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리’를 통해 본 이 땅의 역사
상태바
‘초정리’를 통해 본 이 땅의 역사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5.19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광섭 작가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 문화비전 제시
손순옥 화가 작품 60점 실려 ‘추억의 아카이브’ 생생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이끌었던 변광섭 총괄부장이 이번에는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고요아침 출판·16000원)를 펴낸 작가로 돌아왔다. 초정리는 그가 타고 자란 고향이다. 40년 전 초정리의 풍경을 담아냈지만 이는 곧 이 땅의 풍경이자 삶의 문화이기도 하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한 시대를 가슴 뜨겁게 살아간 사람들의 구릿빛 이야기와 낯익은 살결을 주섬주섬 모았다”고 했다.

   
▲ <생명의 숲, 초청리에서>는 변광섭 씨(왼쪽)가 글을 쓰고, 손순옥 씨가 그림을 그렸다. 잊혀졌던 40년 전 초정리의 이야기는 곧 오늘날 우리가 회복해야 할 문화원형을 보여준다.

초정리는 세종대왕이 한글창제 과정에서 눈병에 걸리자 행궁을 짓고 120일간 머물려 맑은 물로 치료한 곳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는 초정리를 중심으로 문화적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한권의 책에 담았다. 특히 이번 책은 손순옥 화가의 그림 60점이 글과 함께 어우러져 수필집을 넘어 한 권의 미술책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통섭과 융향의 시대정신 담아

변광섭 씨는 “이 땅의 생명과 문화가치를 테마로 초정리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자 했다. 책 한권에 역사와 문화, 미술과 에세이, 그리고 통섭과 융향의 시대정신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손순옥 씨는 “글을 처음 받아보니 추억에 대한 아카이브, 기억에 대한 저장 등을 담아내 반가웠다. 그동안 벌였던 작업의 테마와 같았기 때문에 글에 맞는 작업을 고르기가 수월했다. 96년 첫 개인전부터 2010년 작품까지 총망라해서 작품을 실었다”고 말했다.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는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라는 테마로 펼쳐진다. 초정리 탄생의 비밀과 세종대왕이 한글창제 과정 중 눈병에 걸리면서 이곳에서 행궁을 짓고 기거하던 조선시대의 풍경을 역사적인 자료와 미려한 글들로 엮었다. 또한 저자가 태어나서 자라던 시절의 이야기를 초정리의 자연환경과 초정리 사람들의 풍습과 문화로 소개하고 있다.

<나만 행복해서 죄송합니다>라는 테마의 2부는 초정리와 초정리 밖을 오가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다양한 화법으로 풀어주고 있다. 문화예술의 중요성, 생태와 생명의 가치, 세계 주요 도시의 문화이야기, 문화정책에 대한 새로운 비전 등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철학과 소신을 열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그는 책 말미에서 “나만 행복해서 죄송하다”고 거듭 말했다. 시리고 아픈 이 땅의 생명이야기를 꺼내면서 저자는 스스로 치유됐지만, 여전히 이 땅의 아름다운 문화가치를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세상을 포용하고 사랑하며 삶의 에너지를 나눌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처럼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는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치유의 공간이 기꺼이 되어준다. 변광섭 씨는 “병든 도시에 사는 동시대 사람들의 삶이 슬프고 비루하고 눅눅한 것은 생명의 존엄성, 우리 고유의 삶과 멋을 소중히 간직하지 않고 단돈 몇 푼에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쳤기 때문”이라며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이 땅의 아름다운 풍경과 생명을 소재로 한 연작시리즈를 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앞으로 <생명의 숲, 초청리에서>는 시화집, 수필집으로 나올 예정이다. 저자는 언젠가 초정리에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짓고 싶다고 소원한다. “상당산성, 청주시 등 스토리텔링을 통해 끌어낼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며 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