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 내일 문을 닫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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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가 내일 문을 닫는다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3.1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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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문화갤러리 이달까지만 운영, 은행 내부사정으로 문닫아

대관신청자 20명…불만의 목소리 제기
한빛갤러리·갤러리 청 등 공공기관의 갤러리 운영 재고해봐야

조흥문화갤러리가 문을 닫는다. 99년 11월 개관한 조흥문화갤러리는 그동안  ‘무료대관’을 시행해, 지역작가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공공기관의 갤러리운영은 부의 사회환원이자, 또한 문화에 대한 투자로, 지역민들에게는 조흥은행의 이미지를 상승시켰다. 사실 갤러리가 만들어질 당시 충북은행과 합병시점이라서 청주시민들을 위한 대외적인 서비스가 필요했던 것도 뒷배경이다.

어쨌든 조흥문화갤러리는 문화를 매개로 한 기업과 예술인의 상호교류인 ‘메세나’의 성공모델이 됐고, 젊은작가들에게 단골전시장이 됐다. 그런데, 조흥은행이 돌연 갤러리 운영을 포기했다. 더군다나 현재 내년 상반기 신청까지 다 받아논 상태에서 말이다.

무료대관으로 호흥얻었지만…

매년 조흥문화갤러리에서는 약 25회 전시가 꾸준히 열렸고, 연말에 다음 년도 대관신청을 받아 한해 전시일정을 잡았다. 신청자가 몰려 보통 1.5대 1 비율이었다. 조흥문화갤러리의 장점은 먼저 위치(서문동 족발골목 입구)가 좋고, 또한 무료대관이라서 상설갤러리보다 문턱이 낮았다는 것. 지난해 조흥문화갤러리에서 전시를 했던 조각가 ‘ㅂ’씨의 설명이다. “조흥문화갤러리 무료대관은 젊은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몇년동안 젊은작가들의 그룹전들이 쉽게 태동하여 전시를 꾸릴 수 있었던 것도, 부담없는 공간이 자리매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조흥문화갤러리는 2004년도부터는 상·하반기 신청을 받기로 했고, 지난 11월에 공포했다. 이미 20명의 포트폴리오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조흥은행의 일방적인 갤러리 폐쇄로 느닷없이 전시공간을 다시 잡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갤러리 공간은 이번달에 잡힌 박정수, 민은정씨의 전시를 끝으로 사라져버린다.

조흥은행측은 “회사의 내부사정으로 건물이 매각됐고, 다시 갤러리를 운영할 장소를 찾고 있으나 마땅치 않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건물을  내 논 시점이 대관 신청을 받기 이전이라서,  건물을 내논 후 신청을 받았다고 할수 있다. 예상보다 빨리 건물이 현재 1층을 쓰고 있는 신협에게 넘어갔고, 조흥은행은 그 사이 신청은 받아놓았지만 건물이 사라지므로 더이상 갤러리 운영은 힘들어졌다는 것. 또한 시금고 운영기관이 조흥은행에서 농협으로 바뀐것 또한 타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대관신청을 한 작가들로부터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회화작업을 하고 있는 ‘ㅇ’작가는 “한마디로 작가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내부 사정으로 전시장이 넘어갈 것이라면 대관신청을 받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냐. 만약 전시를 하는 도중에 건물이 매각됐으면 어떻게 할 예정이었는지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문예진흥원에서 인사문화공간를 운영했었는데 건물소유주 였던 가나아트센터에서 임대료를 높여 인사갤러리가 불가피하게 문을 닫게 됐다. 인사문화공간에 신청을 한 작가들은 공간이 없어 전시가 미뤄졌고, 드디어 올해 다시 전시를 오픈하게 됐다. 조흥은행이 사과 전화와 사과문을 우편발송 한다고 끝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일방적인 조치에 작가들은 울분을 터뜨렸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다. 다만 서울, 광주, 청주에 갤러리사업을 펼쳤던 조흥은행이 이제 청주를 문내리게 된 결과가 위로 보고될 따름이다. 모든 결정권이 서울본사에 있기 때문에 갤러리 폐쇄에 따른 지역작가들의 항의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갤러리는 우아하게 망한다”

역시 제일 어려움을 겪게 될 사람들은 지역의 젊은작가들이다. 전시비용을 보면 보통 사설대관료가 70만원에서 150만원(일주일단위)인데가, 도록비, 우편발송비, 오프닝비용을 따지면 200~300만원은 최소 기본비용으로 들어간다. 그렇다고 사설갤러리들이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고 힐난할 수도 없다. 갤러리들의 적자운영은 이미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지난 5월 갤러리 샵을 오픈하고 정확히 올해 5월 갤러리 문을 닫은 서범석 관장의 말이다.

“갤러리를 그만 둔 결정적인 이유는 건물주와의 트러블이었다. 처음에는 젊은작가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전시기회를 마련해주고자 했으나,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갤러리 샵은 1층에는 갤러리, 2층에는 가족레스토랑이었는데 처음의 기대는 2층에 온 손님들이 1층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구조였으나 모두들 갤러리를 낯설어했다.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돈내고 들어가야 하냐”는 것이어서 아직 갤러리가 대중화가 되려면 멀었다는 것을 체감했다.”

아트디렉터인 ‘ㅊ’씨는 “공공기관에서 자본금을 가지고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 구조다. 사설갤러리는 ‘우아하게 망한다’는 농담이 떠도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미술시장이 불모지와 다름없다. 그나마 청주의 갤러리 환경은 훌륭한 편이다. 무심갤러리, 신미술관등 확실한 자기색깔을 구축했고, 우암갤러리, 한국공예관, 가 갤러리 등 특색을 갖춰나가고 있다. 갤러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본금과 전문가적인 큐레이터, 운영마인드가 3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는 눈에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한빛갤러리 앞으로 귀추주목

그렇다면 청주에서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는 조흥은행이 그만두었기 때문에 이제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청’과 얼마전 개관오픈전을 치른 한빛일보사의 한빛갤러리가 있다. 그러나 조흥문화갤러리가 좋은 입지와 큐레이터들의 노력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으나, 갤러리 청의 경우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전시장으로서의 단점을 갖고 있고, 또 동호회전을 여는 듯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사실상 작가들이 찾지 않고 있다. 전시도 일년에 3~4번 밖에 열리지 않는다. 담당자 또한 큐레이터 일외에 공연전반에 대한 일까지 맡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갤러리 청도 무료대관이다.

한편 한빛갤러리는 11월 28일 개관하고, 12월 17일까지 개관오픈전을 열고 있다. 지역신문사 최초의 갤러리라는 타이틀로 갤러리시장에 문을 두드렸지만 우려의 목소리와 기대의 목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한빛일보사는 “관장, 큐레이터 영입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바가 없고, 대관료는 하루 10만원으로 잠정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다음 전시 일정도 아직 미지수.

지역작가 ‘o’씨는 “공공기관이 지역민들을 위해 작가를 위해 공간을 내주는 것은 바람직하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을 경우 문제만 일으키게 된다. 조흥문화갤러리처럼 내부사정에 의해 일시에 그만두는 일도 없어야 하고, 또 시간을 두고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선행돼야 기존의 취지를 살릴수 있을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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