하류부는 수년간 골재 채취가 금지돼 하천 생태계가 양호하게 보전돼 있고 멸종위기 동식물인 수달·삵·독수리·큰고니 등의 서식처이자 청주일대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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