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의 슬픔 <작은연못>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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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의 슬픔 <작은연못>을 보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4.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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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정치문화부 기자

드디어 노근리를 다룬 영화 <작은연못>이 극장에 걸렸다. 청주에서는 라마다프라자 영화관과 키노피아에서만 상영했다. 영화가 개봉되기를 기다렸던 나는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상영관을 찾았다. 의무감도 있었다. 금요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관객은 단 한명 뿐이었다. 표를 건넨 여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관객이 많지 않다는 눈치다.

영화는 86분의 짧은 러닝타임 안에 한국사회 마저도 외면했던 불편한 역사적인 진실들을 고스란히 옮겨놓는다. 1950년 7월, 한국전쟁 발발 당시 영동 노근리 사람들은 이유 모를 피난길을 떠난다. 대문 바위가 마을을 지켜줄 것이라는 전설을 굳게 믿으며 소풍처럼 떠났던 피난길. 그

들은 미군이 도락구(트럭)를 보내준다는 말에 아이를 업고, 이불과 살림살이를 챙겨 남하한다. 그러나 순진했던 믿음을 조롱하듯 그들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지고, 미군 병사들은 이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한다. 마을 사람들은 도대체 총구가 왜 자기들을 향하는지 모른 채 쓰러져 갈 뿐이다. 도락구 대신에 총이 날아오는 이유를 영영 모를 일이다.

영화는 노근리의 철교 밑 터널 (쌍굴 다리) 속으로 피신한 인근 마을 주민 수백 명이 미군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노근리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500여명의 피난민 중 20여명만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영화는 사건 자체를 그대로 기록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한마디로 관객에게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기승전결, 특별한 주인공도 없다. 사실 영화 <작은연못>은 8년의 제작기간 동안 142명의 배우와 229명의 스텝들의 노개런티 참여로 제작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유명배우들은 캐릭터를 갖기보단 노근리에서 쓰러져간 이름 모를 아저씨, 아줌마로 분한다.

이처럼 영화는 잊혀진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감독, 배우, 스탭들이 하나가 됐고, 그러한 진심은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또한 ‘나비’, ‘작은 연못’, ‘천리길’ 등 김민기의 주옥 같은 음악들이 슬픈 역사적 진실과 어우러져 관객을 울린다. 다만 영화적 완성도보다는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에겐 싱거운 맛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전쟁 같은 건 관심 없고 동요대회가 주 관심사인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밭을 일구며 살던 평화로운 마을에 찾아온 무자비한 폭력을 보면서 관객은 스스로 왜 50년 동안 역사적인 사실을 잊고 지냈는지 자기반성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더욱 우리지역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눈물의 깊이는 더해지기 마련이다. 기자로서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에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영동에는 영화관도 없지 아니한가라는 걱정이 밀려들었다. 짧은 개봉기간이 끝나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은연못>은 극장 상영이 끝난 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동체 상영회를 준비중이다. 우리지역의 슬픈 역사적 진실을, 지역민이 만날 수 있도록 상영기회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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