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차량 통제로 5억원 더 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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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차량 통제로 5억원 더 번다면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6.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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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경제·사회부장

청주시 차 없는 거리 행사가 경찰의 차량 통제 불가 입장으로 무기한 미뤄지게 됐다.
살고싶은청주만들기협의체 주최로 청주 상당공원에서 청주대교 앞까지 480m 구간에서 교통을 통제하고 녹색도시 선포, 단체 줄넘기, 청주 큰 줄 댕기기 등 5시간 동안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단다.

이 행사의 취지는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 거리를 일정시간 통제하고 사람들이 활보할 수 있는 문화체험의 거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청주지역 전통 놀이 큰 줄 댕기기나 녹색도시 선포 등을 통해 청주시민으로서의 문화적 자긍심과 도시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또다른 목적도 있을 터다. 결국 차없는 거리 행사는 교통을 통제하고 차량 대신 사람들로 거리를 메워야만 하는 것이다.

경찰의 교통통제 불가 입장의 근거는 인근 상인들의 반대다. 5시간 동안 차량 진입을 막으면 손님이 끊겨 영업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다는 논리다. 지난해 같은 행사를 마치고 상인들의 항의성 민원에 시달렸다며 올 해에는 아예 경찰이 나서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물론 경찰은 여론조사 결과 부정정인 답변이 주를 이뤘다며 교통통제 불가의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를 짚어 보려고 한다. 하나는 경찰이 언제부터 교통을 통제하기 전에 주변 상인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친절을 베풀었느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것이 여론부터 수렴할 문제인지 공익적 목적에 따라 상인들을 설득할 문제인지 검토해 봤느냐는 것이다.

우선, 경찰이 이례적으로 실시한 여론수렴의 목적이 교통통제 불허용은 아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나서서 교통을 통제할 예정인데 불편한 점이 없겠냐고 묻는다면 어느 상인이 괜찮다며 선뜻 동의할 것인가.

각종 집회나 시위, 마라톤 등 체육행사 등 다양한 이유로 교통이 통제되곤 한다. 그때마다 경찰은 사전에 주변 상인과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교통통제 협조 여부를 판단할 것인가.

물론 차 없는 거리 행사는 5시간 동안 이어져 1~2시간에 그치는 여느 교통통제와 다르다고 하지만 경찰이 보여준 모습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경찰과 청주시는 영업이 안된다는 상인들의 민원을 의식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행사의 취지와 공익성을 충분히 알리는 일부터 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도 묻고 싶다.

주최측이 교통통제 협조를 요청했을 때 경찰은 상인부터 설득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불과 행사를 일주일 앞두고 말이다. 행사 주최를 위탁한 청주시 또한 뒷짐지고 쳐다만 봤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당 지역 주민자치센터나 상인대표 등을 만나 충분히 양해를 구하고 가능하다면 행사에 동참하는 방안을 협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청주 줄 댕기기 행사는 전국에 소개될 만큼 역사문화적 의미를 인정받은 전통놀이다. 이를 비롯해 수 천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행사가 열린다면 당장은 영업에 방해가 되고 매출이 떨어질 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홍보효과로 이어져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볼만 하다.

주요 피해 상가로 꼽히는 대형할인점 또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이미지 개선의 기회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번번히 지역상권을 잠식하고 재래시장을 몰락시키는 주범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5시간 영업부진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행사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5시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로 인해 얼마나 많은 영업 손실을 기록할지 모르지만 이 시간이 미래에 5억원이 돼 돌아올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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