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골프장의 잇단 추락
상태바
잘 나가던 골프장의 잇단 추락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7.07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스타·샹떼힐 매각·오창테크노빌 부도, A골프장도 시끌
회원권 시세 하락에 내장객도 갈수록 감소, 전성시대 끝

도내 골프장들의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권 시세 하락으로, 대중제 골프장은 내장객 감소와 출혈경쟁으로 인한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인허가만 받아 놓으면 커다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던 말이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됐다는 업계의 푸념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골프인구 증가세를 웃도는 골프장 건설 붐과 경기침체로 인한 회원권 시세 하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 도내 골프장 건설 증가와 경기침체 등으로 내장객 수가 감소하는 등 골프장 업계도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실제 도내에 운영중인 골프장만 회원제 12곳, 대중제 10곳 등 모두 22곳에 이른다. 여기에 청원 이븐데일과 제천 힐데스하임 등 사실상 운영중인 곳을 포함해 공사중인 곳만 10곳, 인허가를 진행하고 있는 27곳을 합하면 모두 59곳에 이른다.

골프장 내장객 갈수록 감소

하지만 골프장 건설 붐에 비해 내장객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지난해 집계한 전국 골프장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도내 22개 골프장을 찾은 내장객은 모두 168만1896명으로 1홀당 4153명 꼴이었다. 이는 2008년 1홀당 내장객 4134명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07년의 4598명에 비해서는 245명이나 감소했다.

한 골프장 대표는 “2008년과 지난해 골프장 내장객이 감소한 것은 경기침체의 영향과 골프장 수가 증가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기가 호전되더라도 절대적인 골프장 수가 늘었기 때문에 내장객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의 경우 지난 겨울 잦은 폭설로 인해 골프장 폐장일이 많아 내장객 감소에 따른 경영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골프장 관계자는 “지난 1월의 경우 페장 하지 않은 날이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겨울을 보냈다. 이로 인한 입장료 손실만 수십억원에 달할 지경이다. 특히 폭설에 따른 관리비용 증가와 경기보조원들의 잦은 이직 등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골프장들의 경영악화는 최근 몇 년사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단양 오스타와 충주 샹떼힐이 모기업 경영난 등이 겹쳐 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맞았으며 오창 테크노빌은 부도에 이은 경영진의 잇단 구속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골프장 관계자는 “인허가만 받아 놓으면 토지가 시세 차익만해도 엄청나다는 골프장 사업의 매리트는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누가 더 내실있게 운영하느냐 하는 경영기법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객 만족과 서비스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창테크노빌, 골프장 위기 대변

골프장 업계에서는 부도와 회원권 편법 분양 등에 따른 경영진 구속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오창테크노빌GC가 현 상황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반응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경영진의 파행운영이나 비리 등의 문제도 있지만 오창테크노빌의 근본 문제는 경영난과 회원권 편법분양이다. 대중제로 허가를 받은 뒤 피트니스클럽과 골프연습장 이용권 명목으로 사실상 회원을 모집한 것은 부족한 운영비와 내장객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편법이다. 특히 지난 겨울 폐장일이 장기화 돼 현금 유동성 위기 까지 겹쳐 부도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편법을 동원한 것은 분명히 잘못됐지만 골프장 업계의 현 상황을 드러낸 사례”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오창테크노빌처럼 부도와 파행운영으로 치달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과 채권자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이 골프장이 편법으로 판매한 회원권은 170억원에 달하며 여기에 미지급된 공사비 35억원 등 금융권을 제외한 순수 채권만 200억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채권은행인 KB투자신탁과 접촉하며 골프장 매수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매를 통해 골프장 소유권이 제3자로 넘어간다면 편법 분양된 회원권은 자칫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에 참여하고 있는 한 회원은 “골프장이 매각될때까지 임시로 경영을 맡아 공사대금을 최대한 뽑아 내는 한편 KB투자신탁과 협의매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회원권 총액이 170억원에 달하는 만큼 100억여원 정도를 공동투자하는 방안도 오고가고 있다”고 전했다.

회원제·대중제 ‘동상이고(同床異苦)’

도내 골프장들은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회원제냐 대중제냐에 따라 다르다. 회원제는 회원권 시세 하락을, 대중제는 내장객 감소를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

회원제골프장의 회원권은 3년전에 비해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시세가 하락했다.
에이스회원권의 월간 시세정보에 따르면 진천군의 천룡CC 7월 회원권 가격은 3억2933만원으로 2007년 7월의 4억709만원에 비해 7776만원 하락했다. 그랜드CC 회원권도 현재 5000만원으로 3년 전 보다 1183만원 떨어졌으며 실크리버 2387만원, 임페리얼레이크 1235만원, 시그너스도 797만원 낮아졌다.

회원권 하락은 회원들의 불만과 각종 민원, 골프장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도내 A골프장의 경우 회원권 편법 분양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회원들과 경영진이 불화를 겪고 있으며 골프장 운영을 두고도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제 골프장은 당장 내장객 감소에 시름하고 있다. 지난해 도내 대중제 골프장 1홀당 내장객은 3843명으로 2008년 4565명에 비해 무려 15.8%나 급감했다.
더구나 9홀 대중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할인가를 적용하는 등 마케팅도 강화되고 있어 사실상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청주권 9홀 대중제의 경우 여름철 이벤트로 18홀 라운드에 카트이용료 포함 6만원을 적용하는 등 가격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이제 골프장도 손님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성공하기 힘들게 됐다. 고객 모시기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체계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