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무상급식, 로컬푸드 실천하는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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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무상급식, 로컬푸드 실천하는 시험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7.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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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거버넌스 통해 조례 제정 및 지원센터 설치해야”
“충북도 식량기본계획 짜고, 유통 정책 수립하라” 여론비등

◇도지사, 교육감의 공통 공약 ‘친환경무상급식’실시 2011년에는 어떻게?

<유기농업, 충북을 살린다> 로컬푸드는 ‘얼굴 있는 음식’이다. 과거엔 우리 동네에서 누가 쌀농사를 짓고, 밭에 감자를 심었는지 다 알았다. 이른바 자급자족 및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가능했지만 오늘날에는 대형마트에서 지역 내 먹을거리를 구분하기도 힘들뿐더러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온 음식도 장바구니에 넣기 일쑤다.

로컬푸드는 지역의 먹을거리를 지역사람들이 소비하는 운동이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판로를 확보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게 된다. 이는 지역경제를 선순환하는 순기능도 가져온다. 또한 에너지 위기로 인한 식량 위기시대에 로컬푸드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을 살릴 수 있는 대안농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류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농촌과 도시의 네트워크를 통해 유기적인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컬푸드 운동을 벌이고 있는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도시와 농촌의 상생방안을 찾아본다. / 편집자

1회 : 지역유기농 매장의 히스토리
2회 : 괴산에 사는 괴짜 농부들
3회 : 괴산과 오창, 유기농업의 메카로
4회 : 로컬푸드 운동과 공공급식의 미래
5회 : 지자체 유기농 브랜드 왜 못 살리나
6회 : 원주, 평택 등 타 지역 사례

도시와 농촌의 상생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로컬푸드 운동은 무엇보다도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연계가 중요하다. 생산자들에게 안정한 공급판로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친환경이든, 로컬푸드든 실현되기 어렵다. 학교급식은 로컬푸드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김수동 충북학교급식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지역생산과 지역소비의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가능해진다. 충북인구의 1/3인 30만명이 학생들이다. 매일 안정적인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판로가 생기기 때문에, 생산자들의 유기농업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급식에 이어 관공서 및 회사급식 등 공공급식 영역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로컬푸드가 실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류 문제도 산 넘어 산

   
▲ 김수동 충북학교급식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충북인구 1/3이 학생, 친환경무상급식으로 로컬푸드 운동 물꼬”
이처럼 학교급식은 로컬푸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첫 시험대다. 이번 6.2지방선거에서 핫 이슈는 ‘무상급식’이었다. 충북지역은 당선된 도지사와 교육감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다. 따라서 내년부터 828억원을 편성하고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충북도와 교육청이 분담액을 놓고 논의를 벌이고 있다. 원칙은 1대 1 분담이다.

그러나 학교급식에 관한 조례 및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마련돼 있지 않고, 물류에 관한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수동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학교급식이 공개경쟁을 벌이다보니 유통업체가 저가 농산물을 납품했다. 이러다보면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급식의질을 담보해내기 어렵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해 우리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유통시켜야 한다”며 “운영부분은 지자체와 생산자, 학교급식운동을 벌이는 시민사회단체가 컨소시엄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급식운동본부는 2003년 전국적으로 학교급식 운동조례 개정을 위한 주민발의 운동을 벌이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친환경 무상급식, 직영급식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으며, 청주시는 2008년 학교급식운동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식자재 유통을 담당할 학교급식지원센터 부분이 빠져있어 반쪽짜리 조례에 불과한 상황.

현재는 기초자치단체별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화돼있다. 김수동 집행위원장은 “12개 시군마다 지원센터를 설치할 필요성은 없다. 충북도내 권역별로 설치하면 된다. 청주는 오창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물류기반인 청원군 친환경 농산물 유통센터를 이용하면 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청원군친환경농산물물류센터는 지난해 청원군이 군내 49개 학교급식과 일부대기업에 친환경 식자재를 납품하기 위해 군비와 도비를 들여 만들어졌으며, 현재 오창농협이 운영하고 있다.

