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전기업체간 갈등 ‘스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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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전기업체간 갈등 ‘스파크’
  • 김명주 기자
  • 승인 200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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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정전 배선공법’ 실효성 놓고 논란
“경비절감시킬 획기적 기술” “검증 안됐다” 맞서

한국전력이 내년부터 전기공사 현장에 전면 도입키로 한 소위 ‘전선이선기구를 이용한 신무정전(新無停電) 배선공법’의 실효성을 놓고 한전과 일반 전기공사 업계가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을 개발한 진천 D전기와 기존의 업체간에 사활을 건 치열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신기술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한전과 같은 판단을 내린 한국전기공사협회에 대한 회원업체들의 불신도 불거져 이번 사태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2001년 11월 27일 진천 D전기가 개발한 ‘신무정전 배선공법’은 산업자원부로부터 신기술로 인정받았고 그 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는 이 기술을 모든 전기공사 업체에 확산키로 하고 내년부터 신기술 공법을 적용토록 사실상 고지한 상태다.

서로 엇갈린 주장 펴
그러나 전기공사 업계 A씨는 “한전이 신기술을 현장에 실제 적용했을 때 드는 비용을 산출하기 위해 ‘품셈표’를 작성하면서 의도적으로 비용을 축소해 놓고 공사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며 내년부터 이 공법의 적용을 전제로 모든 공사단가를 현재보다 24.8% 줄어든 가격에 발주하겠다는 것은 결국 신기술 개발업체에게 특혜를 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업체들은 “한전이 소위 신기술의 적용으로 발생하는 전기공사 관련 예산 절감분을 D전기와 한전이 절반씩 나눠 이익을 갖기로 계약한 것도 의문”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을 적용한다는 명분으로 공사단가를 20%이상 깎을 경우 결국 특정업체 1곳만 특혜를 주고 전국에 있는 1600개 전기공사 업체는 고사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소위 신기술 적용을 명분으로 공사비를 줄여 한전과 특정업체가 얻게 될 이익은 연간 수백 억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A씨를 비롯해 전기공사협 소속 회원사들은 “소위 신기술에 대한 한전의 객관적인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업체들이 자신들의 업권만 생각해 근거 없이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기술을 개발해 낸 D전기는 다른 업체들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 신기술의 보급과 이에 따른 관련설비의 매출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됐다며 전기공사협회 충북지회 관계자 5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업계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전기공사업계가 한전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장 큰 쟁점은 공정 단위당 인원 및 자재투입기준(비용)을 의미하는 품셈표 작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업체들은 “D전기가 개발한 신기술은 무정전배전공법으로 모든 작업구간이 활선(活線, 전류가 흐르고 있는 상태)에서 배전공사를 진행하는 공법인데 실제 품셈표 작성을 위한 실사과정에서는 사선(死線, 단전한 상태)인 상황에서 배전공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활선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할 경우 안전장치가 철저해야 하고, 이럴 경우 특수장비가 추가 투입돼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드는데, 실제로는 사선 상태에서 실사를 해 놓고 “활선상태에서 신기술로 공사한 결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허위라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가?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D전기의 신무정전 배선공법은 산자부에 의해 ‘전력 신기술 10호’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전은 신기술의 적용을 통해 품셈(비용)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한전과 D전기측은 이들 업체들이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특정한 목적에서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 한전의 시각이다.

하지만 업체들의 얘기는 또 다르다. 이들은 “한전은 D전기 측에 신기술 적용으로 인해 절감되는 비용을 절반씩 이익으로 취하기로 협약을 맺은 상태인데 이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적용하는 대가로 막대한 기술료를 특정업체에 주겠다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기공사협회 충북지회 B씨의 주장은 이렇다. “배전공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 보급된다면 한전이나 전기공사업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신기술 개발이 크게 장려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의 신기술에 대한 품셈 실사에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됐다면 전국 1600 여개의 전기공사업체들로선 억울하게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 이로 인해 D전기 측은 신기술적용에 필요한 공구(총 811만원)를 단독으로 전국의 전기공사업체에 판매해 엄청난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한전 배전처의 권태준 과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신기술 적용을 시행하기로 한 결정을 일부 업체의 반발로 되돌릴 수 없다. 전문평가위원회를 구성해 1년 반 이상 충분한 검증절차를 거쳐 시범운영도 실시했다. 전기공사협회도 실사에 참여했는데 재실사를 요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답했다. 권과장은 “D전기와 전기공사 업계간 사적인 감정이 개입돼 이 문제가 의도적으로 제기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신기술에 대한 검증과정에 함께 참여한 한국전기공사협회는 어떤 입장일까. 이에 대해 한국전기공사협회 기술팀 관계자는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에서 내년부터 신기술 적용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으나 개운치 않은 건 사실이다. 전기공사업계가 무효화 투쟁을 하고 있고 새로 도입될 신기술의 현장 적응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 문제는 미결된 상태라는 것.

“업체들만 피해본다?”
어쨌든 한전의 신기술에 대한 ‘품셈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관련업계는 이렇게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음성군 삼성에서 있었던 품셈 실사에서 신공법으로 전선교체를 했으나 현장에서는 3상(줄)중 1상만 교체한 후 1상 교체 시 걸린 시간에 3을 곱해 품셈실사를 마쳤다. 만약 3상을 모두 교체했다면 3전선의 굵기가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차량 한 대로 약 12(11.583)시간 동안 품셈실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단 2시간만에 끝냈다.”

그러나 한전측은 “전기공사업계의 이의를 수용해 한국전기공사협회 주관으로 재실사까지 했다”며 “그런 만큼 신기술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재실사에 참관했던 한국전기공사협회 소속 회원사 대표 160여명은 재실사 차원에서 진행한 공정이 결국 시간 내 끝나지 못했을 뿐더러 숏트사고(합성에 따른 정전)까지 있어 수십년 동안 전기업계에서 종사한 우리들로선 한눈에 이 기술이 현장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숏트사고는 한번만 발생해도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날 재실사를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전은 신기술 공법을 다음해 1월 1일부터 도입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업계는 신기술에 대한 재실사를 주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을 내린 한국전기공사협회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기공사협회 기술팀 권영만 과장은 “품셈실사에 대한 이의제기는 터무니없는 것으로 일부 업체의 반발일 뿐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미 검증된 결과를 놓고 왈가왈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기술이 나왔으므로 새로운 공사비 산출 방식을 적용, 실사를 했다. 전선이선공법이라는 공법자체가 1상만 이선시키면 된다”고 반박했다. 권과장의 설명대로라면 같은 한국전기공사협회 내에서도 이 문제를 이해하는 시각이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주목된다. 같은 협회 기술팀의 다른 관계자는 “(신기술은)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실사 다시하자”주장
어쨌든 활선상태의 각 전주에서 전선이선기구를 이용해 직접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전기공사협회의 말에 대해서도 권과장은 “(품셈 실사시)활·사선 상태에서 모두 작업을 수행하도록 돼 있고, 우리는 그렇게 했다”고 말해 서로 다른 주장을 했다.

D전기 측은 이에 대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로 이들이 지금이라도 정식으로 사과를 하면 이들에 대해 취한 고소를 취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끝까지 법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D전기는 “이번 주만 해도 신기술 습득을 위해 전국에서 90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고, 지금까지 500여명이 교육을 이수했다”며 “전국 각지에서 신기술을 익히기 위해 찾아오는 것만 봐도 우리 기술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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