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없는 ‘막개발’이 도시정체성 무너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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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없는 ‘막개발’이 도시정체성 무너뜨려…
  • 임철의 기자
  • 승인 2003.12.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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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박이 건물에 홍등가 무색한 상업지구
러브호텔 난립은 행정실패가 낳은 ‘사생아’

  ● 싣는 순서 ●
1.반환경적 개발 실태
☞2.주체마다 다른 개발모습
3.대안을 모색한다

 #1. 대한주택공사가 개발한 청주시 분평지구에는 25층의 고층 아파트들이 여기저기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삐쭉삐쭉한 스카이라인이 어지러울 정도다. 1994년에 시작해 1999년 9월에 택지조성사업이 끝난 이곳은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확 트인 시야가 청주의 상징인 우암산을 앞동산처럼 가깝게 갖다 놓았었지만 지금은 옛날이 됐다.

고밀도 아파트들 때문임은 물론이다. 라데팡스 건물 뒷편의 이면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현대·대우아파트 사이의 왕복 2차로 역시 한동안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아수라장을 이뤘다. 지금은 중앙분리대를 설치, 다소 사정은 나아졌다.

하지만 분평지구의 낮시간대 모습은 전반적으로 한적한 분위기를 던져준다. 단지별 아파트들이 주택공사에 의해 대부분 건설되다 보니 공간의 통일성과 단지배치의 일관성이 일정부분 확보된 때문이다. 주부 박 모씨(39)는 “분평지구의 주거 환경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길 정도로 쾌적해 어린이나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선호하는 편”이라며 “단란주점이나 성인용 디스코텍, 유흥음식점과 술집들이 없어 교육환경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분평지구의 밤은 고성방가를 하거나 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만취한 취객들을 거의 볼 수 없는 데, 이는 주택공사가 개발단계부터 상업지구를 최소한으로 지정한 때문이다.

높이까지 같은 성냥갑 아파트들
#2. 한국토지공사가 조성한 용암1지구는 널찍널찍한 도로가 사방팔방 시원하게 뻗어있는 까닭에 교통소통이 비교적 원활한 편이다. 토공이 큰 돈을 들여 조성한 뒤 청주시에 무상 기증한 동부우회도로도 용암동의 교통편의를 증대시키고 있다. 용암1지구는 농협하나로마트등 대형 할인매장과 의류점 편의점 일반상점을 비롯해 대형 나이트 클럽 고급술집 등이 즐비해 사실상 독립적인 도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녹지공간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토공이 투자이익을 고려해 상업용지를 많이 배정하다 보니 용암동의 밤은 분평지구의 ‘조용한 밤‘과는 달리 화려한 불빛과 쇼핑객 및 술손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행렬로 늘 번잡함을 이룬다. 낮 시간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용암 1지구는 얼마 전 완성된 용암2지구와 연계, 급팽창을 하며 번잡함이 더해가고 있다. 단독주택용지가 사실상 상업지구화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용암동의 혼잡함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중집합시설이 많고 청소년 유해환경이 상대적으로 많아 용암지구의 주거·교육환경은 분평동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아파트들이 한결같이 같은 층고에다 개성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어 성냥갑을 죽 세워놓은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토공은 도시기능성 확보에 치중
#3. 그러나 용암지구도 하복대 지구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경부고속도로 IC를 기점으로 볼 때 청주의 관문에 위치한 하복대는 상업지역내에 빽빽이 들어찬 러브호텔들과 대형 디스코텍 등으로 점령당한 형국이다. 이 때문에 청주의 도시 이미지를 아예 흐려놓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 일대 상업지구의 화려한 밤 풍경은 경기가 좋았을 때보단 못하지만 여전히 향락과 소비의 천국처럼 느껴진다. 불야성이란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 바로 이 곳. 개발이익을 중시, 상업지구를 많이 배정한 부작용이다.

#4. 청주시가 80년대 개발한 봉명중학교 일대의 구획정리지구는 “이곳이 과연 계획적 개발을 한 곳인갚 의문이 들 정도로 도로 등이 옹색한 게 한눈에도 엉성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봉명중학교 교정을 네 방향에서 구획하듯 나 있는 길들은 도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협소, 차량 교행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다. 이러니 도로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불문가지. 이처럼 학교주변의 열악한 도로사정은 정문을 통한 버스의 진출입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 학교가 수천만원을 들여 정문을 옮겨 새로 만들었지만 인근 주민의 이기적 민원에 밀려 몇 년째 사용하지 못하는 기이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5. 충청북도가 92년부터 97년까지 개발한 가경 3지구도 어딘지 모르게 질서정연하지 않은 게 쾌적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도로가 여기저기 잘 뚫려 있어 청주시가 개발한 봉명지구보다는 훨씬 시원하지만 어딘지 답답한 분위기를 털어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다 깔끔하게 개발할 수는 없었을까하는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상가지역이나 도로변의 건물들이 한결같이 들쭉날쭉, 무국적의 건축양태를 서로 자랑하듯 서 있는 게 눈엣가시처럼 들어온다. 다만 하천을 복개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둔 점은 다행이다.

무국적의 이상한 건물들
최근 10여 년간 청주에서 계획적으로 개발된 주요 지역들이 개발주체에 따라 분위기와 색깔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개발주체가 주택공사냐 토지공사냐에 따라 눈에 띄게 다르고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한 지역 역시 개발모습에서 큰 편차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주시 도시계획 및 개발 행정의 단견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청주의 도시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는 하복대 지구의 러브호텔들만 해도 개발주체의 이익 우선 전략과 통합적 도시계획의 철학 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관련허가를 내준 청주시가 합작해 낸 ‘인재(人災)’ 라는 지적을 두고두고 받고 있다. 무국적 건물양태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것도 도시 이미지를 난잡하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지만 행정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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