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많아 고민인 청춘들, 소통을 시도하다②
상태바
꿈이 많아 고민인 청춘들, 소통을 시도하다②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5.17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날것의 거리에서 춤춘다…‘보통의 존재’
88만원 세대 예술가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갈까. 지역예술계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20대 예술가들이 최근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메시지를 전한다. 온전히 예술가로 살지 못해 몇 군데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물감 값과 공연비를 모으는 이들의 팍팍하지만 신나는 일상을 따라가 본다.

거리에서 즉흥무대 펼치는 무용가들
프로젝트 그룹 ‘보통의 존재’가 말하는 존재 이유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은 ‘보통의 존재’다. “우리들은 보통 사람들이고, 보통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또 우리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스스로의 물음에 확신을 주고 싶어서요.” 고옥관 대표(26)가 답했다. 보통의 존재에는 고옥관, 전유리, 김지혜가 활동 중이다. 모두 청주대학교 무용학과에서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김지혜는 현재 재학 중이다.

   
▲ ‘보통의 존재’는 주로 길거리에서 즉흥무대를 꾸민다. 무용학과를 졸업하거나 재학 중인 이들은 날 것의 거리에서 관객과 소통하기를 꿈꾼다./사진=육성준 기자

보통의 존재는 지난해 12월 중앙로 차 없는 거리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즉흥 공연과 안무가 짜여 진 무대를 병행하는 이들은 ‘거리’를 무대로 삼는다. 사실 공연장을 대관할 만한 여력도 되지 않는다.

올 2월에는 성안길 입구에서 공연을 펼쳤고, 여름에는 정기공연을 준비 중이다. 첫 작품 ‘스테이’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타인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되짚는다. 타인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기려는 인간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 ‘스테이’의 공연제작비는 60만원. 이들에게 적지 않는 비용인지라 각자 아르바이트 비용을 모아 충당했다.

김지혜 씨는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며 어렵게 무용을 전공했는데, 정작 무대에 서기는 너무 힘들어요”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고옥관 대표는 “거리에서 활동을 하는 건 무대를 빌릴 형편도 안 되지만, 정말 가까이에서 관객을 만나고 싶은 욕심도 있기 때문이에요. 아직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건 특권층이잖아요. 시민들이 쉽게 문화를 누렸으면 바라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연습실이 따로 없다. 전공 교수의 배려로 청대 무용실을 빌려 연습을 진행한다. 고옥관 대표는 “선배들이나 후배들이 관심은 많이 갖는데 막상 함께 활동하는 것은 꺼리는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거라고 봐요. 언젠가 공연요청이 많아 돈도 많이 벌면 단원들에게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싶어요”라고 수줍게 웃었다.

고옥관 대표는 펜싱 선수였다. 우연히 본 발레동영상에 반해 무용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즉흥적인 움직임이 주는 짜릿함이 있어요. 공연을 할 때마다 벼랑 끝에 홀딱 벗고 서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죽기 살기로 해야겠다는 묘한 결심이 서요. 이러한 진심이 관객에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보통의 존재의 다음 공연 제목은 ‘바보들이 사는 별, 지구’다. 전유리 씨가 기획을 맡는다. 기획은 각자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각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한 번에 같이 공연하다보면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묘수를 둔 것이다. 전유리 씨는 “눈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가에 대해 공연을 준비 중이에요. 공연이 기존의 무용언어를 벗어나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동작을 사용해 주제를 표현하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보통의 존재는 1년에 2~3회의 기획공연과 틈틈이 즉흥공연을 준비 중이다. 김지혜 씨는 “성안길에서 공연을 하는데 사람들이 처음엔 뭐하는 얘들인가 힐끗힐끗 보다가 점점 모이기 시작했어요. 그날 날이 좋지 않아 팸플릿은 다 날아가고 비까지 와 옷은 다 젖었지만 관객이 있다는 게 정말 행복 했어요”라고 말했다.

언제쯤 공연을 통해 번 수익금으로 여행을 떠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의 일상자체가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일 것이다. 고옥관 대표는 “지역예술계는 열정이 있어도 좋은 기회와 인맥을 형성하지 못하면 성장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지역축제나 공연행사에 많이 불려 다니고 싶어요. 무대가 없어도 거리가 있으니까 절망하지 않을꺼에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