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메워진 거대한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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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메워진 거대한 함정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7.2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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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위험 청주 월드코아 우여곡절 끝 토지주 되메우기 완료
25톤 덤프트럭 6470대 분량, 세금 투입 막은 행정도 돋보여

청주시 상당구 용암1지구 상업지역 내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던 거대한 함정이 15년 만에 사라졌다.

1995년 도내 유력 건설사였던 진흥종합건설은 이곳 4990㎡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의 대규모 상가를 짓겠다며 청주시로부터 건축을 허가받았다. 이후 1997년까지 지하 5층에 해당하는 깊이 27m 터파기 공사를 마쳤다.

▲ 지하 27m 터파기 공사 이후 방치됐던 청주 월드코아 현장. 되메우기 공사로 붕괴의 위험을 없애기 까지 15년이나 걸렸다. 되메우기 공사 전.
▲ 되메우기 공사 후.
하지만 진흥종합건설이 부도처리 되면서 그해 5월부터 공사가 중단, 지금까지 흉물스럽게 방치돼 왔다.
문제는 공사 중단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붕괴의 위험도 높아간다는 것. 지하 터파기 공사에는 주변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흙막이 구조물 설치가 동시에 이뤄지는데 현장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구조내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흙막이 공사 구조물 자재의 노후화와 지하수 유출 등으로 점차 기울어져 갔으며 인근 도로 또한 아스콘 포장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붕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청주시가 15억원의 예산을 편성, 행정대집행으로 되메우기를 실시한 뒤 구상권을 청구키로 계획을 수립했고 지속적으로 토지주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시 관계자는 “되메우기 공사 예산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사유재산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판단, 토지주 스스로 공사를 진행하도록 설득에 나섰다”고 말했다.

사유재산에 대한 행정력의 한계

거대한 재난 위험시설이 도심 한복판에서 15년 동안이나 방치된 것은 전국 어디에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이 현장은 공사가 중단된지 2년여 만인 2009년 9월 건축사, 기술사, 대학교수, 공무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대책반의 안전진단 결과 되메우기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안전진단 결과가 나온 지 10년이 넘도록 되메우기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토지와 공사가 진행되던 건축물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진흥종합건설의 부도 이후 토지주가 세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되메우기와 건축허가 취소를 둘러싸고 행정소송 등 갈등이 반복된 것도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재난위험시설 관리에 대한 현행 법규로는 사유재산일 경우 사용중지를 명령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원상복구를 강제할 수는 없다.

시 관계자는 “재난위험시설은 대부분 노후된 건축물과 교량 등이다. 공공시설물인 교량은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세워 보수나 신축을 할 수 있지만 사유재산인 경우 사용중지 외에 원상복구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주시는 월드코아 토지주가 바뀔때 마다 되메우기 공사를 실시할 것을 주문했지만 공사비 부담과 건축허가 취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며 지금까지 방치돼 온 것이다.

행정대집행 압박…설득 주효

시간이 흐를수록 노심초사해 진 곳은 청주시. 흙막이 공사 구조물이 점점 기울어져 갔으며 인근 도로의 지반도 내려앉아 아스팔트에 크고 작은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악의 경우 붕괴된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컸다. 월드코아는 택지개발지구 상업지역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변에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데다 교통량도 많다.

시 관계자는 “붕괴될 경우 주변 피해는 물론 대규모 인명과 재산피해 마져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으며 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되메우기 공사를 실시해야 했다”고 전했다.

시는 올 해 예산 중 월드코아 되메우기 공사비로 15억원을 확보해 행정대집행으로 공사를 실시한 뒤 토지주에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을 세웠다.
또 다른 한편으로 행정대집행 계획을 통해 토지주를 설득했다. 수차례 토지주를 만나 설득하고 재산까지 파악하는 등 압박에 가까운 설득과 종용에 나선 것.

이 관계자는 “행정대집행으로 공사를 실시할 경우 토지주가 직접 공사하는 것 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는 점도 부각하며 토지주를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토지주가 직접 되메우기 공사를 실시키로 결정하고 지난 2월부터 5개월여 동안 진행해 지난 15일 공사를 마쳤다.
월드코아 되메우기 공사는 규모 면에서 갖가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운전기사 519명, 장비기사 68명, 인부 247명 등 투입된 연인원이 834명에 이르고 덤프트럭, 굴삭기, 불도저, 크레인 등 중장비 852대가 동원됐다. 되메우기에 사용된 흙은 11만㎥로 25톤 덤프트럭 6470대 분량이었다.

15억 예산 투입 막은 신춘식 계장
토지주 설득 앞장, 100여 차례 현장 출장도

▲ 신춘식 청주시 건축과 일반건축계장.
월드코아 토지주가 직접 되메우기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더라면 행정대집행을 위해 편성한  15억원 세금이 고스란히 투입될 상황이었다. 비록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이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최선의 방법은 토지주를 설득해 직접 공사를 실시케 하는 것. 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사람이 신춘식 청주시 건축과 일반주택계장이었다.

신 계장은 “어떻게 하든 최악의 경우는 막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행정대집행을 결정했지만 최선은 토지주가 직접 되메우기를 하는 것이었다. 토지주 입장에서도 공사비를 줄일 수 있었다. 결국 설득이 성과로 나타나 시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됐다. 실제 토지주는 공사비로 6억500만원을 들여 당초 행정대집행 예산 15억원의 절반도 안 들이고 공사를 마쳤다. 시나 토지주나 최선의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계장은 이후 이 부지에 청주시가 지향하는 녹색수도에 적합한 건축물이 들어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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