생산자 기반 확보해야

   
▲ 오상근 한살림청주 상무 “공공영역에서 공공급식에 소비되는 지역 농산물 통계 짜라”
또한 친환경 무상급식이 실현되려면 지역 내 생산자들 기반을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수동 집행위원장은 “3~4년 전부터 도에 친환경 급식에 대비해 생산자 기반을 확보하라고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충북은 지리적 여건이 좋고, 친환경 농산물의 양과 질도 훌륭하다. 역사성도 갖고 있기 때문에 타 지자체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 충북도는 학교 급식에 관한 도 단위 계획과 친환경농업 전환을 위한 생산자 지원에 하루빨리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환경 농업 시장도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친환경무상급식이 제도화되면 대기업이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 김수동 집행위원장은 “전국을 다니면서 소위 밭대기로 넘기는 방식이 친환경농업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 스스로 위기감을 갖고 준비하지 않으면 지역농업을 살릴 기회를 영영 잃게 돼버린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실현되면 기존 관행농가와 유통업자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시대적인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김수동 집행위원장은 “지자체가 먼저 시장조사를 통해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고, 계약재배를 유도해야 한다. 공적인 영역에서의 준비가 시급하다. 청주시 학교급식심의위원회에서도 이러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시민사회영역은 배제돼 있어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쓴소리를 했다.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이 없다

   
▲ 최시영 흙살림 사무국장“충북도, 도시기본 계획처럼 식량 기본계획을 수립하라”
충북 전체 식량에 대한 조사 및 계획이 선행돼야 하지만 이에 관한 통계자료는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 최시영 흙살림 사무국장은 “도시기본 계획처럼 식량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150만 인구가 유사시 먹고 살 수 있는 안정적인 농지, 녹지, 기초대사량 등을 총체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 무상급식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기준이 없어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

최시영 사무국장은 “정부가 처음부터 유기농업을 지원하지는 않았다. 민간이 철학을 가지고 일궜던 것처럼 이제는 지자체가 스스로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충북차원에서 친환경 농가 비율을 어떻게 높여갈 것인가에 대해 해마다 우리지역 농산물의 생산량을 조사하고, 적정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상급식의 경우도 광역지자체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기초지자체는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충북식량기본계획이 수립돼야 학교급식도, 공공급식도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상근 한살림청주 상무는 “식량주권 식량위기 대응, 시민 건강권 확보, 기후변화 대응의 방안으로 로컬푸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자치단체 차원에서 식량주권을 확보 수 있는 방안과 자연생태계와의 조화, 지역순환경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 자치단체는 로컬푸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 그는 “지역 내 학교급식, 공공급식에서 소비되는 농산물 통계, 산업체 병원 의원 연수원 등에서 소비되는 농산물 통계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적인 영역에서 아젠다를 설정하고, 로컬푸드에 관심 있는 시민단체와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 송재봉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식량 자급 계획을 위해 도 단위 식량정책 협의회 구성해야”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역의 먹을거리 생산과 사용을 위한 조례안을 도에 제출한 상태다. 식량 자급 계획을 위해서는 도 단위 식량정책 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농업정책에서 도농교류 연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해나가면서 실행기구인 농민시장과 ‘올리’와 같은 사회적 기업 등 사례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교급식에도 로컬푸드의 정신을 반영해야 하며, 학교급식센터는 공공적으로 접근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도에서는 내년도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는 공약사항만 있지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이 없다. 이는 교육청도, 기초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 성우현 청주청원로컬푸드네트워크 사무국장“농민시장, 이벤트가 아닌 상설화가 필요하다”
송재봉 사무처장은 “학교급식 및 로컬푸드를 위한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관련 주체들이 함께 모여 논의해야 한다. 지금부터 대안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로컬푸드 지원센터가 수립되면 운영 시스템도 시민사회영역과 지자체가 거버넌스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로컬푸드가 실현되면 지역시민이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고, 지역 농업과 생산, 유통이 선순환 되는 구조로 내수중심의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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