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많아 고민인 청춘들, 소통을 시도하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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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많아 고민인 청춘들, 소통을 시도하다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5.12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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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공간, '갤러리 이드''스토리아트'

20대 예술가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갈까. 지역예술계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20대 예술가들이 최근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메시지를 전한다. 온전히 예술가로 살지 못해 몇 군데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물감 값과 공연비를 모으는 이들의 팍팍하지만 신나는 일상을 따라가 본다.

움직이는 아지트, 화가들의 시끌벅적한 동거
‘갤러리 이드’ 오픈… 7월엔 대안공간도 오픈 예정

중앙로 학천탕 맞은편에 위치한 오래된 건물엔 화가를 꿈꾸는 4명의 청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건물에 아뜰리에가 생긴 것은 2008년 쯤. 건물주의 딸인 조지현(28 대표)씨가 부모님께 졸라 빈 점포를 무상임대 받게 됐고, 그녀가 40평 규모의 작업실을 또래 친구들과 함께 쓰기를 바라면서 ‘즐거운 동거’가 시작됐다. 그동안 10명 남짓의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짐을 싸고, 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현재는 이소, 김소연, 김진영 씨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판을 벌이게 됐다.

   
▲ 스토리 아트에는 이소, 조지현, 김소연 씨(사진 위 왼쪽부터) 등 젊은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첫 오픈스튜디오 전시를 펼쳤다. 갤러리 이드와 대안공간 오픈 등 스토리 아트는 이곳이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되기를 희망한다. / 사진=육성준 기자
   

이들은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작업공간인 ‘스토리 아트’에서 오픈스튜디오전시를 펼쳤고, 옆 점포 1층엔 쇼케이스 개념의 ‘갤러리 이드’까지 냈다. 갤러리 이드는 전시회를 열고 싶어도 경제적인 제약 때문에 힘든 20대 예술가들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는 7월에는 지하 1층 건물을 리모델링해 대안공간도 낼 계획이다.

조지현 대표는 “전 망해도 상관없어요.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험이 중요하니까요. 저는 행동주의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동네에서 많은 일들을 벌이고 싶어요. 예전에는 여기가 번화가였는데 지금은 ‘죽은 동네’에요. 이곳이 홍대 거리처럼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미대를 졸업해도 예술가가 되는 숫자는 극히 적다.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화가로서의 길을 열어주는 멘토를 만나기도 힘들다. 각자 자신의 방에서 방황하다 꿈을 접기 일쑤다. 조지현 대표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자니 그 필요성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졸업 후 돈을 벌려고 경기도 지역 미술관을 전전했어요. 그렇게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애매하게 살았죠”라고 말했다. “요즘엔 미대 다니면 선도 안 들어 온대요. 예술가들은 언제부터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돼버렸어요.(웃음)”

이소 씨는 충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하이브 캠프에서 레지던스 작가로 1년간 활동하다가 이곳으로 옮겨왔다. 신미술관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소연 씨는 건국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이곳에 왔다. 작업비용을 벌기 위해 마찬가지로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김진영 씨는 유일한 유부녀 멤버로 고려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최근 합류해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김소연 씨는 “졸업 후 방황의 시기가 다른 친구들보다는 짧았던 것 같아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면서 예술가로 성장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신미술관에서 여는 신인작가 지원전에서 작품을 전시중이다.

이소 씨는 “미술관에 있다 보니 체험프로그램이 이벤트성으로 끝나는 게 아쉽더라고요. 상설적인 체험이벤트를 펼쳐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진영 씨는 “모두들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어요. 나이로는 동생들이지만 오히려 제가 따라가고 있어요”라고 웃어보였다.

최근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차 없는 거리에 청소년 광장도 조성됐다. 조지현 대표는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있어요. 동네 지도도 만들어보고, 골목다방, 아트마켓도 열면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싶어요. 예술가들이 많이 이곳에 왔으면 좋겠어요. 소통이 제일 중요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움직이는 공간 ‘스토리 아트’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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