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면이냐, 할인이냐, 유실이냐 유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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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면이냐, 할인이냐, 유실이냐 유출이냐
  • HCN충북방송
  • 승인 2010.07.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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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HCN충북방송 대표이사

기자라면 누구나 글맛 또는 정확한 표현 욕심에 단어 선택을 고심하게 마련이고 또 그래야 한다. 현역 기자 시절 필자를 고민에 빠뜨렸던 말로 ‘방류’가 있다. 가둬 둔 물을 흘려 내보낸다는 이미지에 얽매여 방생, 방양과 오버랩 되면서 어린고기를 풀어놓는다는 의미가 도무지 와 닿지 않아 방양과 퇴고를 거듭한 기억이 있다.

최근 청원군 가덕면 금곡저수지 물이 일시에 빠져나갔다고 한다. 이를 다룬 기사는 6월7일자부터 보이는데, 통신·신문·방송 기사가 대부분 ‘유실’로 표현했다. 충청일보는 한 기사에서 유실과 유출이 혼용(6월18일자)되기도 했으며 7월엔 기자마다 달랐고 12일 HCN은 유출로 썼다. 경향(6월11일자)은 제목에서 비유적인 ‘증발’이 등장해 외려 실감을 줬다.

결론적으로, 여기서는 유실보다 유출이, 이보다는 ‘누출’이 더 적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流失은 ‘없어짐’에 초점 맞춰져 있고, 물과 함께 또는 물 때문에 사라지는 것을 가리킬 때 쓴다. 불이 소실됐다고 하지 않듯이 물이 유실됐다고 하면 어색하지 않은가.

수평적 흐름의 느낌이 강한 流出은 내보냄의 의도성과 행위 주체에 대한 관심을 은연중 내포한다. 사안 자체가 의도된 사건이 아닌 사고라는 점에서, 또 물이 밑으로 빠져 나간 것이고 보면 이것도 어딘가 부적절하다. 漏出은 ‘모르는 사이’ 새어나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럴 듯하나 더디게 진행됨을 시사해 문제의 현상과 약간 어긋나는 느낌도 있다.

사전적 의미를 착각하고 잘못 쓰는 것 말도 있다. 감면이 대표적. 경감과 면제가 합쳐진 병렬합성어로 단일어 ‘할인’이나 ‘감액’과는 다른 말이다. 충북일보 9일자 3면 <청주공항 주차료 50% 감면제도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에서는 할인의 뜻으로 쓰였다.

CJB 11일자 <방류수 수질기준을 많게는 4배까지 강화했기 때문입니다.>에서 ‘많게는’은 ‘높게는’으로 바꿔야 한다. 기준의 가짓수를 늘린 게 아니라 기준치를 올렸기 때문이다. 河岸이 아니라 湖岸을 쓴 충청리뷰(9일자 11면)는 틀렸고 충청도민신문(9일자 3면)의 제목 <사리면 외각지역 후보지 물색>에서는 ‘외곽’이 맞는다.<피해가 폭주하고 있다>(동양일보,9일자 3면)에서 輻輳의 주어는 정확히 ‘피해 신고(호소)’로 가야 옳다.

이번에 한 가지 더 짚을 것은 부사형 연결어미 가운데 ‘~자’의 오용. <적발 건수가 다른 시·군에 비해 유독 높자 외압설에 의한 수사라며~>(충청투데이,9일자 3면), <신청자가 없자 일선 시·군에서 반강제적인 차출이~>(HCN,12일자), <(도지사 관사)건물이 낡자 69년 동쪽에 신관을 지었다.>(중앙일보,10일자 18면) 어미 ‘~자’는 동사에만 쓰인다. ‘높자’, ‘없자’, ‘낡자’는 형용사다. 동사와 형용사의 혼동 사례는 따로 다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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