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같은 연출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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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같은 연출사진
  • 육성준 기자
  • 승인 2010.07.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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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준 사진부 차장

10년 넘는 사진기자 생활에서 연출사진에 대한 유혹은 떨칠 수가 없다. 현재도 그렇다. 마감에 쫓기고 다음 취재 일정을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을 한 뒤 순식간에 연출을 한다. 물론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드는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연출을 안 한 것처럼 앵글을 만든다.

4년 전 봄의 일이다. 당시 원흥이 방죽 두꺼비로 세상이 떠들썩해 두꺼비에 대한 관심이 사람보다 높았다.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두꺼비가 차에 깔려 다 죽는다고… 급히 장비를 챙겨 현장에 갔다. 상황은 처참했다. 방죽사이로 난 아스팔트에 마치 쥐치포처럼 바닥에 깔려 죽은 두꺼비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범인은 자동차였다. 방죽 바로 앞에 택시회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 두꺼비 한 쌍이 죽은 동료를 바라보며 방죽을 향해가고 있다. 카메라 canon EOS 10D, 렌즈 16~35mm, 셔터, 1/750, 조리개 13, 감도 800.
산에서 다 자란 두꺼비의 알을 낳기 위한 생존본능이 방죽 바로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가랑비가 내리고 있는 터라 한꺼번에 떼로 내려오는 두꺼비를 자동차도 피할 방법이 없어 일어난 참혹한 일이었다. 이 상황을 단 한 컷으로 표현할 사진이 없을까 고민하던 순간 내 앞에 한 쌍의 두꺼비가 지나고 있었다.

암컷을 잔득 움켜쥔 두꺼비 한 쌍은 본능적으로 방죽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내 엎드려서 와이드 렌즈로 가까이 두꺼비의 진행 방향을 향해 찍었다. 그러나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두꺼비와 같이 앵글에 나와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기자의 ‘연출 본능’이 작동했다. 하는 수 없이 그 두꺼비를 손으로 다시 집어 출발선에 갖다 놓았다. ‘제발 죽은 동료 앞을 지나가라. 그러면 제대로 된 한 컷이다.’ 며 욕심에 찬 앵글은 몇 번의 재출발 끝에 그 곳을 지나가게 했다. 거기에 주차된 기자의 차가 마치 달려오는 듯한 느낌까지 줘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독자들을 위한 사진이라 말하지만 실은 기자의 욕망에서 나온 사진이었다. 완벽하게 잘 찍은 사진 밑에 적힌 ‘사진/육성준 기자’. 그것에 대한 욕망은 지금도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잘, 무조건 잘 찍어야 돼. 완벽해야 해.” 등의 완벽주의가 발동하는 것이다.

당시 그 두꺼비는 방죽으로 돌려보냈다. 그 사진으로 작은 이동 통로도 만들어졌다. 두꺼비한테 참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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