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하는 것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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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하는 것 보고요”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0.07.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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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수 경제사회부 기자

타성에 젖은 교원에 대한 채찍이 될까. 아니면 인기투표에 지나지 않아 위화감만 조성할까. 지난달 25일 충북학생문화원에서 열린 도내 학교장 업무연찬회에서 ‘2010 대한민국 교육의 즐거운 변화’란 주제로 특강에 나섰던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차관은 교원단체의 반대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교원평가제’ 연내 입법화 추진을 힘줘 말했다.

적어도 타성에 젖어 학원 강사보다도 교수방식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는 교원들에게 자기 점검의 기회는 줘야 한다는 얘기였다. 특히 학부모들 80%이상이 교원평가를 찬성하고 있어 연내 입법화 내지는 제도화의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어떠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는지 몰라도 현장의 목소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일단 교원단체들은 평가기준도 모호하고 인기투표로 전락해 위화감만 조성하는 교원능력평가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선 충북교총은 학부모의 제대로 된 교원평가를 위해 연4회로 의무화 되어 있는 공개수업을 연2회로 제한하는 조건부 수용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원의 76% 가까이가 공개수업을 위한 준비, 동료교사의 수업 참관, 교원평가자의 업무 가중, 수업결손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 학업성취도 평가 중복으로 인한 혼란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평가기준이 모호한 교원평가에 대해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 간 교원평가는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할 만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는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아 일부 여유 있는 학부모들의 편향된 평가결과만 반영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전망이다. 즉 객관성, 신뢰성의 문제가 대두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교육현장에선 평가수치로 말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외국어 구사능력이나 정보처리 능력에서 젊은 교원에 비해 연륜이 있는 교원들은 뒤처지지만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현장대처 능력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채찍질을 가하려면 좀 더 명확한 평가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은 학업성취도 평가, 교원은 능력평가로 경쟁주의에 내몰리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란 얘기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알림 서비스를 통해 1등부터 꼴찌까지 교사들의 성적표가 공개되는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기보다 제자들을 볼 면목이 없어지는 교권 실추의 기회가 될 것이란 얘기다.

심지어 교사 이전에 학부형인 한 교원은 훈육과정에서 ‘선생님이 하는 것 봐서 점수를 잘 주겠다는 웃을 수 없는 진풍경이 속출할 것’이란 쓴 소리다. 정부는 올해부터 교원평가 시행을 본격화 하고 있다. 조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기준 도입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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