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비리가 ‘지방자치’ 욕 먹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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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비리가 ‘지방자치’ 욕 먹이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0.04.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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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직비리 수사서 걸려든 단체장들 전국 부지기수
한창희·김재욱·박수광 낙마, 한용택 구속, 김호복 조사 중

차라리 지방자치를 하지 말자? 그러나 그건 안될 소리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같은 말이다. 아무리 구더기가 생겨도 장은 담가야 한다. 최근 자치단체장들의 비리가 터져나오고 선거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면서 유권자들 중에는 지방자치 무용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만큼 실망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차제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비리를 발본색원해서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자는 요구가 높다. 본지는 최근 수사를 받고 있는 도내 자치단체장부터 불출마를 선언한 단체장, 이미 낙마한 민선4기 단체장까지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 2006년 7월 민선4기 들어 첫 시장군수회의에 참석한 도내 자치단체장들. 이미 낙마한 단체장들도 눈에 띈다.

자치단체장들의 비리로 전국이 난리다. 전남 해남군수는 업자로부터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았고, 한나라당 군수를 신청한 여주군수는 같은 당 국회의원에게 현금 2억원을 전달했다가 발각돼 구속됐다. 또 민종기 당진군수는 관급공사 7건을 한 건설회사에 몰아주고 업체로부터 아파트와 별장을 뇌물로 받은 게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민 군수는 검찰 수사대상에 오르자 위조여권을 이용해 해외로 도피하려다 적발, 결국 잠적했다.

충북도내에서는 민선4기 동안 이미 한창희 충주시장, 김재욱 청원군수, 박수광 음성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단체장 직을 잃었다. 최근에는 한용택 옥천군수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됐고 김호복 충주시장이 향응제공 의혹을 받고 있다. 전체 12개 시·군 단체장의 절반 가량이 ‘함량 미달’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충주시는 두 번씩이나 시장이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려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 외에도 김동성 단양군수는 지난해 3월 열린 적성대교 준공식에서 주민 600명에게 450만원 상당의 점심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고발됐다가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기사회생됐고, 임각수 괴산군수는 2007년 공직자들에게 술을 권하는 '음주문화상'을 제정했다가 여기저기서 지탄을 받고 철회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것이 민선4기 도내 자치단체장들의 수준이다.

자치단체장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막강하다. 밖으로는 건축·토지·위생·유흥업소 등 주민생활과 직결된 각종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어 항상 업자들의 로비대상이 된다. 또 안으로는 공무원들의 승진·보직·출연기관장 임명 등 인사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구규모가 적은 군단위에서 자치단체장은 ‘황제’라 불리기도 한다. 이런 단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방의회 의원들이다.

하지만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관계는 너무 가깝다. 민선4기 충북도내 자치단체장을 휩쓴 정당은 한나라당이고, 지방의원을 휩쓴 당 역시 한나라당이다. 그렇다보니 견제와 감시기능을 잃기 십상이다. 단체장에 대한 소문이 아무리 많아도 지방의원이 이를 언론에 확인해주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작은 지역은 특히 단체장과 의원이 서로 선·후배 사이로 연결돼 비리를 지적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설사 단체장들은 사법처리가 되더라도 대법원 최종판결까지 가며 직무를 수행해 주민들을 불편하게 한다. 김재욱 청원군수가 그런 예이다. 그런가하면 선거 전 비리가 적발됐어도 무조건 출마하고 보자는 후보들도 있다. 김호복 충주시장이 여기 해당된다.

오일환 한양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부정부패’라는 책에서 “단체장들이 부정부패를 저질러도 위법행위가 중대하여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리고 주민감사청구는 주민들의 관심부족과 복잡한 청구절차 때문에 활용도가 낮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검은돈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공직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그에 걸맞는 엄정한 처벌제도를 확립하는 한편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수립, 지방옴부즈만제도와 反부패시민운동 활성화 등을 통해 단체장의 비리를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
인터뷰/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꿈이없는 사람 뽑은 탓···좋은후보 내기운동 할 것 ”
평소 ‘공무원이 변해야 나라가 변한다’고 주장하는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008년 충북 영동군에 ‘향부숙’이라는 공공부문 종사자 재교육기관을 열어 화제가 됐다. 공공부문 종사자라고 하지만 공무원이 대부분이고, 올해 벌써 3기 교육이 진행중이다. 5년여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젊은 시장·군수·구청장회’를 조직해 지역경영과 지도자의 길에 대해 강의하는 강 교수는 공무원을 공부시키는 교수로 유명하다.

최근 불거진 자치단체장들의 비리에 대해 그는 “유권자들이 ‘꿈이 없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뽑은 결과”라며 말을 꺼냈다. “몇해 전 구속됐던 충남의 모 군수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중앙에서 예산을 많이 따오고, 학식있는 사람들을 지역으로 불러내려 강의를 하게 하고, 공무원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주말이면 여기 저기 파견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이런 일을 하면서 예산이 없자 비자금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결국 이것이 문제됐지만, 그 군수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최근 문제된 도내 자치단체장들의 면면을 훑어보면 동정의 여론이 별로 없다. 지역민들을 위해 사심없이 일을 추진했다면 ‘동정표’가 있을텐데 거의 그렇지 않다. 강 교수도  “충북지역에는 이런 자치단체장들이 없는 게 문제다. 단체장은 스스로 돌아서 지역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풍차가 돼야 한다. 풍차는 비바람 몰아치는 언덕에서 몸이 부서져라 돌면서 모든 것을 신나게 돌려야 하는데 도내에는 풍차 같은 단체장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방자치를 살리려면 좋은 후보를 뽑아야 하고, 결과적으로는 후보를 키워야 한다는 게 강 교수 주장이다. 이번 선거에는 좋은 후보를 내지 못했지만 4년 후에는 지역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킬 만한 후보를 내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것. 그는 “앞으로는 충북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후보를 추천하고 선거운동까지 하는 일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또 궁극적으로는 정당 공천제도가 없어져야 하고 단체장이 ‘검은 돈’에 욕심내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연봉을 현실화하는 한편 국회의원처럼 후원금을 모금하고 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난 3월 한 신문 칼럼에 지도자의 길과 관련 “부정과 부패에서 초연한 것만을 가지고서 지도자의 자질이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 시간 그 역사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죄를 짓는 일이다. 일 없이 또는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서도 자리에 머물러 있는 행위를 절위(竊位)라고 한다. 절위란 말 그대로 ‘자리를 훔치는’ 범죄행위다. 그것은 마치 용변도 보지 않으면서 화장실만 차지하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용변 볼 기회를 주지 않는 것처럼 자신을 더럽히고 남의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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