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한글패션 전도사 “이제는 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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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한글패션 전도사 “이제는 직지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5.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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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예관서 ‘이상봉 브랜드 25주년 특별전’ 여는 디자이너 이상봉 씨
   
 
  ▲ 한글을 사랑한 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청주에서 이상봉 브랜드 25주년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이며, 디자이너로서 걸어온 길을 엿볼 수 있도록 꾸몄다. 피겨여왕 김연아 드레스를 만날 수 있으며, 직지를 테마로 한 작품도 선보인다./사진=육성준 기자    
 

'이상봉 로고’가 새겨진 뿔테안경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블랙 차림의 디자이너 이상봉은 인터뷰에 앞서 에쎄(ESSE) 담배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담배 디자인은 그만 뒀어요. 건강을 생각해 7년 전에 담배를 끊었지만 최근 쇼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다시 피웠죠. 그래도 담배는 국민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앞으로도 디자인은 하지 않을 계획이에요.”

이상봉 디자이너는 의상뿐만 아니라 생활과 접목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이른바 산업과 아트가 만나 일상의 물품들에 디자인의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이마트에서는 이상봉의 이불이 팔리고 있고, 팬티도 나왔다.

또한 행남자기에서는 윤동주의 「별헤는 밤」이 새겨진 자기세트, LG핸드폰,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서시」 글귀가 새겨진 다이어리 작업에도 참여했다. 장사익, 임옥상의 글씨를 테마로 작업을 펼쳤다.

이상봉 브랜드는 규모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다. 파리에서 2차례 정기적인 쇼를 열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어깨를 겨루고 있으며 뉴욕, 런던 등 패션의 중심지에서 언제나 그의 신작을 기다린다. 리한나, 레이디가가 등 해외스타들도 단골고객이다. 전세계 20여개의 숍이 있다.

올 초에는 러시아에서 한-러 문화교류 차원에서 쇼를 열었다. 김연아 아이스쇼 의상을 제작했으며, 무한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적인 이미지도 각인시켰다. 이제는 이상봉 이름 석 자가 브랜드가 돼버린 그를 지난달 30일 한국공예관에서 만났다.

조각보에 반해 청주와 인연 맺어
올해로 이상봉 브랜드는 25주년이 됐으며, 디자이너 인생 30년째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청주시 한국공예관에서 5월 7일부터 30일까지 디자이너 인생을 정리하는 전시회를 연다. 지방에서는 첫 전시회이자 쇼다.
왜 그는 청주를 택했을까. “가로수 길에 매료됐어요. 원래 디자이너들이 감정적이라 마음에 꽂히면 계속 좋게만 보여요.(웃음) 청주는 오래된 역사도시잖아요. 적당히 개발된 모습도 좋고, 앞으로 계획성 있는 개발을 통해 문화도시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제 곧 선거인데 문화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시장에 당선돼야 하는데, 청주시민들이 그런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돼요. 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청주 그 자체로 정말 환상적인데 정작 청주시민들은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상봉의 청주 예찬론이 펼쳐졌다. 다른 도시와 달리 ‘미완의 가능성’이 돋보인다는 것.

그는 2009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2008년 인사동에 있는 한국공예관 숍에서 ‘조각보’작품을 보고 반해 청주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 첫 인연이다. ‘조각보’작품은 한국공예관의 규방동아리 ‘땀&땀’이 만든 것으로, 2009년에는 ‘조각보’를 모티브로 런던에서 쇼를 벌이기도 했다.

직지 테마로 티셔츠 제작 중

   
직지를 테마로 한 옷. 직지티셔츠 시리즈도 1호부터 1000호까지 선보인다. /사진=육성준 기자
이번 청주 전시는 소중한 인연에 대한 보답과도 같다. 전시장 2층에는 우리 문화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3층에는 생활 예술 디자인들이 선보인다.

이른바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이상봉은 “공예적인 요소와 패션의 경계는 허물어진 지 오래다. 우리의 모든 삶이 패션이고 공예다”고 말했다. 2층에는 샤머니즘을 테마로 했던 작업과 한글 문양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직지’를 테마로 두벌의 옷을 선보인다. “직지는 청주의 자랑이자 세계적인 유산이에요. ‘직지’한문이 갖고 있는 특별함 때문에 현대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오랜 고민 끝에 그 자체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책의 느낌을 가져온 것도 그 이유죠.”

직지 옷은 직지의 원본 한자를 그대로 복사해 책의 오브제를 살렸고, 월인천강지곡이 프린트된 레깅스를 입혔다. “청주, 직지, 공예비엔날레가 어떠한 연결고리를 갖고 나아가느냐가 청주시민들의 숙제라고 봐요.” 이상봉 디자이너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에 동참한 듯 보였다. 그는 직지를 테마로 한 티셔츠도 제작중이다. 1호부터 1000호까지 한정판 옷을 제작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전시는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이며, 디자이너로서의 걸어온 길을 엿볼 수 있도록 꾸몄다. 피겨여왕 김연아 드레스를 만날 수 있으며, 국내 정상의 예술가들이 협력한 공간 구성이 눈에 띤다. 공간디자이너 김치호,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씨, 헤어디자이너 오민씨가 공간연출과 작품배치 등을 맡았다.

김치호씨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수학했으며 한강에 세계 최초의 수상 미디어아트벨리를 디자인하고 이탈리아 프랑스 등 해외 각국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문화가치를 알리고 있다. 서영희씨는 20여년간 패션, 디자인, 전시, 잡지 등을 넘나들며 국내 대표적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민씨는 국내 대표적인 패션쇼에서 해어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한글을 테마로 한 행남자기 도자기 작품.
우리나라에서 최고 비싼 옷을 만들지만, 최고의 감성으로 대중과 호흡하고 싶다는 이상봉 디자이너. 그래서 그는 생활품에 이상봉의 디자인을 허한다. 또한 무엇보다 이상봉은 그의 옷을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 힘쓴다. 사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글과 패션의 만남을 먼저 받아들인 것은 파리의 패션계였다. 2006년 파리에서 열린 ‘한글쇼’가 성공했고 이제 한글은 ‘코리안 알파벳’이 아닌 ‘한글’로 불리게 됐다.

“패션계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라고 할 만큼 파급효과가 크죠. 전 세계가 열린 공간에 있어요. 옷은 감성을 담는 작업이에요. 한글문화를 선보이는 것은 제가 한국인 디자이너로서 해야 할 의무 같았어요. 전 세계 사람들이 한글 옷을 입는 그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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